김여정의 ‘말(言) 도발’…1999년 6월 DJ에서 배우자

[고수석의 통일수첩]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 연합뉴스

[고수석 북한학 박사]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말(言) 도발’을 감행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1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의 미사일 전력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에 충분하다’라는 부적절한 실언을 했다”며 “한 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우몽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잠수함 발사 시험에 성공한 것을 평가하면서 ‘도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김 부부장이 공격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이날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계획의 첫해 중점과제수행을 위한 정상적이고 자위적인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국방중기계획과 같다는 해명이다.

문 대통령은 SLBM 발사 성공 이후 “오늘 우리의 미사일 전력 발사 시험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체적인 미사일 전력 증강 계획에 따라 예정한 날짜에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한 ‘도발’을 김 부부장이 걸고넘어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말한 ‘도발’은 북한이 1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염두한 것이 아니라 ‘만일의 상황’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유엔 안보리 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여러 차례 만났다. 문 대통령의 생각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을 공격한 것은 금도를 넘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통일부는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 예의와 존중은 지켜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여정이 문 대통령 발언에 담화 발표 ‘도발’ 문맥을 따지지 않고 금도를 넘어 북 도발과 관계개선 선택에서 원칙 중요 1999년 6월 제1차 연평해전 교훈 새겨야

남북한에 이런 긴장과 갈등이 있을 때 돌이켜 볼 사건이 1999년 6월 제1차 연평해전이다. 제1차 연평해전은 서해 연평도 근처에서 남과 북의 해군 함정들 간에 벌어졌다. 북한은 우리 측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고 우리 해군이 ‘밀어내기 작전’을 강행하자 북한 함정들이 먼저 사격을 가했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조성태 국방장관의 보고를 받은 김대중 대통령은 “NLL을 반드시 지키되 우리가 먼저 발포하지는 말라. 그러나 북한이 먼저 발포하면 단호히 분쇄하라. 또한 무슨 일이 있어서 확전을 방지하라”라는 요지의 훈령을 하달했다. (임동원, 『피스메이커』)

이에 우리 함정들도 즉각 대응 사격했다. 그 과정에서 북한 어뢰정 1척이 침몰하고 경비정 1척은 반 침몰 상태로 도주하는 등 북측에서는 여러 척이 피해를 입었고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에 비해 우리 측 피해는 경미했다.

당시 김 대통령은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천명한 대북정책의 3대 원칙은 △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반대 △평화협력 및 교류 추진 이었다. 제1차 연평해전은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 3대 원칙 가운데 ‘무력도발 불용’이라는 첫 번째 원칙을 행동으로 보여준 사례다.

제1차 연평해전이 있는 뒤 1년 만인 2000년 역사적인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이 과정에서 김 대통령은 소신과 원칙을 일관되게 보여줬다. 그래서 국민의 지지를 받고 남북정상회담을 성공할 수 있었다.

남북관계는 남과 북의 서로 복잡한 지정학적 구조 탓에 고려할 상황이 많다. 그럴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1999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대북정책 3원칙을 실천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에서 할 말을 한 것이다. 북한의 도발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럴 때일수록 ‘DJ의 길’을 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글쓴이

고수석 북한학 박사

고수석 박사는 중앙일보 기자로 20여년 동안 통일이 한국의 성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통일․북한 분야를 취재했으며 고려대에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중앙일보에 ‘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중앙SUNDAY에 ‘평양탐구생활’을 기획연재했다. 저서로는『북한을 움직인 30인』, 『김정일과 IT혁명』등이 있다. 지금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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