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꿈은 이루어진다

[김미영의 7남매 홈스쿨 일기] 셋째아이의 닭장 건설공사 이야기

암탉들이 드디어 알을 낳기 시작했다. 셋째의 투자회수가 시작됐다. 사진=김미영
암탉들이 드디어 알을 낳기 시작했다. 셋째의 투자회수가 시작됐다. 사진=김미영

[김미영 전업주부] 나이들면서도 다양한 부모들과 교제하게 되는 것은 아이들 덕분이다. 아이들 덕에 다양한 나이대의 좋은 부모들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에게 없는 재주를 지닌 부모들을 만나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아주 좋은 경험이 된다.

아이 아빠는 벽에 못 하나 박지 못하는 실력이지만 7남매중 셋째인 아들은 친구 아빠에게서 드릴 사용법과 설계도구를 사용하는 법 등 일상에 필요한 소소한 기술들을 배웠다. 그 기술을 바탕으로 닭장 설계와 재료구상을 마쳤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에 봉착했다. 돈이 없다. 그야말로 결정타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따로 주지 않는다. 다들 각자 벌어서 쓰게 한다. 늘 함께 있었기에 용돈이 필요한 일이 많지 않고 일일이 다 줄 형편도 안 됐다. 큰 딸과 작은 딸은 동생들을 가르쳐서 벌었고 각자의 재능으로 가족을 섬기게 했다. 집안일은 당연한 일이라 원칙적으로 대가를 지불하진 않았지만 일을 많이 했을 땐 가끔씩 깜짝 용돈을 주기는 했다.

그동안 셋째인 아들(7남매중 셋째만 아들이다)은 벌어놓은 돈을 닭을 키우는데 이미 다 지불했다.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궁리하는 아들에게, 우리는 친한 가족들한테 투자유치를 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뒷감당이 안 되는가보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이번엔 아빠가 재료비를 대주겠다고 제안했다.

사실 조건은 없었는데 아들은 단번에 거절했다. 아빠가 대주주가 되면 닭장 운영에 일일이 관여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어찌되었든 자기가 돈을 구하겠다며, 닭장 운영의 대주주는 자기가 되어야 한단다. 돈은 구하지도 못했는데도 자식 같은 닭들을 산짐승 뿐 아니라 쥐새끼 한 마리도 못 건드리게 해야한다고 재료를 아낌없이 쓰겠단다. 우리 사람 가족과 함께 사는 것도 아닌데다 아기들을 홀로 둬야하는 아빠의 심정이겠거니 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닭 두 마리는 아들 것이고 다른 두 마리는 누나들 것이었기에 일단 닭장 건설비의 일부 금액은 누나들에게 받았다. 돈 쓸 일이 없어서 가장 부자였던 여동생에게 ‘절반의 투자를 하라’고 감언이설로 설득하기 시작했다. 가장 만만했는데 잘 안 넘어온다. 계약서를 만들었다. 닭이 알을 낳으면 5분의 1값을 주고 알을 낳지 못할 때가 되면 투자금을 돌려주겠다는 거다. 그리고 동생의 친구들이 놀러오면 직접 알을 꺼내는 체험 및 그날 만큼은 닭장 운영권을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알은 내가 시가로 사주기로 했다.

드디어 아들은 동생과 계약서 작성을 끝내고 재료를 인터넷으로 주문하기 시작했다. 웬 이름 모를 파이프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시간관계상 현장에서 구입해야하는 재료들은 밭이 있는 양평군내 철물점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재료 문의를 했다. 아들은 참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다. 그런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서슴없이 어른들을 상대로 자기 일을 해나갔다.

이렇게 엄마 아빠의 도움없이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우리부부의 의도나 훈련의 결과가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불리는 엄마 소리에 일일이 답을 해 줄 수 없었던 나의 한계가 아이들을 자립하도록 만들었다. 나에겐 항상 돌봐야하는 아기가 있었기에 아이들이 요구할 때마다 답을 줄 수는 없었다.

나는 그 때마다 미안했다. 그러나 내가 한 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던 그 시간에 아이들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용기를 내고 그렇게 자기의 필요들을 해결해 가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내게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그동안 아이들이 처리했던 많은 일들은 내 손을 거쳤을 것이고 아직도 나를 의지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들은 줄게 되었지만, 아이들은 점점 더 자기가 갖고 태어난 모습에 충실하게 성장해갔다.

셋째인 아들이 혼자 힘으로 만들어낸 닭장. 셋째의 얼굴에 만족감이 그득하다. 사진= 김미영
셋째인 아들이 혼자 힘으로 만들어낸 닭장. 셋째의 얼굴에 만족감이 그득하다. 사진= 김미영

드디어 닭장이 완성됐다. 아빠는 시키는 일에 보조 역할 정도만 했다. 사실 나는 닭장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배움을 얻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미안할 정도로 손색없는 닭장을 만들었다. 늘 장난꾸러기 동생이었던 아들은 이 사건을 통해 누나들에게도 인정을 받게 됐다.

끈기와 인내심 그리고 추진력, 그것이 작품으로 나타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우리도 알지 못했던 아들의 성숙해진 인격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게도 바라던 알을 세 마리의 암탉이 다 낳기 시작했다. 이제 밭에 갈 때마다 둥지 안에 정답게 놓여있는 알들이 우리에게 생명의 신비를 전해준다. 꿈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들이 계속 되면 얼마나 좋을까.

글쓴이

김미영 전업주부

전업주부 김미영 씨는 7남매와 함께 날마다 성장하기를 힘쓰는 19년차 홈스쿨 엄마입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