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싸울까, 안싸울까...다둥이의 사랑법

[김미영의 7남매 홈스쿨링 일기] 7남매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우애와 질서 엄마아빠 냉전에 큰언니가 6남매 돌보기도 윗 언니들의 우애, 아래로 고스란히 내려가 서로 선물하고 부둥켜안고 지켜주는 ‘사랑법’

2년전 첫째부터 다섯째 아이들까지. 대략 성숙된 모습으로 순서를 알 수 있다. 사진제공= 김미영
2년전 첫째부터 다섯째 아이들까지. 대략 성숙된 모습으로 순서를 알 수 있다. 사진제공= 김미영

첫째와 둘째의 각별한 우애

가끔씩 사람들이 묻곤 했다. 아이들이 많은데 어떻게 형제들이 질서 있고 우애 있게 지내냐고 말이다.

넷째 출산후 한 달 남짓 아이들 셋이 외가와 친가를 오가며 있었다. 한꺼번에 애들 셋을 돌 볼 자신이 없어서 먼저 큰 딸만 내가 있는 서울 집으로 다시 오게 했고 2주 정도 후에 둘째와 셋째를 서울 집으로 데리고 왔다.

둘째가 2주 동안 너무나 정성스럽게 준비했던 선물을 소중하게 꺼내어 엄마가 아닌 언니에게 준다. 앗, 그런데 이건 쓰레기 봉지가 아닌가. 내가 보기엔 그냥 쓰레기를 모아 놓은 봉다리였다.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얘기를 들어보니 한 달간 언니를 많이 의지하고 있었는지 언니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언니가 보고 싶을 때면 아파트 놀이터에 나가 모래 속에 파묻혀 있는 보물들을 발굴해서 고이고이 봉다리 안에 모아 두었단다.

그 보물들은 끝이 뭉툭하게 닳아있는 유리 조각이나 플라스틱 조각들이었는데 모래 속에 있으니 특별하게 보였나보다. 어딜 가나 언니와 늘 붙어 다녔던 둘째에게, 큰 딸은 세상을 보는 통로가 될 때가 많았고 큰 딸도 둘째를 많이 아끼고 좋아했다.

첫째 언니(왼쪽)가 열다섯살, 둘째가 열 세살때 모습. 사진제공=김미영
첫째 언니(왼쪽)가 열다섯살, 둘째가 열 세살때 모습. 사진제공=김미영

동생이 마냥 자랑스러운 언니

실력과는 상관없이 모든 것을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던 큰 딸과는 달리 확실하고 잘하는 것이 중요했던 둘째는 무엇을 하든지 인정받았다. 어느 날 인라인 교실에서 돌아오자마자 현관에서 신발을 채 벗기도 전에 큰 딸이 흥분해서 숨이 차오는 큰 소리로 둘째 칭찬을 한다. 동생이 인라인 수업에 들어간 지 얼마 안됐음에도 시범을 보이고 선생님이 동생처럼 타라고 했다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자기 눈에 더 잘 타는 애들을 제치고 동생이 시범을 보인 것에 대해 동생보다 더 좋아한다.

한번은 지나가던 아저씨가 동생이 너무 예쁘게 생겼다며 크면 영화배우 하겠다고 사탕 사먹으라며 천원을 주셔서 같이 사탕 사먹었다고 아주 기분이 좋아라 하며 집으로 들어왔다. 둘째가 상대적으로 큰 딸 앞에서 칭찬 받는 일이 많아지자 주변에서 큰 딸이 정말 괜찮은지 마음을 한번 살펴보라고 했다.

큰 딸에게 조심스럽게 동생만 칭찬 받을 때 옆에서 기분이 나쁘진 않은지 물어봤다. 큰 딸은 오히려 내 질문이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이런 동생이 내 동생인데 왜 기분이 안 좋아요? 내 동생인 게 자랑스러워요” 했다. 진심으로 동생이 칭찬 받을 때 기분이 너무 좋고 자기 동생이라는 게 스스로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단다. 동생의 자랑을 자기 자랑처럼 여기니 동생이 뭔가를 잘하고 칭찬 받을 때마다 자기 칭찬처럼 여긴 것이다.

홈스쿨을 하니 두 자매는 하루 종일 붙어 있는데도 낮에 할 얘기를 다 못했다고 밤을 세워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달란다. 어이가 없었지만, 몇 번 허락해 주었다. 새벽 세시에 키득거리는 소리에 깨어 일어나보니 작은방에서 새어나갈 듯 말듯한 불을 켜놓고 머리를 맞대고는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그 시간까지 속닥거렸는데도 “이제 얘기를 시작하려는 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6월에 서울 종로구 삼청동 거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7남매. 뒷줄에 눈을 가린 두 사람이 첫째와 둘째 언니인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사진제공=김미영
지난해 6월에 서울 종로구 삼청동 거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7남매. 뒷줄에 눈을 가린 두 사람이 첫째와 둘째 언니인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사진제공=김미영

전 재산을 털어 언니에 선물하는 동생

큰 딸이 고3때 일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쓴다며 에어팟을 사달라기에, 한 두푼도 아닌 것을 사달라는 말을 그리 쉽게 하냐고 단번에 거절해 버렸는데 둘째가 이 상황을 보았나보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딸 앞으로 택배가 왔다. 30만원 가까이 하는 에어팟이 들어 있었다. 큰 딸은 상자를 뜯어서 내용물을 확인 할 때까지도 이게 이어팟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동생이 전 재산을 털어서 산 것임을 알고 고마워서 엉엉 우니 동생도 같이 따라서 서로 붙들고 울었다. 내 선물도 아닌데 나도 남편도 서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감추느라 슬쩍 슬쩍 눈물을 훔쳤다.

어느덧 대학 2학년이 된 큰 딸 생일에 선물이 배달됐다. 큰 딸이 또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둘째가 언니에게, ‘요즘 인기 있는 상품들 중 하나 선택하라면 언니는 뭘 선택하겠냐’고 묻더니 생일에 선물로 큰 딸이 선택한 것이 배달이 됐다면서 ‘얘는 왜 선물을 할 때마다 재산을 다 털어서 해주냐’며 감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둘째는 엄마인 나보다 큰 딸을 더 의지하고 좋아한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동생들을 돌보고 또 엄마보다는 같은 세대로 말이 더 잘 통해서인지 언니를 많이 의지하곤 했다. 어느 날 셋째를 혼내고 아이가 없어져 찾다보니 베란다 한 구석에서 첫째가 셋째를 달래고 있는 것을 보고 알게 됐다. 동생들이 엄마한테 혼나고 나면, 잘못해서 혼났더라도 우울한 마음을 큰 딸이 조용히 달래주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가 상담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 할 때도 큰 딸이 또 그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올 봄에 아홉살인 다섯째가 첫째언니 책상 위에 놓아둔 선물. 바나나우유까지 살 돈은 없어서 색종이 우유통을, 과자 옆에 하트가 매달린 액자를 손수 만들었다. 사진제공=김미영
올 봄에 아홉살인 다섯째가 첫째언니 책상 위에 놓아둔 선물. 바나나우유까지 살 돈은 없어서 색종이 우유통을, 과자 옆에 하트가 매달린 액자를 손수 만들었다. 사진제공=김미영

윗 언니들 따라 우애를 배우는 동생들

큰 딸이 스무 살이 됐을 때, 아주 오래간만에 남편과 심각하게 큰 소리로 싸운 적이 있다. 아이들이 다 이 고압적인 분위기에서 어쩔 줄 몰라하니 큰 딸이 한 팔로 막내를 안고 다른 동생들을 다 자기 방으로 데려다 놓고는 그 싸늘한 분위에서도 미소를 띄우며 “엄마, 밖에 나가서 바람좀 쐬고 기분전환 하고 오시는 게 어때요?“한다. 큰 딸의 평정심에 내심 놀랐지만, 놀란 마음을 감추면서 자존심 때문에 자리를 뜨지 않고 있는 나를 뒤로하고 큰 딸은 막내의 얼굴을 가슴에 묻히도록 안고는 동생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한참 뒤에 큰 딸의 방에 가보니 셋째 남동생만 빼고 이미 다 커버린 둘째부터 막내까지 다 데려다가 2인 침대 위에 올망졸망 눕혀놓고 재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바깥 분위기에 눌려 겁먹고 있던 아이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로 마음을 달래주고 재웠단다. 언니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둘째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언니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을 많이 보아서인지 동생들도 서로에게 잦은 선물을 준다. 어린 동생들에게 있어서 선물은 병원이나 약국에 가면 받아오는 비타민이나 낱개 포장된 젤리들, 또는 할머니가 준 용돈으로 큰 맘 먹고 산 과자 정도다. 얼마 전에 검정고시를 본 오빠(셋째)를 위해 다섯째가 오빠에게 과자 선물을 하고 싶은데 용돈을 써도 되겠냐기에 허락을 해주었더니 과자 한 봉지에 편지를 써서 오빠 책상위에 올려놓는다.

다섯째는 가끔씩 어디서 과자가 생기면 아껴 두었다가 큰 언니나 둘째 언니 방 책상위에 ‘사랑하고 힘내라’는 메모와 함께 올려놓곤 한다. 또 피아노 학원에 갈 때마다 2개씩 주는 젤리를 한 개는 자신이 먹고 한 개는 하루씩 돌아가면서 여섯째와 막내에게 선물로 준다. 성장호르몬 치료중인 여섯째는 매일 밤 주사 맞을 때마다 한 개씩 주는 젤리를 아껴두었다가 언니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고, 어느 날엔 주사를 맞자마자 젤리는 동생 입에 넣어달라고 하기도 한다.

사랑 위에 자리하는 질서

지나고 보니 이런 우애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 위에 자리 잡혔기 때문인 것 같다.

한번은 태권도 도장 관장님 앞에서 둘째가 “언니랑 같은 수학수업을 듣고 있는데 자기가 더 잘 한다”고 말을 했던 모양이다. 큰 딸은 심하게 자존심이 상해서 집에 와 전례없이 울었다. 둘째에게 물었더니 자기는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 언니 마음이 상하리라곤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서 설명을 해주고 언니가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을지 얘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둘째가 나가서 칭찬 받는, 눈에 보이는 것들 이상으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언니의 장점들에 대해서, 그리고 칭찬만 받는 둘째를 자랑스러워하며 한결같이 동생을 아껴주는 언니의 큰마음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둘째가 조용히 화장실로 가서 한참을 있다가 벌겋게 부운 눈으로 나오더니 언니에게 가서 사과를 했다. 둘은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다.

첫째와 둘째 간에 우애가 다져지고 질서가 잡히니 그 아래 동생들부터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동생들이 형제들을 보고 배울 뿐 아니라 부모 외에도 윗 형제들이 동생들의 질서 있는 관계를 함께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내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선 큰 딸이 형제 사이에 벌어지는 많은 일들에 대해 재판관 역할을 하고 있고 그 판결에 동생들은 이의없이 수긍한다.

우리 부부가 다 주지 못하는 사랑이 윗 형제들로부터 흘러내려가는 것을 볼 때 참 흐뭇해진다. 형제가 아무리 많아도 아이들이 받을 사랑은 줄지 않는다. 오히려 흘러 내려가면서 그 사랑은 배가 되고 더 풍성해진다.

글쓴이

김미영 전업주부

전업주부 김미영 씨는 7남매와 함께 날마다 성장하기를 힘쓰는 19년차 홈스쿨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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