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남매를 한강으로 불러낸 봄
[김미영의 7남매 홈스쿨링 일기] 봄 오면 다른 아이들은 학교로 가지만 7남매는 한강 풀밭, 물고기 놀이하며 ‘학교와 다른 공부’지만 아이들 행복 만점!
봄이다. 움츠러들고 추웠던 겨울을 밀어내고 나온 봄. 기다리다 보면 늘 오는 봄이지만, 봄은 올 때마다 새로운 설렘, 소망, 기쁨을 선물한다. 기다림에 대한 값이라도 지불하려는 듯 봄은 따스한 햇살과 은은한 바람을 타고 오는 꽃향기와 겨우내 사라졌던 땅과 나무들에게 입혀준 다채롭고 아름다운 색깔들로 아이들에게 세상으로 나갈 즐거움과 설렘과 기쁨으로 충만한 기대를 주기에 충분하다.
봄맞이 준비 끝...학교 대신 한강으로!
겨우내 아파트 마당에 세워 놓았던 자전거에 먼지도 닦고, 바람 빠진 바퀴에 공기도 채워 넣는다. 창고에 보관한 인라인스케이트도 다시 꺼내서 신발장에 넣어둔다. 언제고 펼칠 수 있는 작은 돗자리도 손이 닿기 쉬운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막내였던 넷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세 명의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탈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챙겨서 한강으로 나선다. 아직은 겨울 티를 못 벗은 찬바람이 불어도 아이들은 봄이라는 이름 하나 만으로 이미 충분히 따뜻한 듯하다.
늘 그렇듯이 한낮에 나간 한강에 아이들이라고는 우리 집 애들뿐이다. 이 넓은 공원이 우리 집처럼 여겨지는 때다. 살짝 경사진 곳에서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를 타고 내려올 때의 스릴은 놀이동산에 가서 꼭 한번 타보고 싶은 놀이기구에 대한 갈망을 대신해주곤 했다.
혹여나 사람 많은 곳에서 아이들을 잃어버릴까봐 큰 아이들이 혼자서 집을 찾아올 수 있는 나이가 되기까지는 놀이동산에 가지 말자고 약속한 터라 둘째가 십대의 나이를 넘기기까지는 가족이 함께 놀이동산에 가본적이 없다.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탈만큼 타면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는다. 어딘가에서 겨울을 이기느라 힘을 다 쓴 듯한 가늘고 긴 풀을 하나씩 구해 강물에 던진다. 정말로 물고기가 잡히는 줄 아는 것 같았다. 한참을 기다리며 왜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지 항상 실망을 한다. 그러면서도 강가를 산책할 때마다 물고기 잡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잡히지 않는 물고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누군가 다른 놀거리를 찾아 시멘트로 포장된 산책로 위에서 흙 한줌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 다른 아이들도 모여들어 몇 줌 안 되는 흙으로 온갖 상상력을 발휘하며 앉은 자리에서 한 시간을 놀기도 한다. 가끔씩 과자도 한강에서 바람을 맞으며 먹어야 제 맛이라며 별것 아닌 과자를 폼나게 먹기 위해 돗자리를 챙겨 한강까지 나가기도 했다. 토끼풀로 강변이 뒤덮일 때쯤엔 토끼보다 더 신나게 풀밭을 뛰다 앉았다 하며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생긴 꽃과 풀을 찾아 풀다발 만들기에 반나절을 보내기도 했다.
텅빈 아파트, 우리만 남아 홈스쿨링 한다고...
지금 돌아보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교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두지 않은 것이 참 잘했다고 여겨지지만, 솔직히 그 시절엔 ‘이렇게 놀기만 해도 되나’ 하는 불안감이 갑자기 밀려올 때도 있었다.
아파트 마당에서 삼삼오오 학교에 가는 아이들 소리가 들려오던 어느 날은, 그 불안감에 한창 자고 있던 애들을 모두 깨워 식탁 앞에 앉혔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이렇게 늦잠을 자면 안 된다. 학교 가는 애들은 벌써 1교시가 시작됐다”라고 말하니 아직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열 살 먹은 큰 딸이 나에게 물었다. “엄마, 그런데 1교시가 뭐예요?” 순간,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 ‘홈스쿨이 학교를 집에서 흉내 내는 것이 아니지.’
우리가 게으르지 말아야할 이유들에 대해서, 그리고 이제 오늘이라는 시간을 가치 있게 살아야할 이유들에 대해서 또 다시 아이들 눈높이로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그 나이에 인생에 주어진 시간과 기회의 소중함을 알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의 자유 속에서 자기가 언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그 기회를 찾고 얻은 것을 어떻게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 ‘자유로운 시간’이란 무대 위에서 아이들은 어느 곳에서든지 껍데기처럼 있지 않고 주인공이 되어 사는 법을 배우게 됐다.

난생 처음 학교에 간 큰아이의 들뜬 대학생활
봄이 오는 소리에 그저 들뜬 마음으로 밖으로 나가 놀 채비를 하던 큰 딸이 작년 봄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학교라는 곳을 가게 되었다. 홈스쿨이 자기를 발견하게 해주었다며 꿈을 위해 대학에 간 것이다. 엄청난 기대와 설렘으로 학교에 간 큰 딸이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전공에 관심이 없는 친구들도 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이었다. 재작년에 입시학원에 처음 갔을 때도 가장 크게 놀랐던 것은 부모님이 재수학원에 보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온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딸은 자기가 원한 공부를 할 수 있음에 늘 신이 나서, 발표를 꺼려하는 친구들 틈에 많은 조별 과제 발표를 도맡아하며 열심으로 학교를 다녔다. 외향적인 성격 탓도 있지만 생전 처음 해보는 조별 과제며 학교에서 하는 공부들이 다 새롭고 흥미로운 듯보였다. 교수님이 내주시는 조별 프로젝트에 필요한 준비물중에 필수 항목이 아닌,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한 것까지 한 보따리 챙겨가서 준비 점수를 든든히 받기도 했다.
딸의 전공인 유아교육 전공 친구들 중 큰 딸처럼 어린 동생들을 둔 친구들이 거의 없다보니 만 나이로 세 살, 다섯 살, 일곱 살의 동생을 둔 큰 딸을 신기해하며 유아기 아이들의 특징에 대해 친구들이 가끔씩 물어보기도 한단다. 또 큰 딸은 학교에서 배운 수업 내용과 갖고온 과제를 집에 와서 동생들에게 실습을 하기도 했다. 언니가 시켜주는 만들기 놀이 실습대상이 된 동생들은 학교에 간 언니 덕에 즐거워했고, 언니가 학교에서 만들어 온 예쁘장한 장난감들에 신이 났다.

스스로 자라고 행복한 아이들....나도 봄을 즐기리!
그리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과 장소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만들어가며 잘 크는 것을. 아이들이 웃고 즐거워하며 기뻐하던 그 웃음을 따라 나도 그렇게 같이 함께 웃기만 할 걸 하면서 살짝 후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에겐 더 어린 자녀들이 있고 또 봄이 찾아왔다. 그래서 이 봄엔 아이들이 웃는 그 웃음을 따라 나도 활짝 그리고 실컷 웃기만 할 것이다. 봄을 만끽하러 나가야지. 가지가지 꽃도 보고 강바람도 마음껏 들이키고, 밭에 감자를 심고 싹이 나는 경이로움도 함께 느끼며 봄을 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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