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빠를 좋아해”
[김미영의 7남매 홈스쿨링 일기] 3째인 오빠와 아래 여동생들 놀이 “나는 오빠를 좋아해” 해야 열리는 세상 물놀이장, 눈썰매장 놀이 다 만들어줘 커가는 여동생들, 오빠를 역공하지만...
오빠를 귀찮아 하는 여동생들
아이가 여섯 명일 때까지도 방이 세 개인 집에서 살았다. 옹기종기 붙어사는 것도 재미나긴 했지만 큰 딸과 작은 딸의 소원은 친구들처럼 자기 방을 갖는 것이었다. 의도하지 않은 갑작스런 일로 인해 6년 전, 방이 4개인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 때 당시에 중3, 중1들과 같은 나이였던 큰 딸과 작은 딸에게 방을 하나씩 주었다. 혼자 자는 것을 무서워했던 아들은 자기에게 방을 줄 생각일랑은 절대로 하지 말라며 묻지 않아도 먼저 만류했다. 그런 터라 제일 큰방에서 나머지 4명의 아이들도 만족스럽게 지내왔다.
아들은 어느덧 큰 딸이 방을 얻었던 열여섯 살이 되었고 그 사이 한 명의 동생이 더 태어났다. 이제는 그 때와는 달리 덩치까지 커진 아이들 다섯 명이 한 방을 쓰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아이들 모두 여전히 자기 방이 굳이 필요가 없단다. 셋째와 넷째를 위해 샀던 이층 침대도 오빠만 침대에서 자고 4명의 아이들은 바닥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잔다.

동생들 “나는 오빠를 좋아 해” 외쳐야
아직까지 말도 제일 많고 잇몸이 다 드러날 정도로 입이 찢어져라 웃기도 잘 웃는 오빠. 띠동갑 동생이 이뻐서 잠을 못 잘 정도로 동생을 많이 아끼고 예뻐한다. 이쁘다는 표시를 짓궂은 장난으로 보여주는 오빠를 어린 동생들은 아주 귀찮아 한다. 하지만 오빠가 놀이터로 변하는 순간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오빠의 팬 부대가 된다. 오빠가 장난을 칠 때마다 ‘오빠 내다 버리라’고 하다가도 오빠가 안 보이면 곧장 찾아나선다. 동화 속 무서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갔다고 큰 언니들이 장난을 치면, 오빠 찾아와야 된다고 오열을 하는 동생들이다.
넷째가 지금의 어린 동생들 같았던 어느 날, ‘오빠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뭐라고 말할래?’라고 물은 적이 있다. 넷째는 서슴지 않고 ‘놀이터’란다. 바로 위아래 남매라 싸우기도 많이 했지만 홈스쿨을 하면서 사실 오빠만한 친구도 없었다. 옆에 있으면 너무 귀찮고 싫어도, 없으면 또 허전하고 심심하다 했다. 그래서 결국엔 오빠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그런 사이였지만, 지금 한참 어린 세 여동생들에게 오빠는 처음부터 없으면 안 되는 놀이터다.

오빠는, 비행기는 기본이고 두 팔 잡아 빙빙 돌려주는 놀이기구가 되어주기도 한다.이층 침대 계단 사이에 들어가기 힘든 몸을 구겨 넣어 배로 계단을 감싸고 등 미끄럼틀이 되어주기도 했다. 욕조에 물을 채워 그 위에 닭 사료통으로 산 플라스틱 드럼통을 띄우고 그 속에 어린 동생들을 태워 아주 스릴 넘치는 즐거움도 선물한다. 동생들이 심심해할 때면 보자기에 한 명씩 태운 후 그 보자기를 엮어서 기차처럼 긴 신나는 보자기 썰매를 태워주기도 했다. 놀이동산 부럽지 않은 이 썰매를 동생들은 너무 좋아했다.
그런데 오빠 놀이터를 이용하는 데는 반드시 티켓이 필요하다. 그 티켓은 바로 동생들이 “나는 오빠를 좋아해”를 외치는 것이다. 평소 짓궂은 장난 때문에 안 좋았던 오빠에 대한 기억도 “나는 오빠를 좋아해”를 외치면 낙엽처럼 떨어져 날아가 버리는가 보다. 너무 신나는 동생들은 망설이지 않고 아낌없이 “나는 오빠를 좋아해”를 외친다. 비행기를 한 번 탈 때마다, 두 팔 잡아 빙빙 한번 돌려 줄 때마다, 등 썰매를 한 번씩 탈 때마다 ‘나는 오빠를 좋아해’ 티켓을 앞 다투어 내민다. 노란보자기를 하나씩 두르고 막대기 하나씩 들린 손으로 차렷 자세를 하며 탐험준비를 마친 동생들이 오빠를 향해 충성을 맹세하듯 “대장님!”하고 큰 소리로 합창을 한다. 대장인 오빠는 대원들에게 탐험대 암호로 ‘나는 오빠를 좋아해’를 시킨다. 탐험을 시작하는 집안 곳곳에 이를 때마다 “나는 오빠를 좋아해”를 외치는 소리가 연신 들린다.

오빠 놀이터는 한여름 농막에서도, 또 한겨울 얼음판에서도 영업 중이다. 여름날 오빠는 동생들을 위해 밭에 있는 수돗가를 물놀이장으로 만들어 주겠다며 몸을 움직였다. 그늘을 위해 작은 파라솔을 수돗가 옆에 세우고 파라솔 기둥에는 밭에 뿌리는 샤워기를 달아 시원한 지하수가 머리 위에서 뿜어져 나오게 했다. 그리고 다이소에서 파는 비닐천막을 수돗가 바닥에 깔고는 물을 채우고 바로 앞 계곡에서 잡은 물고기를 풀어 동생들이 물고기랑 함께 물놀이도 하게 했다. 그러다 잡은 물고기를 다시 계곡에 살려 주기도 하면서 즐겁게 해주었다. 물놀이장에 없어서는 안 될 물미끄럼틀도 기발하게 고안해 냈다. 비닐포대에 나무판자를 넣어 평상과 수돗가 사이에 걸쳐놓고는 그 위에 샤워기로 물이 흐르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빠표’ 핸드 메이드 물놀이장은 동생들에게 최고의 여름 선물이 되었다.
오빠의 놀이터에서 한껏 행복한 동생들
함박눈이 온 겨울엔 농막 뒷동산 비탈진 언덕에 동생들을 데리고 가 눈썰매를 안전하게 타고 내려올 수 있도록 썰매 탈 자리를 봐주는가 하면 논에 물을 가득 대서 얼음 썰매를 탈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동네 어느 얼음 썰매장에선 마치 썰매를 끌어주러 태어난 오빠처럼 네 명의 여동생을 한 썰매에 태워 신나게 달리고 또 달리기도 했다. 썰매 태워주기는 계곡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디서든 재미난 것만 있어 보이면 동생들을 위해 놀이터를 만들어 주거나 기꺼이 오빠가 직접 놀이터가 되어 주곤 했다.
오빠와 동생들의 추억이 쌓이는 사이, 아파트에서 밭으로 이사한 닭들도 알을 많이 낳고 또 알을 품어서 병아리들이 태어났다. 닭들의 아빠인 오빠 덕분에 어린 동생들은 닭장에서 알을 꺼내보고 갓 태어난 병아리도 만져보는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끼는 기쁨도 누렸다. 오빠한테 받은 사랑에 답례라도 하듯 동생들은 밭에서 굼벵이를 잡거나 풀벌레들을 잡아 닭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물론 닭장 입장료도 ‘나는 오빠를 좋아해’이다.

동생들의 역공에 웃음 터지는 오빠
그런데 이젠 아홉 살 동생은 물론이고 일곱 살, 다섯 살이 된 동생들도 컸다고 순순히 ‘나는 오빠를 좋아해’를 외치지 않는다.
동생들이 좋아하는 피자를 산 오빠가 ‘나는 오빠를 좋아해’를 말해야 피자를 줄 수가 있다고 하니 막내가 한참 고민하다가 “그럼 오늘만 좋아할거야” 한다. 일곱 살 먹은 동생은 오히려 “피자 안주면 오빠 안 좋아할거야”하고 맞받아친다. 익살스런 동생들의 말에 웃음을 참지 못하다가도 끝내 ’나는 오빠를 좋아해‘라는 말을 듣고야 마는 오빠는 진짜 동생들의 사랑바라기이다.
동생들에 대한 사랑과 하나밖에 없는 오빠를 싫어한다고 하면서도 내심 아끼는 동생들의 사랑을 잔뜩 받아서인지 오빠에게는 아직까지도 사춘기가 없다. 어떻게 해서든 동생들을 재밌게 해주려고 오빠는 항상 연구중이고 또 대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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