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공신력을 잃어가는 음원차트

[김서나 기자의 핫 트렌드] 이용자 확보에만 급급, 현실 인기 반영은 미흡

사진=멜론 앱 화면 캡쳐
사진=멜론 앱 화면 캡쳐

[김서나 기자] 신곡을 발표한 가수들마다 너도나도 ‘음원차트 올킬’을 달성했다며 홍보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젠 그런 뉴스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신곡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음원 플랫폼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인기순위를 집계하다 보니 1위를 모두 석권하기 어려워진 이유가 더 크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멜론’과 만만치 않은 후발주자 ‘지니뮤직’, ‘플로’ 등이 제각기 인기차트를 개발해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어느 한 곳도 리스너들로부터 확실한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히트곡’에 대한 판단도 모호해진 상황이다.

왕좌를 지키려는 멜론, 차트 개편에 재개편까지

얼마 전까지 음원차트들은 어느 정도의 팬덤을 확보한 가수들에겐 손쉬운 상대였다.

이용자들이 현격히 줄어드는 새벽 시간에 팬들이 반복적으로 스트리밍을 해주면, 이용자들이 몰리는 아침 시간 전에 노래를 차트 상위권에 먼저 올려놓고 ‘거품 인기’를 과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악습이 되풀이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자,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계의 선두주자 ‘멜론’이 총대를 메고 지난해 여름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매시간 스트리밍 횟수를 보여주는 실시간 순위를 없애는 대신 24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상했는지 보여주는 ’24 hit’ 차트를 내놓았고, 팬덤의 힘으로 순위를 흐트러뜨리지 못하도록 새벽시간 동안은 차트를 동결시켜 두었다.

그 결과 실제 대중적 인기와 가까운 차트를 만들어낸 멜론은 많은 리스너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반면 멜론차트에서의 순위 올리기가 더 이상 만만치 않음을 판단한 가수 팬덤들은 다른 플랫폼으로 눈을 돌렸다.

지니뮤직은 ‘벅스’와 함께 실시간 차트를 고수하고 있으며, 플로는 멜론의 ’24 hit’과 유사하지만 멜론과 달리 반복적인 스트리밍 횟수도 적용해주고 있어 팬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편.

안 그래도 지니뮤직, 플로에 야금야금 영역을 빼앗겨가던 멜론은 팬덤들의 움직임에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개편 1년여 만인 지난 8월에 체면 불구하고 또다시 차트 재개편을 감행했다.

매시간 스트리밍 횟수를 다시 50%만큼 반영하는 복합형 차트 ‘TOP 100’을 내놓은 것.

신곡들의 순위 상승이 쉽도록 보완했다며 명분을 앞세웠지만, 누가 봐도 재개편의 목적은 이용자 사수였다.

그렇게 탄생한지 한달 반 정도가 흐른 ‘TOP 100’ 차트에는, 막강 팬덤을 구축한 가수들의 곡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중 장년층 팬덤을 확보한 트로트 가수들의 커버 곡들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충분히 예상되었던, 다시 과거로 퇴보한 모습이다. 절대강자였던 1위 기업이 음원 시장 점유율에 급급한 나머지 초라한 명분의 차트 재개편으로 그 위신까지 떨어뜨리고 말았다.

사진= 유튜브 앱 화면 캡쳐
사진= 유튜브 앱 화면 캡쳐

다급한 결정을 내릴 만큼 멜론이 코너에 몰리게 된 데엔 후발 음원 플랫폼들의 강력한 도전도 있었지만, 영상으로 음악을 즐기는 인구의 뚜렷한 증가 추세도 있었다.

유튜브를 통해 뮤직비디오는 물론 안무 영상, 음악방송 직캠 영상 등 다양한 컨텐츠를 소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음악을 영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음원차트 대신 음악영상의 인기순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유튜브가 익숙해진 이들 가운데 음원을 찾을 때도 아예 유튜브 뮤직 앱을 사용하는 케이스도 점차 늘어나는 중.

멜론의 힘을 떨어뜨린 지니뮤직, 플로와 무서운 기세의 유튜브, 그리고 여기에 ‘애플뮤직’, ‘스포티파이(Spotify)’까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음원 스트리밍 업계의 판도는 급변하고 있다.

결국 여러 갈래의 음원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이 흩어짐에 따라 플랫폼들은 이용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인기차트를 각자 구성해 놓는 것일 뿐 더 이상 음원차트로부터 공신력을 기대하는 건 무의미해진 듯하다.

이젠 내 마음에 드는 플랫폼, 차트, 가수, 노래를 소신대로 선택하고 즐겨야 할 시대이다.

글쓴이

김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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