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는 뭐하는 프로그램일까?

[김서나 기자의 핫 트렌드] 복고 음악 프로젝트 되풀이... K팝 앞길에 훼방

MBC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사진=MBC 홈페이지
MBC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사진=MBC 홈페이지

‘놀면 뭐하니?’가 또 노래를 한다. 패밀리십 체제를 도입하며 변화를 예고했던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가 이미 여러 번 다루었던 음악 프로젝트를 또다시 들고 나왔다.

이는 합창단 에피소드가 성공하자 재차, 삼차 반복해 식상함을 불러일으켰던 과거의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을 떠올리게 하는 행보다. 더군다나 K팝이 글로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이때, 함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지나간 옛 노래들을 붙들고 있는 ‘놀면 뭐하니?’.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무한도전’에서 노래로 시청률 재미 보더니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2018년 3월에 종영된 후 1년여가 지난 2019년 7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MC 유재석은 의기투합해 ‘놀면 뭐하니?’를 런칭했다.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이 다양한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컨셉으로 출발했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시청률 성적을 받고나서 조금씩 음악 컨텐츠를 늘려가더니 이내 노래까지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의 전신인 무한도전이 ‘무한도전 가요제’를 5차례나 열면서 매번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는 동시에 음원차트까지 장악하는 성과를 냈었기 때문.

우선 TV조선 ‘미스트롯’으로 불어 닥친 트롯 열풍에 편승해 유재석이 트롯 가수 ‘유산슬’로 변신하는 내용으로 시청률 반등에 성공한 ‘놀면 뭐하니’는 이후 시청률이 내리막길을 걸을 때마다 노래를 찾았다.

2020년 5월엔 유재석이 댄스가수로 나서면서 혼성그룹 ‘싹쓰리’를 결성했고, 스핀오프 형식으로 걸그룹 ‘환불원정대’ 이야기를 가을까지 끌고 갔다. 그리고 올해 3월부터는 발라드그룹 ‘MSG 워너비’를 탄생시키기 위한 오디션을 진행했고, 발라드 신곡을 내는 과정까지 이어갔다.

유사한 음악 컨텐츠의 반복도 문제지만 이와 함께 눈여겨볼 부분은, “여름엔 단연 신나는 댄스 곡이 제격인데 다 어디로 사라졌냐”며 ‘싹쓰리’를 만들어 놓고, 그 바로 다음해 여름엔 뜬금없이 발라드를 부르는 등 ‘놀면 뭐하니?’는 시청률에 집착해 명분도 놓아버렸다는 사실이다.

올해 9월 ‘놀면 뭐하니?’는 패밀리십 체제로의 전환을 알리며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프로젝트마다 패밀리십 멤버들의 조합을 달리하며 새로움을 주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유재석과 정준하, 하하, 신봉선, 이미주 등 무한도전 출신이거나 타 프로그램에서 유재석과 친분을 쌓은 인물들로 구성된 패밀리십은 새로움은 커녕 시청자들의 예상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조합으로 진부함을 안겨주었다. 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시청률 수치로 나타나자 ‘놀면 뭐하니?’제작진이 급하게 찾은 건 결국 또 노래였다.

11월부터 ‘도토리 페스티벌’ 프로젝트를 가동시키며 콘서트에 동참할 가수들 섭외에 들어간 ‘놀면 뭐하니?’. 이번에도 역시 직접 노래까지 부르기로 한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 하하, 이미주가 보컬그룹 ‘토요태’를 결성하고 신곡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몇 주 동안 홍보되는 만큼 시청자들의 호기심에 힘입어 이번 곡도 이전 음악 프로젝트들의 곡들과 마찬가지로 손쉽게 음원차트 상위권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MSG워너비 음원 커버. 사진=놀면 뭐하니? 인스타그램
MSG워너비 음원 커버. 사진=놀면 뭐하니? 인스타그램

무한도전과 달리 ‘추억 발굴’에만 꽂혀

‘놀면 뭐하니?’의 음악 프로젝트가 식상하게 느껴지는 건 너무 자주 반복되는 데다 옛 감성을 향한 집착이 더해져 그 식상함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무한도전 가요제는 당시의 인기 가수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예능적인 요소도 많이 넣었었다. 그에 반해 ‘놀면 뭐하니?’는 추억 소환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옛날사람들을 계속해서 등장시키고 있다.

트롯 도전을 제외하고는 음악 프로젝트들 대부분이 이효리, 비, 엄정화, 김정민, KCM, SG워너비와 라붐 등 활동이 줄거나 멈춰진 가수들을 다시 불러냈으며, 현재 방송 중인 도토리 페스티벌 프로젝트도 2000년대 초반의 싸이월드 배경음악을 추억한다며 프리스타일, 윤하, 써니힐 등을 재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쯤 되면 유재석, 김태호를 비롯한 제작진이 본인들의 젊은 시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하다. 이미 유재석은 JTBC ‘슈가맨’을 3시즌 동안 진행하며 추억의 가수 관련 컨텐츠를 다루기도 했다.

‘놀면 뭐하니?’의 선택을 받은 옛날 가수들의 경우 잃었던 인지도를 회복하면서 음원차트에도 다시 오르고 다른 프로그램으로부터 섭외가 이어지는 등 수혜를 누릴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잊혀가는 과거의 가수들을 그토록 안타까워하는 제작진은 그들에게 조명을 뺏기는 신인 가수들은 왜 안타까워하지 않을까?

과거의 노래들을 역주행 시켜주는 동안, 재미로 만들어낸 음원들로 차트를 장악하는 동안, 치열한 경쟁 속에서 노력하는 어린 K팝 가수들이 음원차트에서 밀려나가는 건 안보이는지 의문이다.

‘놀면 뭐하니?’외에도 JTBC ‘싱어게인’, tvN ‘엄마는 아이돌’ 등의 프로그램들이 추억의 가수들을 끊임없이 소환하고 있다.

아이디어 부재로 코너에 몰린 예능인과 제작진들이 음악을 매개체로 붙잡으면서 자신들의 옛이야기를 주입하고 있는데, 예능만이 아니라 음악까지 그들의 시대로 회귀시키려는 건 욕심이 과하다.

과거에 갇혀 사는 ‘우물 안 개구리’가 방송의 힘을 이용해 가요 생태계를 교란하는 ‘황소개구리’로 군림하는 꼴 아닌가. 그들이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추든, 아니면 새로운 젊은 예능인이 등장하든, 새해는 1020 세대가 트렌드의 주도권을 잡는 해가 되길 바란다.

글쓴이

김서나 기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