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대세는 맞는데 타이밍도 맞을까
민주당 발의 상법 개정안 뜯어보니 가야 할 방향, 글로벌 흐름에 맞아 이사 충실의무 조항, 미국 보다 약해 감사위원 집중투표제, 미국 보다 강해 재계 우려 일부는 맞아...시기는 고민해야
지난 19일 야당(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 공개되었다. 이번 개정안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혁신적인 조치들을 담고 있어, 한국 기업 문화외 지배구조 개선 발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반응 또한 신속하게 나왔는데, 16개 국내 주요 기업 사장단이 21일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소액주주 보호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충분하며, 급격한 변화가 기업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개정안의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상법의 본질과 목적을 이해해야한다. 상법은 기업의 생활관계를 규율하는 특별사법으로, 기업에 특유한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므로 상법 개정을 논의할 때는 규율 대상과 이해관계자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또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사실도 유의해야 한다.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한국 상법도 국제적 기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 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상법의 목적과 규율 범위
상법은 그 목적을 제1조에서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상사에 관한 특별법으로서 민법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제3편 회사’에 관한 부분으로, 이를 ‘회사법’이라고 부른다. 회사법의 주요 목적은 기업 경영의 효율성 제고, 경제 성장 촉진, 주주 및 기업 이해관계자 보호이다.
회사법은 기업 활동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민법을 보완하고, 경제 발전과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지원하면서도 이해관계자를 보호하는 균형 잡힌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상법 개정안은 기업 경영의 효율성과 이해관계자 보호 사이의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
이번 상법 개정안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주주 권익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변화들을 포함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 이사의 충실의무가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된다. 이는 이사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의 이익도 고려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는 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둘째,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되고, 집중투표제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되며, 이사와 감사위원이 분리 선출된다. 이러한 변화는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기업 경영의 책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주식매수청구권 제도가 개선되어 주요사업부 물적분할 시 반대주주의 권리가 강화된다. 이는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한층 더 강화할 전망이다.
넷째, 전자주주총회의 도입으로 디지털 시대에 맞춰 완전전자주주총회와 병행전자주주총회가 허용된다. 이는 주주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의사결정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이다.
다섯째, 기업등록시스템이 변경되지만,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슈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 중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그리고 집중투표제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에 관하여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확대하는 것은 주주의 기본적인 요구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사는 회사와의 위임 관계에 따라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지며, 이는 대부분 주주에게도 이익이 된다. 그러나 회사, 주주, 이사의 이익이 상충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하며, 이때 충실의무 규정이 중요해진다. 가장 어려운 상황은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이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도입된다면, 이사는 전체 주주의 이익 균형을 고려하고 회사의 장기적 가치 증대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해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인데, ‘충실의무’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충실하라는 의미이다.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과거처럼 소액주주보다 대주주의 이익에만 따르는 의사결정은 어려워질 것이다.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추구가 항상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과감한 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재계의 이러한 우려는 경청할 만하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살펴보면, 미국은 이미 전체 주주를 대상으로 충실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회사의 주인이 주주이므로 이는 당연한 의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기회로 소송이 남발된다면 이사의 정당한 의사결정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실무적으로 분석해보면, 소송은 증가하겠지만 남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는 별도의 책임 조항이 없고, 주주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충실의무 위반 의심 시 입증책임이 전환되어 이사가 충실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사들은 현재도 이해충돌 상황에서 판례의 법리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초기 혼란은 불가피하며, 다양한 사례와 판례를 통해 점차 정리될 것이다. 이 과정은 1-2년 정도 소요될 수 있으며, 이러한 혼돈의 시기는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상법 개정의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시기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경제가 호황기이고 기업이 여유가 있을때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관하여
현재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감사위원 3인 이상으로 감사위원회를 두고, 그 중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소액주주의 권리보호를 강화하고,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여, ESG 경영 강화로 기업 가치 상승과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 확보라는 장점이 있다. 반면, 지주회사의 경영 불안정, 외부세력의 경영간섭, 장기적 경영판단의 어려움, 기술 유출 위험 증가 등의 우려도 제기됩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주식 1주에 대해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투표방식이다. 예를 들어, 3명의 이사 후보가 있을 경우 소수주주는 1주당 3개의 투표권을 1명의 이사에게 몰아줄 수 있어, 소수주주가 지지하는 이사가 선임될 확률이 높아진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 보호와 이사회 다양성 증진을 위해 도입되었지만, 이사회 운영 효율성 저하, 복잡한 투표 과정으로 인한 주주 혼란, 전략적 투표 조작 가능성 등의 단점도 존재한다.
미국에서도 일부 주에서만 집중투표제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1998년에 도입했지만 정관으로 배제가 가능하여 도입률이 저조한 상태이다. 재계는 위 2가지 변화가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침해와 ‘먹튀’를 조장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사와 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출 방식에 대한 완벽한 해답은 없다. 소수주주 보호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권한 부여는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사냥꾼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보다 더 강한 독립성을 보장한다. 반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주는 많지 않아 이 부분에서는 개정안이 미국보다 더 강화된 규정이 될 수 있다.

상법 개정안은 대세...시행 시기는 잘 따져봐야
상법 개정안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계의 우려와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그 시행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재계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빠르고 협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그들의 우려 중 일부는 타당하며, 특히 현재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개정안의 시기적절성에 대한 의문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번 개정안은 수십 년간 축적된 변화 요구가 한꺼번에 표출된 것이라 할 것이다. 필자가 대학에서 회사법 강의를 들을 때부터 지적된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소액주주 권익 보호,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은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2024년 시행’과 같은 급격한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개정안의 내용은 학계에서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으며, 그 장단점이 명확히 규명되어 있다. 따라서 변화의 장점과 단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토론을 거친 후 단계적으로 도입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은 주주와 사회의 신뢰를 얻는 데 필수적이다. 이러한 변화가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대기업의 총수일가와 대주주의 관행들로 인해 변화의 도입시기는 더 늦추기 힘들어졌다.
또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9%로 예상된다고 한국은행이 최근 밝혔다. 내후년에는 1.8%로 떨어지는 등 잠재성장률 2.0% 이하의 성장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왔다. 1%대 저성장 전망에다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글로벌 무역갈등 우려로 수출 대기업들은 버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상법 개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지만, 그 시행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는 경제 상황, 기업의 준비 정도, 그리고 잠재적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므로 주주를 위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주식회사가 힘들어지면 주주도 같이 힘들어진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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