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1위 고려아연, 왜 美에 다 퍼주나

美제련소 프로젝트의 석연찮은 점들 -고려아연, 불리한 조건의 딜 이유 없어 -11조원 투자하고 7.2조 보증 떠안아 -미국은 실질 투자없이 JV지배력 확보 -경영권 목적 제3자배정外 설명 안돼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고려아연 이사회는 지난 15일, 미국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을 위해 미국 합작법인 Crucible JV LLC(이하 ‘JV’)를 대상으로 2조 8천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납입일은 12월 26일, 보호예수 기간은 1년, 신주 상장 예정일은 2026년 1월 13일로 계획되어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가 미국 주도의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정책에 대응하는 전략적 제휴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JV 및 그 투자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미국 현지에 통합 제련소를 구축하고, 글로벌 비철금속 공급망 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번 ‘빅딜’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이번 딜의 구조적 문제와 배경을 보다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복잡한 지배구조

고려아연이 발표한 미국 테네시주 통합 제련소 프로젝트는 기업법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상당히 복잡한 지배구조를 띠고 있다. 구조를 단순화하면, 미국 전쟁부(구 국방부)와 상무부가 핵심 주주로 참여하는 제련소 합작법인(JV)과 고려아연이 100% 지배하는 운영법인(크루셔블 메탈스)으로 나누어 추진되는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JV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19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이 유상증자를 통해 JV는 고려아연 주식 10.59%를 취득하게 된다. 여기에 고려아연의 자체 출자금 5.8억 달러를 추가해 총 25.2억 달러를 투입하여 운영법인인 크루셔블메탈스를 고려아연의 100% 자회사로 설립할 예정이다.

운영법인 설립 이후에는 미국 전쟁부 및 금융기관 차입금 47억 달러, 그리고 미국 상무부의 CHIPS Act 보조금 2.1억 달러를 추가로 확보해 총 74억 달러 규모의 투자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JV는 미국 전쟁부가 최대 의결권(40.1%)을 보유한 주주가 되며,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직전에 1,320억 원을 투입해 JV 지분 9.99%를 취득할 예정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미국 상무부 등을 중심으로 한 미국 측이 JV의 최대주주(40.1%)가 되고, JV는 고려아연 주식 10.59%를 보유하게 되며, 고려아연은 운영법인 크루셔블메탈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반대로 고려아연은 JV의 지분 9.99%를 보유하는 ‘순환적 지배 구조’가 형성된다. 더 나아가 미국 측은 향후 크루셔블메탈스 지분을 최대 34.5%까지 추가로 취득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전체 투자비 중 약 7.2조 원 규모가 외부 차입으로 조달되며, 이에 대한 포괄적 채무보증(Debt Guarantee)을 고려아연 본사가 전적으로 부담하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이로 인해 미국 전쟁부 →JV(지주사, 크루셔블 홀딩스)→ 고려아연→ 운영법인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실질적인 지배력은 미국 측이 행사하는 반면 재무적 위험은 고려아연이 부담하는 구조라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 자본으로 미국의 사실상 관영 제련소를 건설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러한 비판은 미국 측 반응에서도 일정 부분 확인되는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고려아연의 약 11조 원 규모 미국 투자를 두고 “미국의 거대한 승리(Huge win for the United States)”라고 평가한 반면, 고려아연은 자기자본을 상회하는 수준의 채무보증을 부담하고, 안보 동맹을 강조한 미국 정부가 민간 금융기관보다도 강화된 보증을 요구하면서 투자 위험이 사실상 고려아연에 집중됐다는 지적이다.

그림= 연합뉴스
그림= 연합뉴스

이상한 지분비율 9.99%

앞서 살펴본 복잡한 투자 구조를 차치하더라도, 이번 거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지분 비율의 설계 방식이다. 이번 딜로 인해 JV는 고려아연 지분 10.59%를 취득하고, 반대로 고려아연은 JV 지분 9.99%를 보유하게 되면서 상호출자 구조가 형성된다. 고려아연은 상법상 상호출자 제한선인 10%를 넘지 않기 위해 JV 지분 9.99%를 보유하도록 설계한 것처럼 보여지는데, 이 9.99%라는 숫자는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봐왔던 ‘9,980원’ 가격표와 유사한 느낌이다.

현재 알려진 고려아연의 지분 구조는 영풍-MBK 연합이 44.24%, 최윤범 회장 측이 19.41%인데 우군 포함하면 약 32%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딜을 통해 고려아연이 JV를 우군으로 확보하게 된다면 지분 구조가 비등비등해진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법적 쟁점

우리 상법은 주주배정 유상증자(신주인수권을 주주에게 균등하게 나눠줌)를 원칙으로 하되(제418조), 예외적으로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제3자 배정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정한다. 판례는 제3자 배정이 “경영상 목적달성에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하고, 회사의 경영권 분쟁이 임박하거나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 목적을 위하여 제3자 배정을 하게 되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정관에는 “회사가 경영상 필요로 외국의 합작법인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제3자 배정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지난 2023년 고려아연은 HMG글로벌(현대차그룹 계열사)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신주 5%를 발행했다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신주발행무효 판결(2025년 6월 27일, 1심)을 받은 바 있다. 이 판결에서는 경영상 목적은 인정하되 외국 합작법인을 상대로 할 수 있다는 정관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위법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번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고려아연이 JV 지분을 9.99% 취득하고, 동시에 JV는 고려아연 신주 10.59%를 취득하며, 상호출자 구조를 형성하면서도 의결권 제한은 피해가게끔 설계되었다. 이를 통해 현 경영진의 지배력 확대 효과를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영풍-MBK 측은 신주발행무효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 경우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다.

경영상 필요한 투자인가

이번 딜의 핵심 쟁점은 과연 경영상 실질적 필요성이 존재하는가이다. 여기에 더해 재무 리스크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신주발행무효 소송에서는 ▲자금 조달의 필요성 유무, ▲대체 가능한 수단의 검토 여부, ▲지배권 변동 효과 발생 여부 등을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먼저 글로벌 비철금속 제련 시장을 보면, 미국은 자국 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며 중국 제련 기업을 배제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하면 고려아연의 기술력이 글로벌 1위라는 것은 명확하다. 즉, 미국과의 협상 구도에서 고려아연은 ‘갑’의 위치에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고려아연이 이번 딜에서 지분 비율, 독소 조항 등 불리한 조건을 수용할 이유는 없다.

미국 측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요청했더라도, 고려아연은 ‘국내 온산공장에서 생산 후 미국 수출하는 안’과 ‘미국 내 현지 생산 안’을 비교 분석해야 하고 역량도 갖추고 있다. 만약 미국의 투자 요청에 응하더라도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고려아연이 어떤 조급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이처럼 불리한 구조에 서명하게 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한편, 경영권 분쟁 초기부터 고려아연 측은 국가 핵심기술 보호, 국내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이번 미국 현지 공장 설립으로 인해 저렴한 전기료와 보조금 혜택을 활용할 경우, 생산 거점이 미국으로 이동하고 온산 제련소는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또한 이번 딜이 과연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방식”인지도 불분명하다. 예컨대 JV는 제3자 배정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10.59%를 확보하고, 고려아연은 해당 투자금 19억 달러를 전액 크루셔블메탈스 설립에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목적이 단지 신생 법인 설립과 자금 확보라면, JV가 직접 크루서블메탈스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한 구조다. 더구나 미국 측이 크루서블메탈스의 지분 최대 34.5%까지 확보할 권리를 갖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래 전반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금 조달이 목적이라면, 굳이 기존 주주를 배제하는 제3자 배정 방식이 아니라,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식도 충분히 검토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체수단 검토 없이 의사결정을 했다면, 정당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지배권 변동 효과 측면에서도, 현재 열세였던 최윤범 회장 측이 이번 딜을 통해 JV를 우군으로 확보하게 될 경우, 지분 구도가 사실상 균형에 근접하게 되면서 경영권 재편에 가까운 실질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고려아연이 부담하는 재무 리스크

이번 딜에서 고려아연이 감당해야 할 재무 리스크는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외부 차입금 7.2조 원에 대해 전액 포괄적 채무보증(Debt Guarantee)을 제공하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보증 규모는 약 8.4조 원으로, 고려아연의 자기자본(7.6조 원)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고려아연의 2024년 실적은 매출 12조 529억 원, 영업이익 7,235억 원이며, 2025년 예상 실적은 매출 15조 4,868억 원, 영업이익 1조 329억 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실적과 비교해도 8.4조 원 규모의 보증은 과중한 부담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딜(deal)의 비대칭성이다. 고려아연은 11조 원을 투자하고 7.2조 원의 부채에 대한 보증까지 떠안았음에도 불구하고, JV 내에서 확보한 지분은 단 9.99%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측은 실질적 투자 없이 JV의 최대 지배력(40.1%)과 고려아연의 주식 10.59%까지 확보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이해관계의 균형이 맞지 않는 비정상적 거래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사회가 주주에게 갖는 의무

회사법 전문가의 관점에서 이번 딜을 분석하면, 합리성을 의심케 하는 요소가 적지 않다. 수치적으로도 이례적일 뿐 아니라, 불필요하게 복잡한 거래 구조, 이사회 의사결정의 시기·절차적 측면에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 결정이 주주명부 폐쇄일(통상 12월 말)을 앞두고 급하게 단행된 정황은,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겨냥한 지배구조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가장 핵심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주주들에게 이번 딜에 대해 충분하고 성실한 설명을 제공했는가이다. 주식회사는 소유(자본)와 경영을 분리한 구조로 운영되며, 주주는 총회를 통해 의견을 간헐적으로 표명하는 반면, 이사회는 상시적이고 독립적으로 경영을 수행한다. 이때 이사회의 경영 판단은 항상 주주의 이익에 부합해야 하며, 이를 위해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은 필수적인 의무다.

특히 중요한 사안일수록, 이사회는 주주에게 공개 가능한 최대 범위의 정보를 성실히 설명해야 한다.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한에서 그렇다. 이번 딜의 목적과 배경, 계약 구조, 향후 절차 등 주주들이 알고 싶어 하는 사항에 대해 이사회가 얼마나 충실히 설명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주주배정 방식이 아닌 제3자 배정을 선택한 이유, 그로 인해 기대되는 실질적 이익, 미국 측의 요구사항, 온산 제련소에 미칠 파급 효과 등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비판에 대해 납득 가능한 해명이 필요하다.

이 모든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과 자료 제시가 뒤따라야 하며, 시장과 주주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 수준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단지 투자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이사회의 신뢰와 기업지배구조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책임이기도 하다.

글쓴이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겸 (주)위츠 대표이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 후 IT기업 준법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경세 파트너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부위원장, 단국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자문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라이선스 간편거래 플랫폼 위츠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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