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출금지 시대, 망 보안이 ‘국가 안보’다

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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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AI 빗장과 신뢰의 균열 미국이 초고성능 AI 모델 ‘미토스 5’의 접근을 사흘 만에 차단한 전례 없는 사태의 이면에는, 사이버 무기급 기술이 한국의 특정 통신망을 통해 중국 등 적대 세력으로 우회 유출될 수 있다는 안보적 불신이 깔려 있다.
  • 오염된 기간망과 안보 불감증의 민낯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Five Eyes’ 수준의 신뢰할 수 있는 망(trusted network)이지만, 한국은 이미 가입자 2,500만 명의 USIM 정보가 유출되는 등 기간통신망이 깊이 침투당해 있음에도 사회 전반에 안보 불감증이 팽배해 있는 게 현실이다.
  • 소버린 AI보다 시급한 망 보안과 언론의 책무 현대 정보전에서 망의 오염은 군사적 패배와 다름없으므로 자체 AI 개발(소버린 AI)을 논하기 전에 우리 기간망의 보안부터 정직하게 검증해야 하며, 이를 단순 IT 기사로 치부하며 불감증을 재생산해 온 언론 역시, 보이지 않는 위기를 경고하는 저널리즘 본연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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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대한민국은 역사적 분기점을 조용히 통과하고 있다. 6월 12일(미국 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앤트로픽(Anthropic)에 한 통의 서한을 보냈다. 내용은 단호했다.

최신 AI 모델인 페이블 5(Fable 5)와 미토스 5(Mythos 5)에 대해 외국 국적자의 접근을 즉시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외국 국적자’는 해외 사용자만이 아니라 미국 내에 거주하는 비미국인, 심지어 앤트로픽 소속 외국 국적 직원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었다.

앤트로픽은 고민했다. 국적별로 사용자를 선별하여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정확히 구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회사는 규정 준수를 위해 두 모델의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야심차게 출시한 핵심 AI 모델이 출시 사흘 만에 강제로 막혔다.

이것은 미국 정부가 AI 모델 자체에 수출 통제를 적용한 최초의 사례로, 반도체나 클라우드 인프라를 넘어 AI의 ‘두뇌’ 그 자체를 통제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조치다.

신뢰의 균열이 초래한 촌극

이 사태를 이해하려면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을 먼저 알아야 한다. 앤트로픽이 주도하는 이 ‘사이버보안 협력 이니셔티브’는 미토스 모델의 강력한 ‘취약점 탐지 능력’을 활용해 참여 기관들이 자사 시스템의 보안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 미토스가 강력한 사이버 공격의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어 일반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후, 협력 이니셔티브를 구성해 방어 중심의 보안 연구를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미국 내 약 50개의 선별된 기업과 기관에만 접근 권한이 부여되었다.

그런데 앤트로픽이 6월 초, 프로그램을 15개국 약 150개 기관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전에 미 정부와 충분한 협의 없이 명단을 확정지었다. 문제는 그 명단에서 불거졌는데,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가 뒤늦게 제출받은 명단을 검토하던 중 “중국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한국의 통신회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앤트로픽은 해당 기업의 접근 권한을 즉시 취소했지만, 미 당국의 신뢰는 이미 손상되어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앤트로픽이 “AI 기술 접근권을 너무 광범위하게 확대했다”고 전했다.

여러 외신은 그 통신사로 SK텔레콤을 지목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소식을 공식 발표한 바 있으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한국 측 참여 기관으로 거론되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미국 정부로부터 이번 사안과 관련해 어떠한 통보도 받은 바 없다”며 “자사 통신 인프라에 중국산 장비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관련성을 부인했다. 미국 정부 역시 공식적으로 특정 통신사를 지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당국자들의 우려가 단순히 해당 통신사가 중국 기업과 직접 거래를 해서가 아니라는 점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핵심은 이미 알려진 SK텔레콤의 대규모 해킹 피해 사실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중국 해킹 조직의 소행으로 의심받는 사이버 공격을 받아 가입자 약 2,500만 명의 USIM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된 바 있다. 미국 국가안보 당국의 시각은, 이미 중국 해커들의 침투 이력이 있는 통신망을 보유한 기업이 사이버 공격 무기급 AI 도구에 접근하는 것은 그 자체가 ‘AI 모델의 우회 유출 경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토스는 상상 이상의 기술을 가졌나?

미토스 5는 얼마나 대단한 기술일까? 사태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미토스 5가 어떤 모델인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토스는 Chat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 챗봇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숨겨진 보안 취약점을 전문가 수준으로 탐지하고, 나아가 발견된 취약점을 실제로 공격하는 코드까지 자동으로 작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석과 공격의 범위는 단일 취약점에 그치지 않고 여러 취약점을 조합해 더 정교한 복합 공격을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알려져있다.

미국 안보 당국이 이를 ‘사이버 무기급 안보 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이런 도구가 적대 세력의 손에 들어간다면, 국가 기반 시설, 금융 시스템, 군사 네트워크를 겨냥한 정교한 사이버 공격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초강경 조치는 안보의 시각에서 보면 당연한 대처로 보인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앤트로픽 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앞으로 외국 국적자에게 고급 AI 모델 접근권을 부여하기 전 정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이는 사실상 미토스·페이블급 초고성능 AI 모델에 대한 접근을 미국 정부가 ‘인가제’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미국은 AI 기술 통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같은 날 터진 또 다른 대형 사건 - FISA 702 만료

공교롭게도, 미 상무부가 앤트로픽에 수출 통제 명령을 보낸 바로 그날 6월 12일, 미국 의회에서는 또 다른 안보 사태가 터졌다. 외국정보감시법(FISA) 702조가 미 하원의 연장 부결로 역사상 처음으로 만료된 것이다.

FISA 702조는 2008년 제정 이후 미국 대테러 및 방첩 감시 체계의 핵심 도구였다. 이 조항은 정보기관이 미국 밖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전화·문자·이메일 등의 통신을 영장 없이 감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대통령 일일 정보 브리핑의 60% 이상이 이 도구를 통해 수집된 정보에 기반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원은 3주간의 단기 연장안을 198 대 218로 부결시켰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정보국장(DNI)에 안보 경험이 전무한 인사를 지명하는 것에 반발한 민주당이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손을 잡은 결과였다.

다만, FISA 702조 만료가 곧 감시 활동의 즉각적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외국정보감시법원(FISC)이 2026년 3월에 이미 2027년 3월까지의 인증을 갱신해 놓았기 때문에, 현재 가동 중인 감시 프로그램들은 법령이 만료되더라도 해당 인증이 유효한 기간 동안 계속 운영된다. 실질적 공백보다는 법적·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큰 문제다.

그러나 상징적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미국이 안보와 프라이버시 사이의 균형을 둘러싸고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고, 정보 수집의 법적 기반이 흔들리는 바로 그 시점에 동맹국 통신망을 경유한 AI 기술 유출 위기가 터졌다. 이 두 사건의 동시에 발생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수 있다.

기밀정보 공유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그래픽= 연합뉴스
기밀정보 공유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그래픽= 연합뉴스

한국 안보 불감증, 소버린 AI보다 먼저 봐야 할 것

이번 사태 이후 국내외에서 ‘소버린 AI(Sovereign AI)’, 즉 국가가 자체적인 AI 개발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논의가 분출하고 있다.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는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리가 잘못한 것은 없다. 하지만 이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고 교훈을 얻지 않는다면, 그때가 우리가 잘못하는 순간”이라고 했다. 프랑스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기술에 의존한다면, 그 나라는 언제든 플러그를 뽑힐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런 논의는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맥락에서 자체 기술 역량 강화 이전에 먼저 직시해야 할 불편한 현실이 있다.

우리의 기간통신망이 얼마나 깊이 침투당해 있는가의 문제다. SKT 해킹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한국의 주요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크고 작은 해킹 피해를 반복적으로 겪어왔고, 국민의 개인정보는 너무 자주 유출되어 “또 털렸네, 내 정보가 가치가 있겠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일상화되었다. 안보 불감증이 사회 전반에 깊이 자리 잡혀 있다.

미국이 이번에 취한 조치의 본질은 단순한 기술 유출 방지가 아니다. 최첨단 AI 모델에 접근하려는 파트너가 과연 ‘신뢰할 수 있는 망(trusted network)’을 보유하고 있는가, 그 망이 적대 세력에 의해 오염되어 있지 않은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미국은 현재 AI와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만큼은 영미권 5개국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수준의 엄격한 상호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이 수준의 신뢰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기간통신망의 보안 상태를 투명하게 검증받고, 잠재적인 백도어와 침투 경로를 철저히 차단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안보·방첩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최근 미국 정보·안보 분야 고위 당국자들의 잇따른 방한 배경에도 이번 사태가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IA, NSA 등 미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거나 한국 당국자들과 긴급히 회동한 것이 단순한 외교적 방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대한민국 기간통신망의 실제 보안 상태, 특히 “어디까지 적국에게 침투당했는가?”였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는 공개된 정보가 아닌 정황에 기반한 추론이다.

분명한 것은 이것이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 가장 강력한 형태의 ‘AI 접근 차단’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낸 직후, 양국 안보 당국 간에 긴박한 접촉이 이루어졌다면 그 핵심 의제는 무역이나 경제가 아니라 통신망의 신뢰성이었을 것이다.

현대의 정보전에서 ‘망(network)의 신뢰성’은 군사적 동맹과 다름없는 의미를 갖는다. 아무리 강력한 무기도, 그것을 제어하는 통신망이 오염되어 있다면 무기 자체가 적의 손에 넘어가는 것과 같다. 미국은 바로 그 통신망의 안전을 묻고 있다. 우리는 러-우 전쟁에서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싸움은 사이버 공간에서 조용히, 하지만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뉴스 속보의 단편적인 숫자들 뒤편에는 국가 안보의 근간이 흔들리는 소리가 내재되어 있다. 그 소리가 우리에게 들리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안보 공백이다. 한국민의 안보 불감증에는 안보 위기의 심각성을 보도하지 않는 언론의 잘못도 크다고 본다.

앞선 여러 해킹 사태와 이번 미토스 사태는 단편적인 IT 뉴스로 소비되었을 뿐, 그 이면의 구조적 안보 위기, 통신망 오염, 방첩 공백, AI 기술 패권 경쟁 등을 정면으로 다룬 심층 보도는 거의 없었다. 미국 고위 안보 당국자들이 한국을 긴박하게 드나드는 동안, 국내 언론은 SKT의 주가 반등이나 기업 해명 자료를 받아쓰는 데 그쳤다.

안보 불감증은 국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복잡한 지정학적 맥락을 단신으로 처리하고, 불편한 진실보다 소비하기 쉬운 자극적 뉴스를 택하는 언론의 태도가 그 불감증을 구조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다.

언론이 국가 안보를 단순한 ‘사건’이 아닌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할 ‘의제’로 다룰 때, 시민의 인식도 비로소 바뀐다. 권력을 감시하는 것만큼, 국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위기를 가시화하는 것도 저널리즘 본연의 책무다.

소버린 AI를 논하기에 앞서, 먼저 우리의 기간망이 어디까지 뚫려 있는지부터 정직하게 들여다봐야 할 때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2:12 소버린 AI의 냉혹한 현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 AI는 내일 당장 멈춘다!
글쓴이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겸 (주)위츠 대표이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 후 IT기업 준법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경세 파트너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부위원장, 단국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자문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라이선스 간편거래 플랫폼 위츠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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