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올핸 일론 머스크를 앞설까?
지난해 CES연설과 다른 점은 폐쇄적 개발 대신 ‘AI개발 플랫폼’ 제시 디지털 트원서 진화 ‘알파 마이요’ 공개 스타트업도 자율주행 기술발전 가능케 일론 머스크 방식과 다른 접근...도전장 애플iOS 독점 깬 안드로이드OS처럼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CES 기조연설을 통해 “AI는 이제 거의 모든 영역에서 확산되며 본격적으로 번성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추론하고, 정보를 검색하며, 연구와 도구 활용은 물론 계획 수립과 미래 시뮬레이션, 결과 예측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틱(Agentic) 모델들이 실제로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며, 2026년 가장 핵심적인 AI 분야로 ‘피지컬 AI(Physical AI)’를 지목했다.
젠슨 황 CEO는 이 자리에서 피지컬 AI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했다. 피지컬 AI를 단순히 로봇에 적용되는 AI로 한정하지 않고, ‘자연의 법칙, 즉 물리(Physics)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AI’로 규정함으로써 AI가 디지털 세계를 넘어 현실 세계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보유한 AI 기술이 특정 산업이나 기기에 국한되지 않고, 물리적 환경 전반을 포괄할 수 있음을 강조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그는 엔비디아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엔비디아는 더 이상 GPU 중심의 반도체 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AI 데이터센터를 핵심 축으로 자율주행, 로보틱스, 산업 자동화까지 아우르는 ‘AI 기반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1년 전 젠슨 황의 키노트와 비교해 보면, 이번 기조연설의 핵심 테마 자체는 변화가 없었다. 다만 각 테마가 비전 제시 단계를 넘어, 현실 적용 단계로 진화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각 분야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 것인데, 그전에 지난해 CES 키노트 분석 칼럼을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한다.(칼럼: 젠슨 황의 2025년 CES 기조연설은 ‘망했다’)
베라-루빈(Vera-Rubin) 플랫폼
2026년 CES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젠슨 황 CEO의 발표는 단연 차세대 GPU ‘베라-루빈(Vera-Rubin)’이었다. 1년 전 CES 키노트에서 젠슨 황은 GeForce RTX 50 시리즈를 공개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베라-루빈을 소개하며 “이는 더 이상 단일 GPU 칩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엔비디아는 이제 CPU, GPU, NVLink 스위치, NIC, DPU, 이더넷이라는 여섯 개 핵심 구성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랙(Rack) 단위의 AI 슈퍼컴퓨터 플랫폼을 하나의 제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2년 전 ‘블랙웰’, 1년 전 ‘블랙웰 울트라’를 공개한 흐름의 연장선에서,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장비를 직접 설계·공급·설치하는 수직계열화가 사실상 완성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인공지능에 기대하는 핵심 기능은 크게 ‘학습’과 ‘추론’이다. 이를 비유하자면, 인공지능이 매우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과 유사하다. 다만 이 문제는 머리가 특별히 좋아야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계산해야 할 양이 압도적으로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에 가깝다. 예를 들어 5자리 수 덧셈을 단 한 번 푸는 것이 아니라, 이를 1,000만 번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베라는 CPU, 루빈은 GPU이다. GPU는 단순 계산을 매우 빠르게 처리하는 역할을 맡고, CPU는 복잡한 문제를 잘게 쪼개어 GPU가 처리할 수 있는 계산 단위로 분해하고 그 결과 값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앞선 예를 적용하면, CPU는 5자리 수 덧셈 1,000만 번 하는 문제를 5자리 수 덧셈 1,000개씩 1만 세트로 나누어 GPU에 배분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CPU 자체의 절대적 성능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GPU와 얼마나 효율적으로 호흡을 맞추느냐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계산량이 많은 문제를 풀 때는 중간 결과를 빠르게 기록하고 다시 불러오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이번 CES에서 SK하이닉스는 16단 적층 구조의 HBM4를 공개했는데, 루빈 GPU에는 이 HBM4가 탑재되며 메모리 대역폭은 초당 22TB에 달한다. 블랙웰의 대역폭이 8TB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 반 만에 약 2.75배 증가한 수치다. 필자가 11년간 변호사, 스타트업 대표,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축적한 모든 자료가 약 220GB 정도인데, 그 100배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1초 만에 주고받는 속도라고 생각하면 체감이 될 것이다.
AI 데이터센터의 구조를 보면, 대략 10개의 CPU와 GPU가 하나의 서버를 구성하고, 약 100개의 서버가 모여 하나의 랙을 이룬다. 이러한 랙이 수만 개 단위로 집적되어 하나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완성된다. CPU와 GPU 내부에서는 HBM이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교환하고, CPU와 GPU 사이에는 NVLink가 연결한다. 서버 간, 랙 간 데이터 전송은 스위치, NIC, DPU, 이더넷이 담당하며, 이 모든 요소가 하나의 거대한 연산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지면 기존 전기 신호 기반 통신에서는 노이즈와 손실이 커진다(전선에는 저항이 있으니까.)는 문제점이 있는데, 엔비디아가 이번 발표에서 빛을 이용한 데이터 통신,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를 강조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오픈 플랫폼 ‘알파 마이요’
지난해 11월,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 감독형 자율주행) 서비스가 국내에 도입되었다. 실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완성도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고, 현대자동차그룹의 본거지인 한국 시장에서 이뤄진 변화라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감도 커졌다. 소비자들에 의한 다양한 실도로 테스트가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중대한 사고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
이번 CES에서 젠슨 황이 강조한 핵심 역시 AI의 ‘실생활 확장’이다. 그는 지난해 CES에서 디지털 트윈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모든 상황과 변수를 직접 경험하며 학습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환경과 거의 동일한 가상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반복적으로 실행·학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트윈의 역할이다. 반면 테슬라는 전 세계에 보급된 약 1,000만 대의 차량을 통해, 실제 도로 환경에서 학습·테스트·추론·검증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1년 간의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오픈 모델 기반 플랫폼 ‘알파 마이요(AlphaMayo)’를 공개하며 테슬라의 독주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엔비디아는 이를 통해 개별 완성차 기업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던 자율주행 AI 개발 부담을 플랫폼 차원에서 낮추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올해 하반기부터 메르세데스-벤츠와 협력해 알파 마이요 기반의 자율주행 차량을 공개할 계획이다.
젠슨 황 CEO는 “알파 마이요는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 모든 차량을 위한 오픈소스 자율주행 AI 플랫폼”이라며,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보다 진화한 자율주행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기업의 폐쇄적인 기술 경쟁이 아니라,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 경쟁으로 자율주행 산업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그동안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레거시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알파 마이요는 다시 한번 선택지를 제공하는 ‘현실적인 대안’이자 새로운 기회의 창이 될 가능성이 크다.

피지컬 AI 플랫폼 ‘코스모스’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단순히 성능 좋은 ‘모델’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우리 눈에 보이는 실생활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모델 그 자체가 아니라, 현실 세계의 다양한 상황을 얼마나 폭넓게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추론·검증·테스트할 수 있느냐이다. 디지털 트윈을 넘어, 가상 세계와 물리 세계를 실질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이 핵심이 되었고, 이 지점이 바로 피지컬 AI의 출발점이다.
지난해 CES에서 젠슨 황은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옴니버스(Omniverse)’를 소개한 바 있다. 옴니버스는 물리 법칙을 반영한 정밀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으로, 현실과 거의 동일한 가상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당시 젠슨 황은 여기에 더해,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도록 설계된 세계 최초의 AI 기반 모델로 ‘코스모스(Cosmos)’ 역시 함께 공개했다.
그렇다면 올해 CES에서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지난해에는 옴니버스를 ‘디지털 트윈’이자 ‘가상 협업 플랫폼’으로 소개하며, 시뮬레이션 환경 자체의 중요성에 설명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반면 올해 젠슨 황은 코스모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코스모스를 로봇이나 자율주행 차량이 가상 세계와 비디오 기반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반복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델 및 도구 체계로 재정의한 것이다. 나아가 그는 코스모스를 ‘오픈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Open World Foundation Model)’로 규정하며, 자율주행과 로보틱스를 개발하는 누구나 시뮬레이션 기반 학습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스모스는 피지컬 AI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병목(Bottleneck)으로 지적돼 온 ‘데이터 부족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려 한다. 현실 세계의 물리적 데이터는 수집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대규모 사전 학습과 검증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엔비디아는 코스모스가 피지컬 AI가 실험실을 넘어 현실 세계로 확장되기 위한 필수적인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될 것을 희망한다.
결국 테슬라가 1등 아닌가?
결론적으로 이번 젠슨 황의 발표는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었다. 혹자에게는 다소 지루하고 느껴졌을 것이다. 실제로 작년 CES 기조연설과 비교해 보면, 내용도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이 오히려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새로운 기술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지는 순간에, 그 기술이 실생활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며, 동시에 관련 기업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20년 전 인터넷 혁명이 그랬고, 모바일 혁명 역시 같은 경로를 밟았다. 반면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도 이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번 키노트에서 젠슨 황이 드러낸 메시지는 분명하다. AI에 관한 한 처음부터 끝까지(End-to-End)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선언이다. 더 이상 ‘요리기구만 파는 회사’에 머무르지 않고, 요리 재료와 레시피, 나아가 주방 전체 시스템까지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만 가진 스타트업이 엔비디아의 인프라 위에서 곧바로 AI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플랫폼 전략이 명확히 드러난다.
젠슨 황이 특히 강조한 산업 영역은 로보틱스와 자율주행이다. 이는 필자가 1년 전 칼럼에서도 핵심 주제로 다뤘던 분야이자, 현재 테슬라가 가장 앞서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테슬라는 명실상부한 1위이며, 로보틱스 역시 현재 절대적 1위는 아니지만, 강력한 AI 기술이 결합되면서 향후 1~2년 내 선두권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테슬라는 로켓 기술도 세계 1위이다.
엔비디아가 1년 전에는 ‘가상 세계’에서 큰 그림(Big Picture)을 제시했다면, 이번에는 그 비전을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경로를 제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필자가 특히 고무적으로 보는 지점은, 테슬라의 독주에 대항할 수 있는 구조적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모바일 전환기 초기에 시장은 모두 애플의 iOS가 모든 것을 장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삼성전자의 하드웨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가 결합하며, 애플의 독점은 ‘빅2 경쟁 구도’로 재편되었다. 2026년 젠슨 황의 CES 키노트에서는, 바로 그때 안드로이드가 풍겼던 것과 유사한 ‘오픈 플랫폼의 향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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