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알 수 없는 아이돌 앨범의 ‘상술’

[김서나 기자의 핫 트렌드] 팬데믹에 수익원 줄어...앨범 판매에 매달리는 기획사들 JYP엔터, 데뷔전 걸그룹 앨범 한정 판매 마케팅도

2021 케이팝월드 페스티벌 프랑스 결승전 장면. 사진= 연합뉴스
2021 케이팝월드 페스티벌 프랑스 결승전 장면. 사진= 연합뉴스

[김서나 기자] 디지털 음원의 시대로 전환되면서 노래를 듣기 위해 음반을 찾을 일은 이제 없어졌다. 그런데 왜 아직도 앨범 판매량을 자랑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그 판매량은 도대체 누가 올려주는 걸까?

음반만을 고집하는 애호가들이 많아서가 아니다. 아이돌 팬덤들이 일당백으로 구매해주는 것.

이를 알고도 모르는 척, 팬들이 더 지갑을 열도록 온갖 꼼수들을 동원해왔던 아이돌 기획사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가수들의 활동 범위가 줄어들자 더욱 노골적인 상술도 서슴지 않고 있다.

팬심을 자극하는 각종 미끼상품과 이벤트

CD 앨범이든 usb 앨범이든, 최근 등장한 스마트 뮤직카드 형식의 키노 앨범이든 어차피 노래는 음원으로 들을 테니 큰 의미는 없다. 팬들에게 앨범은 가수의 멋진 사진들이 담긴 ‘굿즈(기획상품)’일 뿐.

물론 음악을 듣기 위한 용도가 아니더라도 팬들이 소장 가치를 느껴서 구입한다면 문제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기획사들의 욕심이 개입되면서 음반시장은 변질되어 버렸다.

시작은 앨범의 종류를 다양화시키는 전략이었다.

같은 신곡의 앨범을 두 가지 버전의 디자인으로 발매해 두 장을 같이 구매하도록 유도하더니, 이 작전이 효과를 거두자 여러 버전으로 가짓수를 점점 늘렸고, 각 멤버 별 버전까지 내놓아 다량으로 구매하도록 유혹했다.

그리고 미끼 역할을 해 줄 상품들을 끼워 넣는 전략도 개발되었다.

노래 대신 앨범의 주인공 자리를 꿰찬 포토북과 함께 포토카드, 폴라로이드 사진, 엽서, 포스터 등을 추가 구성한 기획사들은 이들 구성품을 멤버 별로 제작해 놓고도 앨범마다 랜덤으로 한두 장만을 넣는 방법으로 팬심을 자극했고, 팬들은 상술인 줄 알면서도 ‘최애’ 멤버의 사진이 나오길 기대하며 반복적으로 앨범을 사들였다.

결국 여러 장의 앨범을 집에 들여 놓고도 원하는 사진을 손에 넣지 못한 팬들이 중고거래나 물물교환을 시도하는 문화까지 고착화된 상황이다.

앨범 판매에 있어 기획사들이 특히 집착하는 부분은 바로 ‘초동 기록’이다.

앨범 발매 후 첫 주의 판매량을 나타내는 이 수치가 팬덤의 규모와 결집력을 확인시켜주는 지표이기 때문. 따라서 초기 판매를 최대한 끌어올려줄 이벤트들도 준비된다.

초도 한정 특별 포토카드, 각 음반판매사별 특전 상품, 그리고 팬사인회(팬데믹으로 인해 현재 비대면 영상 통화로 진행) 응모권들을 뿌려가며 기획사들은 팬들이 고민할 새 없이 빠른 구매를 결정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데뷔예정 걸그룹의 앨범 한정 판매 ‘블라인드 패키지’ 포스터
JYP엔터테인먼트 데뷔예정 걸그룹의 앨범 한정 판매 ‘블라인드 패키지’ 포스터

처치 곤란 앨범들, ‘기부’ 명목으로 떠넘기기

좋아하는 스타의 사진을 모으기 위해, 팬사인회에 당첨되기 위해 무리해서 앨범을 구입한 팬들은 ‘초동 기록’을 자신이 올려주었다는 뿌듯함도 잠시, 비어 있는 통장과 쌓여 있는 앨범들을 보면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충동구매의 자책에서 벗어나려면 앨범을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야 하는데, 이때 ‘기부’라는 명분을 찾은 팬들.

상당히 멋진 행동인양 처치곤란한 앨범들을 각종 단체나 지역사회에 떠넘기는 팬덤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과연 받는 분들이 원하는 도움이었을까? 기부라 하기엔 민폐가 아닐 수 없다.

노골적 상술, 무작정 기부로 이어지는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몇몇 기획사들은 실제 판매량 외에 선주문량, 출고량까지 돌려써가며 더 높은 수치 내세우기에 집착하고 있고, 한장이라도 초동 기록에 보탤 심산으로 발매 전 예약판매 기간을 점점 늘려가더니 급기야 데뷔도 하기 전에 선주문을 받는 기이한 마케팅까지 감행하고 있다.

팬덤의 기형적인 소비, 기획사의 구시대적 홍보가 멈춰질 수 있도록 음반 판매량을 객관적 인기 지표에서 과감히 제외시키는 가요계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글쓴이

김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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