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10월 넘기면 물 건너간다
[고수석의 통일수첩] 남북통신연락선 재개로 기대감 올라 10월이 남북정상회담 ‘최적기’ 내년은 북한 의전 등을 고려하면 가능성 없어
[고수석 북한학 박사] 남북관계가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다.
북한이 하루는 미사일을 쏘고 며칠 뒤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고, 또 미사일을 발사한 뒤 남북통신연락선을 재개했다. 지난 9월 15일부터 10월 4일까지 19일 동안 벌어진 일이다. 남북관계에서 이렇게 변덕스러운 시기는 거의 없었다.
남북 정상이 지난 2007년 합의한 10·4선언을 공포한 지 14년 되는 10월 4일 현재는 순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9월 25일 담화에서 언급한 훈풍이 불어올지 폭풍이 몰아칠지 더 지켜봐야 한다.
김 부부장이 9월 25일 담화에서 언급한 남북정상회담을 살펴보자. 과연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할까?
남북한 정부가 주고 받는 내용을 알 수 없지만, 10월을 제외하면 다른 선택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의 프로토콜(의전)이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예상하기도 한다. 다자외교 현장에서 경험이 거의 전무한 북한의 의전 능력으로는 어렵다. 그나마 다자외교를 경험했던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은 1대 1 정상회담만 진행했다. 북한에서 정상회담은 오직 김정일·김정은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 다자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One of them’이 되는 것은 북한 정서상 거의 불가능하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 위원장을 대신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항일 전승 70주년을 맞아 중국이 해외 국빈을 초청할 때도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지만, 북한은 최용해가 대신했다.
둘째, 10월 만큼 좋은 시기가 없다. 오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이 지나고 나면 남북한 모두 정치적으로 부담되는 날짜는 없다. 11월, 12월은 북한에게 부담되는 시기다. 두 달 동안은 올해 성과를 총화(비판+반성)하고 내년 계획을 세우는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급하게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지만 2007년 한국 대선을 2개월 정도 앞두고 추진했던 10·4 선언의 결과를 따져보면 11월, 12월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셋째,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다. 만약 남북정상회담을 했을 경우 그 내용을 실천하려면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 내년 한국 대선이 3월 9일이고 차기 대통령 취임은 5월이다. 내용에 따라 최소한 1~2개 이상은 시작하거나 마무리를 지으려면 10월 밖에 없다.
10월을 넘기면 남북정상회담은 물 건너간다. 정부 내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김 부부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할 것으로 보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조건이다. 북한은 지난 4일 남북통신연락선을 재개하면서 추상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북한은 “남북통신연락선 재가동의 의미를 깊이 새기고 남북관계를 수습하며 앞으로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는 데서 선결되어야 할 중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을 한국에 요구했다.
방점은 ‘선결되어야 할 중대 과제’에 찍혔다. 외교적 메시지는 알 듯 말 듯 표현하기 마련이다. 한국 정부는 그 ‘중대 과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선 해결돼야 남북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참 어렵다. 해결할 수 있는 중대 과제면 벌써 해결했을 것이다. 남북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10월이 마지막인데, 중대과제를 해결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성공할지 궁금하다.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말이 생각난다. “무지개를 바란다면 우선 비를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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