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의 8할은 밭에서 배운다
[김미영의 7남매 홈스쿨 일기] 자연속에 쑥쑥 자라는 아이들...셋째는 사업가!
[김미영 전업주부] 한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경기도 양평 양수리에서 홈스쿨 가정들과 모임을 가졌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부모들이 재능을 나누어 오전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운동을 좋아하는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생태공원에서 축구나 야구와 같은 놀이를 했다. 그 외 삼삼오오 짝을 지은 아이들은 공원 안에서 쑥을 뜯거나 곤충과 올챙이를 잡거나 다양한 놀이거리들을 찾아서 놀기도 했다.
밭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이렇게 놀이를 하다보면 어느새 교통지옥을 거쳐 서울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된다. 돌아오는 차에서 나도 아이들도 파김치가 되지만 우리는 토요일만 손꼽아 기다렸다. 일주일 내내 시내 한복판 아파트 단지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에게 토요일은 자연을 만끽하며 마음껏 뛰고 심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부모인 나에게도 일주일간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고 소모된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약 8년 전 즈음에 남편이 양수리 생태공원 옆에 있는 텃밭을 5평정도 얻어서 아주 작은 규모로 밭농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여름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밭을 덮어버리는 풀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밭일을 접으라고 했다. 홈스쿨링만하기도 바쁜 나에게 밭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소모적인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남편은 홈스쿨의 8할을 밭에서 배운다며 부모도 아이들도 밭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오히려 밭 규모를 점점 늘려갔다. 서울시민을 위한 친환경 텃밭과 개인이 빌려주는 주말농장 등 남편은 다양한 정보로 밭을 얻어나갔다. 처음엔 양평에서만, 그 다음엔 양평과 강서구 끝자락에 있는 개화, 두 군데를 오가다 나중엔 양평과 고양시 그리고 파주시 이렇게 세 군데를 한꺼번에 오가며 주말농장을 가꾸었다.

‘홈스쿨 잘 할수 있을까’ 걱정 덜어내고
학교에 보내지 않고도 아이들이 잘 클 수 있는지 내가 불안해 할 때마다 남편은 나에게 밭에 나와 보라고 했다. 밭에 나와서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고 배우라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밭에 나가서 보면, 뿌린 씨가 싹이 돋고 또 때가 되면 정말 씨앗이 품고 있던 정체성이 열매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참으로 신기했다. 홈스쿨을 책으로만 배우려던 나도 점점 밭일을 하며 스스로 크는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되었고 아이들이 잘 클 수 있을까에 대한 염려를 내려놓게 되었다.
감자로 시작해서 방울토마토, 상추, 알타리, 배추, 김장 무 등을 처음 심어 보았다. 제법 열매가 열리고 홈스쿨 가정들과 나누어 먹을 만큼 풍성한 수확도 거두게 되었다.
파주에서는 여섯 가정이 한 해 농사를 함께 지어서 가을 수확기엔 김장배추 대회를 열어 배추 크기로 상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각 가정이 거둔 수확물로 요리를 해서 파티를 열었다. 아이들도 직접 재배한 열매로 만든 음식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한껏 먹고 윷놀이로 한판 어우러져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던 그 시간이 지금도 그리워진다.

남편이 쉬는 날이면 아이들과 함께 아침엔 밭에 나가 일하고 더운 낮에는 계곡을 찾아 물놀이와 낚시를 하고 선선한 가을엔 밭 주변에서 밤을 줍거나 직접 캔 고구마를 구워 먹기도 했다. 풀 때문에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일손이 적잖이 도움이 되었다. 첫째부터 넷째까지 둘씩 짝을 지어 마주보고 앉아 풀을 뽑으면 밭이 금방 깨끗해진다. 넷째와 다섯째에게는 흙과 풀이 놀잇감이고 밭 그 자체가 언제나 놀이터였지만 일이 많아지면서부터 큰 아이들은 점점 밭일에 시큰둥해지기 시작했다.
그즈음 남편이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고양시 주말농장에서 분양받은 밭을 다시 무상으로 분양해 줄테니 뭐든지 심어서 얻는 열매는 경작한 사람의 것이고 작물은 시가로 사주겠다”는 것이다.
사실 남편은 소비문화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생산적인 활동을 가르쳐주고 싶어 했다. 돈을 번다는 소리에 열 한 살짜리 아들이 번쩍 손을 들었다. 아들은 혼자 힘으로 배추를 심어서 가꾸었다. 약을 안쳐서 벌레가 많이 먹고 홀쭉한 게 김장을 할 수 있는 생김새는 아니었으나 국을 끓여먹으면 참 고소하고 맛있었다.
사업가 기질 보여주는 셋째
그런데 아들이 “배추 한 포기에 만원을 받아야겠다”고 한다. 자기가 새벽부터 나가서 고생하고 유기농으로 하느라 벌레까지 잡고 그 수고가 너무 대단하다는 것이다. 나는 아들에게 “아무리 유기농이어도 이렇게 볼품없는 배추를 절대 한 포기에 만원 주고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중에서 배추 한 포기가 얼마인지 보여주기 위해 마트를 데리고 갔다. 마트에서는 배추 한포기에 3000원 정도 했다. 유기농이고 정성이 많이 들어갔어도 모양이 형편없으면 상품가치가 없다며 아들과 포기당 1500~2000원으로 협상을 했다.
그 다음해에 아들은, 작물을 잘 키워보겠다고 나름 연구를 하여 오줌 액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2리터(ℓ) 페트병에 오줌을 받아서 숙성을 시키는데 손님이 갑작스레 오실 때면 순발력을 발휘해 받아놓은 오줌을 감추곤 했다. 그렇게 오줌 액비를 만들어 작물에 뿌렸는데 정말 잘 자란다. 자기 오줌을 먹고 컸다고 자부심이 아주 대단했다.

밭에 아욱과 고추도 심었다. 그런데 고라니가 싹을 따먹었다. 아들은 아욱과 고추를 지키기 위해 나름 머리를 썼다. 고춧대 위에 밤송이를 달았다. 고라니가 먹으려고 수그리면 머리에 찔려서 아프게 할 의도인 것 같았다. 그리고 소리가 나서 놀라도록 빈 페트병을 꽂아 두기도 했다. 그런데 슬프게도 별 효과는 없었다. 또 무도 심었는데 무 농사는 아주 잘 되어서 용돈을 제법 벌었다.
열심히 일하는 아들을 보고 밭주인 아저씨가 남는 땅 3평 정도를 2만원에 추가로 대여해 주시겠다고 하자, 아들은 냉큼 그 밭을 대여 받았다. 무엇을 심을까 숙고한 끝에 주 고객인 가족이 좋아하고 쉽게 키울 수 있는 방울토마토로 밭을 채웠다. 식구가 많으니 방울토마토는 따는 대로 소비가 되고 밭에 다시 갈 때쯤이면 또 열려있고 밭 대여료와 모종 값을 빼고도 나름 남는 장사였다.
아들은 농사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재밌어진 모양이었다. 자기는 심고 돌보지만 정작 자라게 하는 것은 자기 능력이 아닌데 하늘에서 햇빛과 비를 맞고 땅에서는 양분을 공급 받으며 갈 때마다 쑥쑥 자라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몇 해 밭일을 열심히 해서 모은 돈으로 아들은 꿈에도 그리던 가성비 좋은 ‘드론’을 장만했다.
이제 밭은 우리 가족에게 생명의 신비와 함께 땀의 가치를 배우는 배움터요, 둘도 없는 놀이터요, 또 이웃과 함께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나눔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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