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다시 맞은 작곡가들? 샴페인은 넣어둬
[김서나 기자의 핫 트렌드] 히트곡 탄생엔 여러 변수 작용, 작곡가의 자만은 금물
[김서나 기자] 올해 가요계의 특징 중 하나는 과거의 ‘히트곡 제조기’들이 다시 음원차트에 복귀했다는 것이다. 특히 프로듀싱을 맡은 걸그룹의 노래가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주가가 재상승한 작곡가들이 관심을 모았다. ‘롤린(Rollin’)’의 용감한 형제, ‘에이셉(ASAP)’의 블랙아이드필승, 그리고 ‘넥스트 레벨(Next Level)’의 유영진이 그들이다.
이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들 작곡가들은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지만, 아쉽게도 후속작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전작에 비해 뜨뜻미지근하다. 과연 이들의 ‘제2의 전성기’는 계속될 수 있을까?
‘롤린’의 역주행은 용감한 형제의 공로?
2007년 지드래곤(G-Dragon)과 공동으로 작업한 빅뱅(BIG BANG)의 ‘마지막 인사’로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손담비의 ‘미쳤어’, 씨스타(SISTAR)의 ‘나 혼자’, 틴탑(Teen Top)의 ‘장난아냐(Rocking)’ 등으로 연속 히트를 기록하며 스타 작곡가로 떠오른 ‘용감한 형제’.
하지만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그가 직접 기획했던 브레이브걸스(Brave Girls)를 비롯한 소속 가수들은 주목을 받지 못했고, 2015년에 선보인 AOA의 ‘심쿵해’ 이후 작곡가로서의 그의 명성도 퇴색되어갔다.
그런데 올해 초 갑자기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세상에 나온 지 4년만에 음원차트를 역주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해 발매된 ‘운전만해(We Ride)’까지 그 뒤를 따르자 이에 한껏 고무된 용감한 형제는 브레이브걸스의 신곡 발매를 서둘렀다.
씨스타 해체 후 공석이 된 ‘서머퀸’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며, 새 앨범의 이름을 대놓고 ‘SUMMER QUEEN’으로 내걸고 타이틀곡 ‘치맛바람(Chi Mat Ba Ram)’으로 컴백한 브레이브걸스는 하지만 롤린이 한껏 올려놓은 대중의 기대치를 맞추지는 못했다.
롤린 역주행의 불씨는 브레이브걸스가 군부대에서 공연했던 영상이 화제를 일으키면서 타올랐는데, 영상 속 군인들의 함성과 떼창, ’가오리 춤’으로 희화화된 포인트 안무 등이 불쏘시개가 되어 준 것을 간과한 용감한 형제와 브레이브걸스는 온전히 자신들의 인기로 얻어진 성과라 착각하고 ‘서머퀸’이라는 목표를 쉽게 보았던 것.
조급해진 용감한 형제는 두 달여 만에 브레이브걸스의 또 다른 신곡 ‘술버릇(운전만해 그후)’을 성급히 내놓는 무리수를 감행했고, 제목부터 올드하다는 혹평과 함께 술버릇은 차트에서 사라졌다.

용감한 형제가 탐냈던 ‘서머퀸’의 칭호를 씨스타에게 안겨줬던 작곡가가 바로 ‘블랙아이드필승(이하 블아필)’이다.
각자 작곡 커리어를 쌓아가던 최규성, 라도가 블아필이라는 팀을 이룬 후 처음으로 작업한 곡이 바로 2014년 씨스타의 대표곡 ‘터치 마이 바디(Touch My Body)’.
단숨에 네임드 작곡가로 급부상한 블아필은 ‘우아하게(OOH-AHH하게)’, ‘치얼업(CHEER UP)’, ‘티티(TT)’로 이어지는 트와이스(TWICE)의 3연속 히트작을 완성하며 각종 음악 시상식에서 작곡가상을 휩쓸었고, 이후에도 청하의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 ‘벌써 12시’등 수작을 계속 만들어내며 이름값을 유지했다.
‘하이업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아티스트 육성에 도전한 블아필은 2020년 11월 첫 선을 보인 1호 걸그룹 ‘스테이씨(STAYC)’를 통해 기획자로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는데, 데뷔곡 ‘소 배드(SO BAD)’가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더니 올해 4월 발표된 ‘에이셉(ASAP)’이 제대로 일을 냈다.
톡톡 튀는 비트에 재미있는 ‘꾹꾹이 춤’, 그리고 신인답지 않은 스테이씨 멤버들의 탄탄한 실력이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음원차트 탑텐에까지 진입한 것.
이에 에이셉의 매력에 빠진 팬들을 잡아 두기 위해 블아필은 9월 스테이씨의 정규앨범을 발매하며 타이틀곡 ‘색안경(STEREOTYPE)’을 내놓았는데, 그 결과는 아쉬웠다.
과감하게 사운드와 노랫말을 덜어내 가볍고 신선한 느낌을 주었던 전작과 달리 색안경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쏟아낸 듯 꽉꽉 채워져 텁텁한 느낌이었다. 노래는 에이셉과의 연속성을 가져가지 못했고 포인트 안무도 꾹꾹이 춤의 임팩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원래 스테이씨의 데뷔 곡으로 준비했던 노래였다며 마치 비장의 무기인 듯 블아필은 색안경을 홍보했지만, 이는 다시 말하면 오래 묵은 곡이었다는 뜻. 인기의 폭발력을 키울 수 있었던 절호의 타이밍에 안이한 선택을 했다.

‘넥스트 레벨’의 성공은 SMP 덕분?
대형 기획사로서 국내 인기 아이돌의 계보를 이어온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2020년 11월 새로운 걸그룹 ‘에스파(aespa)’를 야심 차게 선보였다.
하지만 4명의 멤버가 가상세계의 아바타 멤버와 교감한다는 난해한 컨셉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그쳤는데, 에스파의 색깔을 보여주면서 빠르게 대중 속으로 파고들 만한 곡을 찾던 SM은 영화 ‘분노의 질주: 홉스&쇼’의 OST 중 애스턴 와일드(A$ton Wyld)가 부른 ‘Next Level’을 발견했고, 이 곡의 리메이크 작업을 유영진에게 맡겼다.
SM 초창기부터 H.O.T., 신화, 동방신기 등 소속 아티스트들의 수많은 히트곡들을 탄생시킨 유영진은 웅장한 비트와 비장한 랩, 그리고 바이브레이션을 사용하는 특유의 창법으로 소위 ‘SMP(SM Music Performance)’를 구축한 인물이다.
2000년대 후반 에프엑스(f(x))의 등장 이후 SM이 독창적인 컨셉과 트렌디한 음악을 추구하면서 유영진은 자연스럽게 활동이 줄었는데, 2020년대 걸그룹의 앨범 작업으로 다시 전면에 나섰다.
유영진은 원곡의 비트를 그대로 살리면서, ‘Check it out’을 ‘제껴라’로 바꾸는 등 가사를 각색하고 한국적인 멜로디를 더하는 방식으로 리메이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가 뜻밖의 대성공으로 이어지자 그 수혜를 흠뻑 입었다
‘이것이 바로 ‘SMP’다’라며 SM이 유영진을 떠들썩하게 띄우는 사이, 리메이크 곡의 완성도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원곡의 존재는 가려졌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유영진은 에스파의 신곡 ’새비지(Savage)’의 작곡진에도 이름을 올렸다.
전작의 인기와 화제성에 힘 입어 신곡은 무난하게 차트 상위권까지 도달했는데, 하지만 이 성적을 두고 1020세대가 유영진의 SMP스타일에 매료되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역주행 서사, 깜찍한 안무, 뛰어난 원곡 등이 바탕이 된 성과를 두고, 자신의 작곡 실력에 도취해 샴페인을 터뜨린 작곡가들.
다음 곡을 내놓을 때쯤 대중의 기대치는 지금보다 낮아져 있을 테니 이를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맘껏 곡들을 풀어낼 것이 아니라 먼저 전작의 흥행 요인을 돌아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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