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탈중입미(脫中入美) 성공할까?

[고수석의 통일수첩] 35일간 두무불출한 김정은 코로나-19, 미중 관계, 북미 관계 3종 세트 해법 찾느라‘ 햄릿’된 듯 한미가 ‘탈중입미’ 무대를 만들어줘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양강도 삼지연시에 새로 들어선 주택들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양강도 삼지연시에 새로 들어선 주택들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고수석 북한학 박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문불출한 지 35일 만에 지난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삼지연시 건설사업장 현지지도를 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한 달 정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뉴스가 된다. 삼지연시는 백두산이 있는 곳이다. 김 위원장은 머리가 아프거나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이곳을 찾곤 했다.

김 위원장은 어떤 고민을 했길래 35일 동안 두문불출했을까? 추측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장 큰 고민은 코로나-19다. 2년 가까이 북중 국경을 폐쇄해 죽을 맛이다. 기본적인 생필품마저 부족해 제2의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해외 지원을 받기도 겁이 난다. 행여나 해외에서 들어온 물품 속에 코로나-19라도 묻어있으면 큰 일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바람은 전 세계가 백신을 접종을 받아 면역체계가 완성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언제냐다. 현재는 기약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북한 자체를 바꾸려고 한다. 그동안 말로만 했던 자력갱생을 제대로 하고 있다.

‘부패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썩을대로 썩은 내부 경제구조를 바꾸고 문제가 있는 책임자는 처벌을 계속하고 있다.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도 과거에는 급할 때 중국과 한국에 손을 벌려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여러 차례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대답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정은이 ‘햄릿’ 된 이유

둘째, 불편한 미중 관계다. 김 위원장의 속내는 중국보다 미국에 더 가까이 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이 북한을 죽지 않을 정도만 도와준다고 인식하고 있다. 미국이 도와준 한국을 보면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그래서 중국의 도움에 고마워하면서도 불만이 많다. 다만 겉으로 어쩔 수 없어 웃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김 위원장은 ‘탈중입미(脫中入美)’를 시도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싱가포르·하노이에 했던 북미정상회담을 통해서다. 당시 중국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북한이 사전에 설명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일정이 공개되기 전후로 중국 정보당국이 북미 관계와 관련된 정보 수집에 혈안이 됐던 데서 알 수 있다.

미국도 김 위원장의 생각과 비슷하다. 미국은 중국 견제용으로 북한을 떼내 한미일에 붙이고 싶어한다. 인도를 인도·태평양 전략에 포함시킨 것과 같은 전략이다. 북미가 같은 생각을 하지만 현실적으로 녹녹치 않다. 북한이 그동안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절대로 스스로 하지 못한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북한은 중국에게 ‘순망치한’이다. 중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중 관계가 불편해질수록 김 위원장의 탈중입미는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시진핑의 집권 연장도 김 위원장에게 부담이다. 시진핑의 통치스타일로 보면 과거보다 북한에 고압적일 수 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겉과 달리 미국과 손을 잡고 싶어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햄릿’이 되는 이유다.

셋째, 북미 관계 개선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냈지만 탐탁치 않아 한다. 조건없이 대화부터 하자는데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빈손’ 외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확실한 담보가 보장되지 않으면 대화를 위한 대화는 피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북한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셔면 부장관은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을 수행했으며 대북정책조정관도 역임했다. 이런 인연으로 북한과 관계가 깊다. 북한은 자신들을 잘 알고 있는 셔먼 부장관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김 위원장의 이런 고민을 한국은 활용할 필요가 있다. 어렵다는 소리는 그만하자. 그것은 직무 태만이다. 언제 우리가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남북관계를 추진한 적이 있던가. 김 위원장이 원하는 탈중입미가 당장 어렵더라도 미국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미국이 김 위원장의 탈중입미를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유종의 미를 거두는 진정한 ‘운전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쓴이

고수석 북한학 박사

고수석 박사는 중앙일보 기자로 20여년 동안 통일이 한국의 성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통일․북한 분야를 취재했으며 고려대에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중앙일보에 ‘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중앙SUNDAY에 ‘평양탐구생활’을 기획연재했다. 저서로는『북한을 움직인 30인』, 『김정일과 IT혁명』등이 있다. 지금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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