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야 가라...어떤 차로 속을 달랠까

[김세리의 차와 술이야기 ‘다주탐탐’] 애주가들의 옆자리엔 좋은 차가 있었다는데

술과 차를 함께 할수 있도록 공간을 만든 '아리음'과 고아름 대표. 사진= 김세리
술과 차를 함께 할수 있도록 공간을 만든 '아리음'과 고아름 대표. 사진= 김세리

[김세리 성균관대 초빙교수]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지만 연말 송년회로 술자리를 강행하는 이들이 많다. 오늘은 차의 효능, 숙취해소에 대해서 알아보자. 술을 마실 때 차를 곁들이면 아무래도 술에 덜 취하고 속도 훨씬 편하다는 것은 예전부터들 알고 있었다.

백거의, 이백, 두보 등 중국 고전문학에 등장하는 소문난 애주가(愛酒家)가들은 대부분 애다가(愛茶家)이기도 했다. 중국의 고서(古書) 『광아廣雅』에 ‘차를 마시면 술이 깨게 된다’라고 기록되어 있고, 일본 가마쿠라[鎌倉]시대의 승려 에이사이(榮西) 선사의 저서 『끽다양생기(喫茶養生記)』 에도 ‘술로 인한 갈증으로 차 한잔 마신다네, 술을 마시면 목이 말라 마실 것이 필요한데, 그 때 오직 차를 마시는 것이 좋고, 다른 것을 끓인 물을 마시지 말라. 반드시 여러 가지 병이 생기는 까닭이다’라고 했다.

이름난 애주가 이규보 선생은 스스로 삼혹호(三酷好)란 호(號)를 지니고 살았을 만큼 술, 거문고, 시 등 3혹을 좋아했다. 그리고 차에 대한 마음이 특별했다. 어느 날 스님을 찾아갔는데 내오는 술을 사양하며, 차를 마시며 읊었던 시문이 남아있다.

이규보의 영정
이규보의 영정

내가 지금 산방을 찾아온 것은/
술을 마시려고 해서가 아닌데/
올 때마다 술자리 베푸니/
얼굴이 두껍기로 비할 데 없네./
스님의 품격은 자못 높아서/
오직 향기로운 차를 마시기 때문이니/
몽정의 새싹을 따서/
혜산의 물로 달여 낸다네./
차한잔 마시고 이야기 나누어/
점점 깊고 깊은 경지로 들어가니/
이 즐거움 참으로 청담하니/
어찌 술에 취할 필요가 있겠는가./

我今訪山家 飮酒本非意 每來設飮筵 顔厚得無泚 僧格所自高 唯是茗飮耳 好將蒙頂芽 煎却惠山水 一甌輒一話 漸入玄玄旨 此樂信淸淡 何必昏昏醉 「동국이상국집」

애주가 이규보가 술을 사양했다고 해서 차를 더 좋아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날의 분위기나 상황에 따라 주인공이 달라졌을 뿐, 그는 맛좋은 술도 향기로운 차도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함께 즐겼다.

늘그막에 세월 보내긴 맛 좋은 술뿐이요/
사람을 놀라게 하는 건 철 늦은 꽃이로다/
악수에게 차를 빌고/
이웃집의 대나무 구경한다./
送老唯芳酒 驚人忽晩花 乞茶憑岳叟 看竹賴隣家「동국이상국집」

중요한 것은 술도 차도 자연과 함께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도록, 적당히 즐기며 적당히 취하는 중용(中庸)의 맛을 아는 것이다.

술과 차를 함께 하는 공간과 방식에 대해

가까운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술이나 음식을 먹으면서 차마시는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편이다. 한국에서는 중식당에서 내어주는 쟈스민차 정도가 음식과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최상의 만남이다. 그마저 한국차도 아닌 중국차라는 점에서 조금은 아쉽다. 그런데 요즘 술과 차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리음我利饮(대전 유성구 문지로 323-15, 대표 고아름)’은 직장인들이 퇴근후에 가볍게 술한잔과 차한잔을 함께 할 수 있는 바(bar) 형태의 공간이다. 우리차와 우리술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이채롭다. 전문적인 테스팅을 통해 뛰어난 향미를 가진 우리차와 술을 제공한다고 하니 공간주인의 우리문화에 대한 애정도 어지간하다.

하루의 긴장을 풀어주는 술한잔이 필요하고 취하는 대신 이야기 위주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다음날을 위해 부담스럽지 않게 마시고 싶을 때, 여운있게 향기로운 차로 취하고 싶을 때, 늦은 밤시간 과한 안주로 살찌우고 싶지 않을 때 어울리는 곳이다.

술자리에서 차를 곁들여 함께 마시면 확실히 덜 취하고 다음날 숙취 또한 덜한데, 이를 겨냥해 출시된 숙취전용차도 있다. 비체의 ‘숙취탕탕’은 휴대용차로 편리한 티백 타입이다. 이 회사의 신혜현 대표는 “현대인의 아침 해장으로 해장국보다 빠르게, 맑음을 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평상시에도 차로 애용할 수 있도록 맛밸런스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물론 전용차가 아니더라도 따뜻하게 마시는 차는 숙취해소에 도움을 준다.

애주가를 겨냥해 숙취해소에 좋은 차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갖고 있는 '숙취탕탕'. 사진=김세리
애주가를 겨냥해 숙취해소에 좋은 차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갖고 있는 ‘숙취탕탕’. 사진=김세리

숙취해소용 차를 추천한다면, 술 마신후 속쓰림의 상태가 무난한 정도라면 어느차를 마셔도 무방하지만, 속쓰림 상태가 심각하고 괴로울 정도라면 연두빛이나 녹색계열보다는 갈색류 위주의 차가 좋겠다. 보이차류 중에서는 숙차계열의 진한 갈색 빛깔이나 흑차계열의 육보차나 천량차 등이, 그리고 한국 황차, 홍차, 떡차류 등도 속을 편안하게 하면서 향기가 부드럽고 약성이 좋은 차들이다. 예쁜 향기가 나는 차들은 오히려 속을 거북하게 할 수 있다.

술과 차를 마시는 풍류의 본질은 그 향기로움을 즐기며 적당하게 취하고 깨어나는데 있다. 잘 만들어 익힌 술도 향기롭고 잘 만들어 제다(製茶)한 차도 향기롭다. 문제는 풍류의 과잉으로 즐기려할 때 일어난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 그 상태에서 깨어나긴 하지만 숙취라는 고통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지나치지 않는 술잔, 지나치지 않는 찻잔, 지나치지 않은 말, 지나치지 않은 행동, 지나치지 않은 중용(中庸)의 시간이 필요한 연말이다.

글쓴이

김세리 성균관대 초빙교수

김세리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초빙교수. 성균관대학교 철학박사. 한국차문화산업연구소 소장. 동아시아 차문화 연구와 한국 현대 다법 및 차문화 콘텐츠를 다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차분야별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동아시아차문화연대기 <차의 시간을 걷다>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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