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도 차를 좋아할까...북한의 차와 술이야기
[김세리의 차와술이야기 “다주탐탐”] 추운 북한에 차나무?...김일성 주석때부터 대표적인 차는 ‘은정차’...품질도 뛰어나 술도 다양한 종류와 귀하지만 고급 품도 많아
중국의 남부, 인도 아쌈을 포함한 동남아 일대는 야생 차나무가 발견되고, 실제로 차나무가 자생하기 좋은 환경이다. 물론 이 지역은 대표적인 차생산지이다. 차생산량이 많다고 해서 차를 많이 소비한다는 뜻은 아니다. 국가별 1인당 연간 차 소비량을 살펴보면 터키가 일인당 3.16kg으로 차 소비 세계 1위이며 그 다음이 아일랜드, 영국, 러시아순이다. 중국은 19위, 한국은 39위다.
흥미로운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추운 나라인 러시아인들의 차소비가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다. 러시아는 영하 40~50도의 추위로 차나무가 살기엔 적합하지 않다. 기온이 너무 춥거나 더워도 안되는데 연평균 기온 영상 13~15도가 차나무 성장에 적당하다. 최저 기온이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가면 성장을 멈춘다.
그러나 러시아 인들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홍차에 각설탕 몇 알 넣어 따끈 달콤하게 마실 정도로 차는 그들의 오래된 문화이며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주인공이다. 많은 양의 차를 수입하기 때문에 오히려 전세계의 다양한 차들을 마트나 시장에서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와 가장 가깝고도 먼나라 북한은 어떨까. 경직된 이미지의 북한에서 과연 차를 마시기는 하는 걸까? 술은 마셔도 되는 걸까?
북한에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사람 사는 곳이라면 희노애락의 감정이 함께 하는 것은, 남한이든 북한이든 지역과 이념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도 그들도 기쁜 일에 함께 웃고 슬픈 일에 함께 슬퍼하며, 차 마시고 술 마시며 문화를 나눈다. 북한의 차 문화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우리 예상보다 더 체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북한도 러시아처럼 지역적으로 차나무가 성장하기 그리 좋은 조건이 아니어서 자연적으로 차군락이 조성되지는 않았다. 1982년 9월 중국 산동성을 방문한 김일성 주석이 그곳에서 자라는 차나무를 같은 위도상에 있는 황해남도 강령군과 강원도 고성군에서 재배하도록 지시했다. 북한은 다음해부터 본격적인 차나무 연구, 재배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사업을 김정일 위원장이 이어받았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은정을 후세에 길이 전한다는 의미에서 차 이름을 ‘은정(恩情)차’로 짓고 2008년 12월부터 차나무를 대대적으로 심도록 했다.

이후 은정차는 북한을 대표하는 차(茶) 브랜드가 되었다. 북한에서는 2009년 황해남도 강령군에 ‘강령은정차재배원’과 ‘금동은정차재배원’이, 강원도 고성군에 ‘고성은정차재배원’이 세워졌다.
강령군과 고성군에서 생산한 은정차는 평양시 창전거리와 영광거리, 창광거리의 은정차집을 비롯하여 양각도국제호텔과 연풍과학자휴양소에서 공급되고 있다. 은정차는 황해남도 강령군에서 재배되는 강령록차, 강령홍차 그리고 강원도 고성군의 고성록차, 고성홍차, 철관음차를 주력으로 하는데 최신 설비에 엄선된 공정으로 제다하기 때문에 차의 품질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강령록차를 품평한 국내 차전문가들도 차품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인정하고 있다.

북한의 차문화는 상당히 실질적이다. 특별한 다례법은 없지만, 생활에서 차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노동신문 1면에 가족이 차마시는 모습을 올리기도 하고, 당국이 전국적으로 차마시기를 확산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여름에는 녹차와 홍차를 시원한 냉차 형태로 야외 매대에서 만날 수 있다. 남성들은 녹차를 좋아하고 여성들은 홍차를 즐겨 찾는다고 한다. 거리에서 만나는 시원한 차한잔도 좋을 것 같다. 지난해인 2021년 3월 평양시 낭랑구역 남사리 지구에 은정차 음료공장이 세워져 김덕훈 내각 총리와 주철규 내각 부총리 등 간부들이 공장을 돌아봤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바 있다. 최첨단 대형 시스템을 통하여 더 많은 은정차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차나무 경작지도 해마다 계속해서 늘리고 있고 ‘조선의 차문화’라는 기념우표를 발간하는 등 북한정부의 차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이고 꾸준하다.
산 좋고 물 좋으면 술맛도 좋지!
남한의 술도 지역이나 재료별로 종류가 다양하게 나누어지듯 북한 술도 종류가 상당하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백두산 들쭉술’을 시작으로 대동강 맥주, 평양소주, 목련포도술, 개성고려인삼술, 강계 인풍술, 룡북곡주, 학무 도토리술, 황구렁이술, 불로주, 장뇌삼술, 범뼈주, 녹용주 등 다양한 부재료를 사용하여 술을 빚는다.
남한에서는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 안주로 먹는데 북한은 술을 만든다. 도토리를 물에 불려 갈아서, 도토리 속 전분을 당화시켜 발효한 뒤에 증류하는데 알코올 도수가 40도다. 도토리로 술을 만들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송악 소주의 주원료가 강냉이와 도토리인데 목넘김이 부드럽고 입안에 감도는 향이 고급스러워 좋은 평을 받고 있다.
한국의 남쪽이 막걸리 위주의 문화라면 북쪽은 소주가 귀한 대접을 받는 문화였다. 아무래도 날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북쪽은 고도주가 더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현재 남한에서 생산되는 희석식 소주 ‘참이슬’과 증류식 소주계 황태자인 ‘문배주’가 모두 북한 태생이다. 참이슬 진로는 1924년에 평안남도 용강군 진지동의 진천양조상회에서 출발하였고, 증류주로서 유일하게 국가지정문화재 지정된 문배주는 평양에서 그 맥이 시작되어 지금은 남한에서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에서도 남한과 유사하게 맥주·청주·과실주 등의 발효주와 소주와 위스키 등의 증류주 및 기타 주류까지 존재하고 있다. 고품질의 주류는 당 간부 연회 및 행사용, 수출용이 대부분이고, 인민을 대상으로 한 배급은 제한적이다. 주민들의 명절, 기념일 공급용은 지방의 식료 공장에서 생산된다. 술이 귀한 편이라 개인적으로 제조된 밀주가 은밀하게 유통되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술도 배급제로 받는다. 평양시민의 경우 1인당 술전표 2장씩을 배급받게 된다. 맥주로 2,000cc의 양이다. 술판매처 역시 많지 않아서 술이 귀하다. 때문에 특별한 날이 아니면 마음껏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술에 대한 인식은 도수가 높을수록 고급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접대나 선물용으로 위스키 등이 많이 사용된다.
북한에서 대중적으로 마시는 술은 맥주다. 북한 맥주의 원조는 평양맥주지만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맥주는 대동강맥주이다.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는 북한에서는 맥주의 보리 함량이 비교적 높다고 한다. 대동강맥주는 품질 향상을 위해 지난 2,000년 영국에서 직접 맥주 양조장을 수입하였고 그 후 독일에서도 장비를 들여와 보강해 원료만 충분하다면 하루 200~300톤 정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다.
북한의 차와 술의 패키지를 보면, 투박하고 촌스럽기도 하며 보았을 때 어쩐지 맛이 거칠 것만 같다. 그러나 기존의 고정관념을 내려두고 객관적인 맛평가를 한다면 원료 본연의 순수함을 잘 살려내면서 지니는 담박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생각보다 많이 괜찮다.
남과 북이 정치적인 상황으로 심각한 대치를 할때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문화로는 금새 하나가 되고 동포가 되고 친구가 된다. 현재 강원도 고성은 북한과 남한으로 각각 나누어져 있다. 비록 38선을 경계로 두 개의 고성으로 나누어져 있으나 고성안에서는 북한의 녹차도, 남한의 녹차도 생산된다. 물론 홍차, 발효차도 생산된다. 언젠가 좋은날에 남북한이 하나 되어 대한민국 고성의 차를, 조선 팔도의 다양한 술들을 기분 좋게 어우러져 한잔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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