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롭게 즐기는 보이차의 유혹
[김세리의 차와술 이야기 ‘다주탐탐’] 보관 편한 보이차...가격도 합리적 말차, 고, 젤리, 콤부차 등 다양한 음용 보이차에 국화꽃 띄워 스산한 가을에

차의 종주국인 중국은 오랜 차의 역사와 대규모의 차생산 면적지를 가진 만큼 차의 종류도 다양하다. 손으로 꼽을 만한 이름난 명차들도 많으니 저장성 서호 부근에서 나는 싱그러운 녹차 서호용정(西湖龙井), 푸젠성 남쪽의 안계현에서 나는 향기로운 오룡차 안계철관음(安溪铁观音), 신선들이 노닐었을 법한 무이산의 묵직한 향이 기분좋은 무이암차(武夷岩茶), 푸젠성 복정과 정화현 등지에서 생산되는 풋풋한 백차 백호은침(白毫银针) 등 찻잎의 산지, 채취한 시기, 가공 방법에 따라 각양각색의 향기로 탄생되는 차들이 신기할 뿐이다
유독 주목을 많이 받고 특히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차를 꼽는다면 운남성 일대에서 생산되는 보이차(普洱茶)다. 보이차를 마셔보지는 않았더라도 이름 정도는 알고 있거나 누군가에게서 보이차 선물을 받아 어떻게 마셔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중국과 한국에서 차 생산과 소비량의 대부분을 녹차가 차지하는데 비해 대중이 가지고 있는 보이차에 대한 인식은 독특한 면이 있다. ‘가격이 비싼 차’, ‘세월이 지나면 가치가 있다’는 이미지가 있어 투자 가치나 소장 가치의 관심까지 연결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틀린 말도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골동의 개념에 해당되는 보이차는 1900년 초에서 1970년대 중반의 차를 의미한다. 따라서 대중적인 보이차와 크게 연관이 없다는 것을 별외로 하고, 일상의 차를 기준으로 차산지나 브랜드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이차 1편(357g)을 소분(小分)하여 우려 마시다 보면 매일 마시는 다른 음료들에 비해 가격이 대략 비슷하거나 적게 나오기도 한다.

보이차는 장기적인 보관이 가능하다는 이점을 생각한다면 장점이 참 많은 차다. 무엇보다 기온이 떨어지고 쌀쌀한 날에는 뜨겁게 마시는 보이차 한 잔이 그 어느 때보다 잘 어울린다. 깊어가는 가을날의 흥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보이차에 국화꽃을 더 해 함께 마시는 것도 운치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마시는 보이차
요즘 우리가 마시는 차(茶) 음용방식은 잎차를 뜨거운 물에 우려마시는 개념으로 비교적 단순한 방식을 취하지만, 수 천 년을 통해 조상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차를 마셔왔다. 다른 향신료들과 함께 끓여 마시기도 하고, 차를 단단한 덩어리 형태로 만들었다가 다시 가루를 내어 거품을 일으켜 마시기도 하고, 긴 시간 졸이고 졸여서 고(膏) 형태를 만들어서 뜨거운 물에 다시 풀어 마시기도 했다.
보이차고는 보이차를 우리고 졸여서 고약처럼 농축시켜 굳힌 일종의 보이차 진액덩이라고 할 수 있다. 양을 작게 나누면 휴대하기 쉽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오래 고아낸 보이차고는 부드러운 단맛이 중심을 이룬다. 소화를 촉진하려 하거나 우리 몸의 기운을 원활하게 하고 싶을 때, 차의 효능적 기능을 살려서 마시면 좋다. 특별히 다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서 지금처럼 바쁜 일상의 사회 생활에서나 여행할 때 적합하다.
가루 형태로 만들어진 보이차는 기존의 녹차를 가루차로 만들어낸 것과는 색상부터 다르다. 대나무 다선을 이용해서 거품을 내어 부드러운 라떼형으로 마시는 방법과 머그잔에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는 방법이 있다. 1회용으로 소분되어 나오는 보이가루차(보이말차)는 보이차고와 같이 휴대가 편리하다.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보이차로 만든 발효차도 이색적이다. 설탕을 넣은 보이차에 유익균을 넣어 발효시킨 음료로 일종의 콤부차이다.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식초 맛과 향이 나며 발효 과정에서 탄산이 생성돼 마실 때 청량감마저 든다. 정확한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고대 만주 일대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며, 불로장생을 좇던 진시황이 매일 마셨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음료이기도 하다. 콤부차는 일반적으로 홍차나 녹차를 사용하지만 보이차(고수차)를 사용했을 때 시원하고 깔끔한 풍미가 매력적이다.
말캉말캉한 식감이 좋은 보이차 젤리는 간식으로 좋다. 젤리는 곤약을 이용해서 만든 다. 곤약 전분을 호화(糊化)시켜 보이차를 진하게 우려서 같이 굳힌다. 보이차고를 사용하거나 보이차 가루를 끓여서 이용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젤리에 토핑으로 땅콩과 같은 견과류나 시럽 등을 올려서 즐겨먹는데, 알싸하게 매운 사천 훠궈를 먹고 포장마차에서 젤리 간식을 후식으로 한그릇 먹으면 최고의 디저트라고 한다. 그들에게 있어 어릴 때부터 먹은 영혼의 음식이랄까.
여유로운 시간에는 정성껏 물을 끓이고 다구를 사용해서 한 잔의 차를 우려내는 것이 좋겠지만, 바쁜 일상에 쉽게 차 한 잔을 하고 싶다면 고나 가루형태의 차를 대용해도 편리할 것이다. 좀더 특별한 음료로 콤부차나 젤리로 만나는 보이차도 이색적이다. 다채로운 방식으로 만나는 보이차. 오늘은 어떻게 마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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