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유자로 겨울 즐긴다

[김세리의 차와술 이야기 ‘다주탐탐’] 유자의 향긋함과 차의 깊은맛으로 유자차, 유자병차, 유자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애래에 유자병차왼쪽)와 유자탁주. 사진= 김세리
애래에 유자병차왼쪽)와 유자탁주. 사진= 김세리

겨울을 이기는 비타민C의 대명사, 유자

유자는 귤이나 레몬처럼 매끈하게 예쁜 외형은 아니지만 향기만큼은 어느 과실보다 빼어나다. 한 두개 따서 집안에 놓아두면 은은한 유자향이 집안 한가득 싱그럽게 한다. 그뿐 아니라 심심한 음식에 유자청을 살짝 곁들여 올리거나 소스로 사용하면 음식의 품격을 올리는 매력 포인트가 된다. 삼겹살 쌈에 유자 한조각 올리면 맛의 또다른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 토양에서 자란 유자는 유달리 진한 맛과 향을 가지며 껍질이 두텁다. 전남 고흥·완도·장흥·진도와 경남 거제, 남해, 통영이 주요 산지인데, 이 중에서도 고흥 유자는 특별히 품질이 뛰어나 사랑받는다. 예전엔 겨울이면 집집마다 유자를 얇게 썰어 설탕에 재어 유자청 몇 병씩 만들어 놓았다. 뜨거운 물에 타마시면 싱그럽고 은은한 유자향이 좋고, 손님 앞에 내놓는 겨울 음료로 손색이 없었다. 유자는 레몬보다 비타민C가 3배나 많아서 감기예방에 좋고, 리모넨 성분은 목의 염증과 기침, 가래를 가라앉힌다. 또 칼슘함량이 높아서 성장기 어린이의 골격 형성에 도움이 된다. 배농(排膿) 및 배설작용을 해서 몸 안에 쌓여 있는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낸다고 하니 어린이에서부터 어르신까지 누가 마셔도 좋은 음료다.

일반적으로 설탕에 잰 유자청 형태로 많이 애용하지만 과육은 잼·젤리·양갱 등을 만들고 즙으로는 식초나 음료를 만든다. 껍질은 얼려 진공 건조한 뒤 즉석식품으로 이용하거나 가루를 내어 향신료로 쓰고, 종자는 기름을 짜서 식용유나 화장품용 향료로 쓰거나 신경통·관절염 약재로 쓴다. 워낙 향이 좋으니 유자비누, 바디케어 제품에서도 인기가 좋다. 이런 유자가 차에서도, 술에서도 빠질 수 있을까.

유자를 씻고 발효시키는 모습과 유자탁주, 약주. 사진= 소지섭
유자를 씻고 발효시키는 모습과 유자탁주, 약주. 사진= 소지섭

유자와 차의 만남, 유자병차

차나무의 찻잎을 따서 순수한 차로만 즐기기도 하지만, 차와 무엇이 만나 함께 즐기는 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고려시대에서 조선중기까지 차와 생강이 어울리다가, 조선후기에는 차와 귤이 접목된 기록이 제법 나타난다. 귤강차(橘薑茶), 강귤차(薑橘茶) 그리고 귤병차(橘餠茶)가 조선왕조실록에 언급되어 있는데, 순조, 영조, 정조 등 여러 왕들은 체했을 때나 가슴이 답답할 때 차와 귤을 함께 끓여 마셨다. 생강, 귤뿐 아니라 계피, 감국, 구기자, 참깨 등 상황에 따른 다양한 혼합차들이 존재했다. 물론 유자도 향이 뛰어나고 약성이 좋기 때문에 차와 함께 마시기 좋았다.

그 중 유자병차는 조선시대 실학자인 서유구의 『임원십육지』에 등장하는 「유포방(柚脯方)」만드는 방법을 응용한 것인데, 유자와 가지고 있는 차가 있다면 쉽게 도전해 볼만하다. 물론 모과나 돌배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먼저 유포방에 대한 기록은 아래와 같고 응용해서 유자병차를 만들어 보자. 유포방은 『임원십육지』의 「정조지」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유자를 뚫어서 씨앗을 빼내고, 유자즙을 찹쌀가루와 반죽을 한 후 깨와 비자 그리고 산초등의 가루와 혼합하여 유자 껍질 속에 넣은 뒤,

담담한 간장에 삶아 익혀서 판에 널어놓는다.

그리고 판을 서서히 눌러준 뒤 햇빛에 건조하여 거둬드린다.

< 유자병차 만들기 >

①유자병차 만드는 방법은 먼저 유자를 깨끗한 물로 씻어서 물기를 제거한다.
②유자의 꼭지부분인 상단을 잘라 유자 속 과육을 제거한다.
③차 또는 차와 혼합재(모과와 돌배를 갈아 고루 섞고 유자즙을 조금 넣고 반죽)를 유자 속에 넣는다.
④차는 발효차를 사용하면 좋고, 가지고 있는 묵은차를 넣어도 상관없다. 다양한 차를 이용해 보는 것도 괜찮다.
⑤유자 속을 차로 채운 후 꼭지를 다시 덮고 실로 묶는다.
⑥찜기에 증기가 오르면 유자병차를 넣고 약 15분정도 찐다. (유자 속까지 충분히 쪄야한다.)
⑦햇빛에서 건조시키며 유자의 속과 겉면이 마르면 다시 찌고 말리기를 반복한다. (정해진 횟수는 없으나 3회이상하면 좋다.) 찌기는 날씨에 따라 3일∼5일 정도 간격으로 한다.
⑧완성된 유자병차는 완전히 잘 건조시킨다.

유자병차를 마실 때는 유자 겉부분 일부와 속의 차부분을 잘섞어 다구를 이용해 여러번 우려마시거나, 유자병차 통째로 큰주전자에 넣어 은근한 불에 끓여 마시면 된다. 유자의 향긋함과 차의 깊은맛이 겨울나기에 딱 좋다.

유자병차 만드는 모습. 사진=박경영
유자병차 만드는 모습. 사진=박경영

술 속에 유자향기가 쏙, 유자주

최근 들어 술 제조업계에서는 유자가 대세다. 지난해 ‘2021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고흥유자로 맛을 낸 ‘달빛유자’가 대상을 수상했다. 술 이름도 상당히 낭만적이지만 맛도 상큼하면서도 톡쏘는 청량감이 특징인 유자막걸리다. 2030세대와 여성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한다. 유자의 고장 고흥에서도 유자로 빚은 술을 고급스럽게 출시했다. 유자향이 적절하고 밸런스가 좋아 맛도 합격이지만 일단 디자인이 매우 인상적이다.

고흥유자주 프리미엄 패키지 디자인은 K-디자인 어워드 2021에서 위너를 수상했다. K-디자인 어워드는 국제 디자인 공모전으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와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3대 디자인 콘테스트다. 세계 26개국에서 3087개 디자인이 출품됐으며, 8개국 29명의 디자인 분야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수상이 이뤄졌으니 고흥 유자주가 디자인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상상이 된다.

고흥유자주 프리미엄패키지의 디자인. 사진출처= 고흥군
고흥유자주 프리미엄패키지의 디자인. 사진출처= 고흥군

소규모 양조장에서도 특별하고 남다른 유자주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구름아양조장의 ‘유자가09’는 프리미엄 유자주 중에서도 재료선별과 만드는 과정에 남다른 애정을 더한다. 철원오대쌀에 남해 토종유자를 직접 선별해 농장과 직거래한다. 유자의 향을 최대한 이끌어 내기 위해 찬서리 맞은 유자를 사용한다. 번거롭지만 베이킹소다로 일일이 유자 하나하나 깨끗하게 세척하는 것도 좋은 유자주를 만드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한다.

라벨의 유자나무 그림도 양조장 대표가 직접 그렸다고 하니 유자주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간다. 맛과 향미의 특징은 유자의 생생함이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 뒤끝이 상당히 깔끔해서 좋은 매너를 경험한 기분이다. 전통주에서 유자는 샛별처럼 떠오르고 있고 내용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나아가 유자농가에도 청신호가 되기를 바래본다.

유자처럼 살아 볼까?

솔직히 말하면 유자는 참 못생겼다. 유자 하나를 놓고 이야기 하자면 그렇다. 표면은 우둘두둘하고 생으로 먹기에는 너무 쓰다. 그러나 유자나무 아래를 지나노라면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가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멀리서 바라보는 유자나무는 황금빛 행운을 달아 놓은 듯하다.

우리 입속으로 들어오는 유자는 어떤가. 주변의 음식이며 차며 술을 빛나게 한다. 알면 알수록 매력이 넘친다. 한잔의 유자병차와 한잔의 유자주를 따라 마시며 생각한다. 나는 유자만큼 향기로울 수 있을까. 유자처럼 살아 볼 수 있을까. 유자향기를 마시며 유자를 닮아보기로 한다.

글쓴이

김세리 성균관대 초빙교수

김세리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초빙교수. 성균관대학교 철학박사. 한국차문화산업연구소 소장. 동아시아 차문화 연구와 한국 현대 다법 및 차문화 콘텐츠를 다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차분야별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동아시아차문화연대기 <차의 시간을 걷다>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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