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어떤 의미를 가진 용어일까
선진국이 된 한국의 미래 비전도 마련해야
최근에 우리는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유일한 나라라는 말과 글을 자주 듣고 본다.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회원국 만장일치 합의’로 한국을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이후 일이다. 우리가 무심코 듣고 쓰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란 용어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선진국이 된 한국, 이 말이 한국의 현재와 미래에 시사하는 의미는 무엇이고, 우리들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가? 오늘은 이 문제를 생각해보자.
개도국과 선진국 어떻게 구분하는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듣고 쓰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라는 용어는 보통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라는 의미로 이해되기 쉽다. 선진국은 소득이 높고 삶의 물질적 조건이 좋은 나라들, 반대로 개발도상국들은 소득이 낮고 물질적 조건이 열악한 나라들이라는 개념이다. 이런 통상적인 개념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후진국, 저개발국, 미개발국, 또는 제3세계라는 용어들이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들은 서구인의 시각으로 비서구인들을 폄하하는 용어라는 비판이 일면서 저개발의 고착 상태가 아니라 “발전도상에 있다”는 동적인 의미를 시사하는 ‘개발도상국’이라는 용어가 좀더 보편적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최근에는 이 용어조차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들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여러 국제기구들은 지향하는 목적과 활동의 성격에 따라 나라들을 구분하는 기준과 용어도 각각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UN통계국(United Nations Statistical Division)은 통계 작성을 위한 기술적 필요에서 선진국(developed)과 개발도상국(developing)을 구분해왔다. UN은 1945년 창립 당시 51개 회원국으로 시작했으나 2021년 현재로는 193개 회원국이 가입해있다. 이 가운데 152개국이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됐으나, 이 기준을 정한 M49 문서는 1999년 제4차 개정판이 나온 이후 더 이상 개정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최근에는 UN개발계획(UNDP)이 매년 측정해서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HDI)에 따른 분류가 보다 널리 활용되고 있다. HDI는 소득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지표와 교육, 보건, 평균수명 등의 사회 복지 지표를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측정하는 지수이다. 한 나라의 발전상태와 행복도를 평가하기에 보다 적합하다는 의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2020년 HDI 순위를 보면 한국은 0.916으로 세계 23위에 랭크되어 있다. 세계 1위 국가는 노르웨이로 0.957이며, 미국은 17위, 일본은 19위이다.
UN경제사회이사회(United Nations Economic and Social Council)는 매3년마다 소득과 인적자본, 경제적 취약도 등을 감안해서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최빈개도국(Least Developed Countries: LDCs)들을 발표하고 있다. 2020년에는 세계 46개 국가가 여기에 포함되었는데, 대륙별로는 아프리카가 압도적인 33개국이고, 아시아 9개국, 카리브해 1개국, 태평양 3개국으로 나와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단순하게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나라들을 네 그룹으로 분류하고, UN이 정한 최빈개도국은 그대로 받아서 따로 분류한다. 2020년 7월 1일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나눈 세계은행의 나라 분류는 아래 <표>와 같다. 한국은 1만 2535 달러 이상의 고소득 국가(HICs)에 들어간다. 아래 표에서 대륙별로 아프리카의 나라 수만 대표적으로 적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역시 UN이 정한 최빈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독자적인 기준으로 선진경제(advanced economies)와 신흥 개발도상경제(emerging and developing economies)로 분류한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홍콩, 이스라엘, 싱가포르, 타이완과 함께 ‘선진경제’로 분류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은행의 소득 기준 나라 분류와 UN의 최빈국 분류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UN이 정한 최빈국들을 제외하고 회원국이 스스로 선진국인지 개발도상국인지를 정하도록 하되, 다른 나라들의 이의가 있으면 반영한다.
국제기구들이 나라들을 이처럼 분류하는 것은 단순한 통계적 목적만이 아니라 중요한 정책적 결정을 내리는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가 어떤 그룹에 속하느냐에 따라 원조와 관세의 적용 대상이 달라지고, 차관을 제공할 때 상환기간과 이자가 달라진다.
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는 세계은행의 나라 분류를 적용해 공적개발원조(ODA)의 지원 대상이 되는 수원국 리스트(Recipient Countries List)를 발표하고 있다. UN이 정한 최빈개도국들에 대해서는 모든 나라들과 국제기구들이 원조와 차관, 관세에서 최대의 혜택을 제공하도록 권장된다.
이같은 나라 분류는 좀더 사적인 영역에서도 적용된다. 필자가 영국에서 자비로 공부하던 시절 학비 부담에 시달리다 몇 군데 국제기구에 장학금 지원을 신청했더니 한국은 OECD 국가라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회신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탄식이 나오는 일이었으나, 그래도 내 나라가 선진국 그룹에 있다는 사실을 나쁘게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선진국이 된 한국의 미래 비전
한 나라가 선진국이냐 개발도상국이냐 하는 분류는 우선 그 대상이 되는 나라의 국민들에게 자존심의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나아가 원조, 차관, 관세, 장학금 등의 예로 언급했듯이 그 나라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직접 관련되기도 한다. 선진국이라는 브랜드가 그 나라 상품의 판매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외국에 나가보면 개인이 아무리 똑똑해도 그가 속한 나라의 위상에 따라 외국인들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국적과 국력, 국격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는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은 일본을 제외하고 모두 서구국가들이었으나, 최근에는 동아시아의 소위 ‘네 마리 용’들과 일부 산유국들도 고소득 국가에 포함되면서 거의 선진국 대접을 받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래도 선진국이라는 말은 단순히 소득의 높낮이만이 아니라 그 나라의 제도와 문화, 사회복지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사용된다. 소득이 높은 일부 산유국들에 대해 사람들이 선진국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이다.
한국은 다행스럽게도 1960년대 이후 경이적인 산업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성취하면서 이제는 당당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나라가 됐다. 지금은 우리의 오랜 문화 전통과 세계화가 결합해 탄생한 각종 문화상품들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기도 하다. 참다운 선진국이란, 강력한 경제는 기본이고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민주주의가 잘 정착된 나라이며, 문화가 풍요로운 나라이다. 나아가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창의적인 기여를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필자 세대는 조그만 반도에서 남북으로 분단되어 전쟁을 치르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를 선진국으로 올려놓는 과업을 달성했다. 우리의 후배와 후손들은 이런 나라를 더욱 번영시켜 통일된 한반도를 이룩하고 세계의 평화를 선도하는 선진국으로 영구히 발전하는 나라를 만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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