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전 재산을 선물하는 아이들

[김미영의 7남매 홈스쿨 일기] 감사한 마음 전하는 시기에 맞춰 아이들에게 받은 ‘감사’의 기록들

여러 딸들이 그려준 '왕관 쓴 엄마' 그림. 사진제공= 김미영
여러 딸들이 그려준 '왕관 쓴 엄마' 그림. 사진제공= 김미영

홈스쿨 하는 아이들이 열 살 이전에 매일 같이 하는 일과중 하나는 ‘엄마’를 그리는 거였다. 그림 옆에는 항상 ‘엄마 사랑해요, 고마워요’가 써 있었다. 이면지와 색종이에 그려진 엄마는 늘 왕관을 쓰고 있었다. 이것이 내가 받은 선물의 시작이었다.

아름다운 선물의 시작^^

큰 딸이 열 살이 넘어가던 해 어버이날부터 아이들이 문구점에서 선물을 사오기 시작했다. 주로 천원이 좀 넘는 것들로, 은행이나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줄이 달린 볼펜이나 수첩 등 참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것들이었다.

누가 누구에게 선물하는 거니? ㅎㅎ

그런데 한 번도 내게 그림을 그려준 적이 없는 당시 아홉살짜리 아들이 누나들이 선물을 사는 것을 보고, 그동안 모아왔던 큰돈을 들고 내 생일에 선물을 사러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너무 대견한 맘도 들고 해서 문구점으로 따라 나섰다. 그런데 나에게 선물을 강요한다. 평소에 자기가 사고 싶었던 장난감을 사라는 것이다. 어이가 없기도 했으나 한편 귀엽기도 했다. 나는 어쩌나 보려고 굳이 내가 원하는 가방을 골랐다. 그랬더니 자기가 사라고 한 장난감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내가 고른 가방은 어찌나 볼품없는지를 설명하며 나를 설득하려 했다. 나는 내 생일이니 내가 원하는 것을 사겠다고, 굳이 아들이 가지고 있던 5천원에 내 돈 5천원을 더해 만원짜리 가방을 샀다. 집에 와서도 아들은 내 결정이 좋은 결정이 아니었다고 설득하며 환불을 종용했다. 이 과정이 너무 웃겨서 보이지 않게 웃음을 참느라 힘들 지경이었다.

큰 딸이 열네 살이 되던 해 어버이날이었다. 카네이션을 만들어 붙인 예쁜 봉투에 약 7만원가량의 만원, 천원, 문화상품권 도서상품권이 들어있었다.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전 재산을 다 모은 것이라고 했다. 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다 끌어모은 듯 보였다.

어버이날 받았던 카네이션 종이꽃이 붙은 돈봉투. 사진제공= 김미영
어버이날 받았던 카네이션 종이꽃이 붙은 돈봉투. 사진제공= 김미영

결혼기념일, 남편 아닌 아이들에게 받은 ‘반지’

어느 해 결혼기념일은 이런 일도 있었다. 큰 딸이 다정히 긴 의자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는 엄마와 아빠를 그렸고 아이들이 종이로 결혼반지를 만들었다. 반짝이는 색종이로 상자를 만들고, 빤짝이는 종이로 만든 반지도 아주 실물반지처럼 그럴듯했다. 잘도 싸우는 엄마 아빠를 이리 다정하게 그려주다니. 또 쌈짓돈을 털어주며 자기들은 잘 놀고 있을테니 엄마아빠는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엄마가 좋아하는 초코케익도 사먹으란다. 그리고 어느 해에는 혼례복을 입은 엄마아빠를 실물보다도 너무 근사하게 그려주기도 했다.

김미영씨가 결혼기념일에 아이들에게 받았던 그림과 선물. 사진제공=김미영
김미영씨가 결혼기념일에 아이들에게 받았던 그림과 선물. 사진제공=김미영

엄마아빠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아이들의 선물에 오히려 부모인 우리가 격려와 위로를 받았다. 이렇게 힘들어도 인생을 살아갈 기쁨과 용기를 한껏 얻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아이들이 크니 선물은 현금으로 바뀌고 ㅎㅎ

큰 딸이 열일곱 살이 되던 해 어버이날은 특별했다. 감사의 편지와 함께 종이 카네이션이 붙은 예쁜 봉투에 20만원이 들어있었다. 차비 외에 용돈이라고는 주질 않는데,이 돈이 어찌된 것이냐 물으니 설날 세뱃돈을 받자마자 넷째까지 5만원씩 모았다는 것이다. 친척이 많지 않아 세뱃돈도 한 사람마다 10만원이 안되고, 셋째 넷째에게는 전부나 다름없는 돈인데, 설날에 어떻게 어버이날까지 생각하며 돈을 떼어 놨을까? 돈보다도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아이가 그려준 혼례복 입은 엄마와 아빠. 사진제공=김미영
아이가 그려준 혼례복 입은 엄마와 아빠. 사진제공=김미영

큰 딸이 열아홉 살이 되던 올 해 어버이날은 더 묵직한 기억으로 남게됐다. 아침에는 아무 일이 없었다. 어버이날이라고 생색내기도 그렇고 부모가 대가를 바라고 아이를 키우는게 아니지 하면서 어버이날임을 잊어버리고 있는데, 큰 딸이 저녁에 집에 들어오자마자 다른 아이들이 갑자기 다 나와 남편 주위로 몰려왔다. 감사의 편지와 함께 또 카네이션이 붙여진 예쁜 봉투를 내민다. 큰 기대 없이 열어보았는데 50만원이나 들어있었다. 애들이 돈 없는 걸 잘 아는 나로서는 이 돈을 어떻게 만든 건지 고마우면서도 놀랍고 의아했다.

사연은 이랬다. 설날에, 이제는 컸다고 예전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세뱃돈을 많이 주시니 그 돈을 밑천으로 어버이날까지 최선을 다하면 50만원을 모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러다 중간에 돈이 없어서 큰 딸이 둘째 딸에게 목표가 너무 벅차니 45만원으로 줄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한다. 그런데 둘째가, 목표는 이루라고 있는 거라면서 일언지하에 거부하는 바람에 큰 딸은 하루 종일 학원에서 음료수 하나 사먹지 못하고 군것질할 돈을 다 쏟아 부었단다. 이렇게 큰 딸과 둘째 딸 그리고 넷째인 셋째 딸 셋이서 전부를 다 털어 만든 선물봉투였다. 눈물이 났다. 아니 어떻게 설날 세뱃돈을 받으면서 그걸 다 부모에게 주는 것도 모자라 거기에 더 얹을 생각을 했을까? 어버이날이면 역시나 먼 일인데 부모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준 것이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었다.

한때 내게 선물을 강요했던 셋째 아들은 누나들 틈에 멋쩍게 서있었다. 애들이 “너는 아니잖아”하고 옆으로 비키란다. 아들은 수줍게 웃으면서, 어떻게든 그 행렬에 끼어보려고 장난스레 엉거주춤 서 있는다. 닭에게 전 재산을 투자한 줄 알기에 아들의 그 행동은 하냥 귀엽게만 보였다.

안경도 새로 맞추고, 아이들과 사랑의 초점도 맞추고

아이들이 준 전 재산을 어디에 써야하는지 고민했다. 안 쓸 수도 없고 쓸 수도 없고 정말 큰 고민이 시작되었다. 남편의 권유로 많이 나빠진 내 눈에 전부를 투자하기로 했다. 감히 생각도 못했던 다초점렌즈 안경을 맞추었고, 시력이 맞지 않아 쓰지 못하고 있던 썬글라스 안경알도 바꾸었다. 아이들 덕에 눈이 밝아졌다.

특히나 둘째 딸은 노트북을 사겠다고 돈을 모으던 중이었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나도 남편도 아이들에게 전부를 주며 살았다. 그건 사랑이었고 사랑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그래서 인생이 보람있고 행복하다 느꼈다. 그런 사랑을 우리가 되려 받다니. 사랑을 알아준 아이들이 고맙다. 우리에게 사랑을 주며 보름달 같이 웃는 아이들이 한없이 고맙기만 하다.

글쓴이

김미영 전업주부

전업주부 김미영 씨는 7남매와 함께 날마다 성장하기를 힘쓰는 19년차 홈스쿨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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