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떻게 극초음속 미사일에 성공했을까

[고수석의 통일수첩] 러시아 중국 기술 없이 독자 개발한 듯 5월 출범할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북한은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시켰다고 발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시켰다고 발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차세대 게임체인저 될까

북한이 연초에 두 차례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 새해 벽두부터 남북관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두 번째(1월 11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최고 마하10 내외의 속력을 보였다. 극초음속은 마하5(시속 6120㎞)이상을 말한다. 따라서 북한은 극초음속 규정의 2배에 달하는 속력을 내는 미사일을 개발한 것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차세대 게임체인저(Game Changer)라고 평가할 정도로 그 스피드가 무시무시하다. 국방부는 “북한이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최대 속도가 마하10이고 활공 속도는 마하10이 아니기 때문에 탐지·요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발표를 믿고 싶다.

현재 한국은 공식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이 없다. 개발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필요성이 적어서다. 극초음속 미사일 외에 기존 무기로도 대응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2018년부터 마하5 이상의 지상발사용 극초음속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2023년까지 비행시험을 완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번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로 한국도 개발 속도를 더 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한국과 같은 이유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다가 2년 전 AGM-183A 극초음속 미사일을 공개하면서 올해까지 개발을 완료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AGM-183A의 최대 속도는 마하20 이상이다. 서울에서 평양까지(192㎞) 30초 내에 날아갈 수 있다.

중국은 더 빨리 서둘렀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다. 2019년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DF(둥펑)-17을 최초로 공개했다. 마하10 정도다.

안전사고에도 강행하는 사회주의 분위기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북한이 어떻게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을까다. UN 대북제재 하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밖에 없는데 의문이 많이 남는다. 혹시 중국·러시아가 기술이전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러, 한·중 수교 이전은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특히 경제지원도 아니고 전략 기술을 중국·러시아가 북한에 이전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할 능력이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 그 비밀은 무엇일까? 국내 군사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등 전략자산을 실험할 때 중간에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계속 시도한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목표 달성이 우선하는 사회에서 인권 부분은 뒤로 밀린다. 따라서 실험 환경이 떨어지더라도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만 해도 실험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나면 바로 중지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의 이런 실험 분위기가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정밀도는 중요치 않다는 북한

둘째, 유도장치의 정밀도가 떨어져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2017년 11월 ICBM 발사에 성공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부정했다. 이유는 두가지다. 먼저,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고열을 견딜 소재가 없다. 또한, 종말유도장치 기술이 부족해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에 고열을 견딜 소재를 개발했고 종말유도장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ICBM이 굳이 워싱턴이나 뉴욕에 떨어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넓은 미국 땅 어디든 떨어져도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따라서 유도장치의 정밀도에 시비 걸지 말라는 것이다.

셋째, 동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실험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지구는 자전축을 중심으로 서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자전을 한다. 그 효과로 동쪽으로는 미사일을 더 멀리 보낼 수 있다. 북한이 항상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북한 지역을 통과하더라도 어느 누가 항의하겠는가. 일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탓에 평안북도·자강도에서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함경북도, 함경남도 상공을 지나더라도 괜찮은 것이다.

이런 조건으로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 평양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면 1분 정도면 서울에 떨어질 수 있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려면 극초음속 미사일 외에도 핵무기를 포함한 많은 무기가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유사시 주한·주일 미군 기지, 미군 상륙 지점인 부산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5월 새 정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기

미국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이후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 6명, 러시아인 1명, 러시아 단체 1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제재는 두 번째다.

그러면서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전제조건 없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으며 적대의도가 없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이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맞받아쳤다. 그는 “미국이 우리의 합법적인 자위권 행사를 문제시하는 것은 명백한 도발이며 강도적 논리”라고 강조했다.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가 참 어렵다. 올 5월에 출범하는 새로운 정부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여기서 새길 말이 하나 있다.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독일의 동방정책을 만든 빌리 브란트 총리의 말이다.

북미간에 쌓인 ‘불신의 벽’을 먼저 허물지 않고는 다음은 없다. 현실을 인정하고 이것부터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결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는 이념적·당위적 접근에서 벗어나 북미를 설득할 실용적·합리적 명분을 찾아야 한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기를 권한다.

글쓴이

고수석 북한학 박사

고수석 박사는 중앙일보 기자로 20여년 동안 통일이 한국의 성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통일․북한 분야를 취재했으며 고려대에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중앙일보에 ‘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중앙SUNDAY에 ‘평양탐구생활’을 기획연재했다. 저서로는『북한을 움직인 30인』, 『김정일과 IT혁명』등이 있다. 지금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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