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집 하인’ 취급, 동학개미의 슬픔
[‘백만개미’ 한세구의 증시이야기] 자본주의의 원칙도 어기는 한국 증시 이대로는 선진증시도 없다
코로나 팬데믹을 꿋꿋이 지킨 소액투자자들
지난 2020년 봄 코로나 팬데믹이 일어나자 우리 주식시장에 새로운 세력이 등장했다. 그 전에도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 투자자와 다른 소위 ‘개미군단’이라 불리우는 개인투자자 들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외국인과 기관들이 보유하던 주식을 거의 무차별적으로 매도에 나서 2000을 넘던 코스피지수가 1400으로 급락을 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외국인과 기관들이 내던지는 엄청난 주식을 일반 개미들이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장에선 이 개인투자자들을 ‘동학개미’라 불렀다. 개화기 고종 때 관군과 외국 군대 그리고 탐관오리에 맞서 인간 평등, 반봉건과 반외세를 외쳤던 동학교도 전봉준이 이끈 ‘동학농민운동’에서 가져온 이름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호칭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IMF 직전 당시 지수 800 가까이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500까지 떨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은 바닥이라며 매수에 들어갔고 이듬해 IMF 구제금융신청 후 지수는 300으로 떨어져, 많은 개인들이 눈물을 흘려야 했었다. 리먼 사태 때도 불과 3개월 동안 13조원 가까이 팔아대는 외국인에 맞서 개인들이 2조원 가까이 매수에 나섰다. 하지만 1800대였던 지수가 1000대로 밀리면서 개인들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러한 학습효과 때문에 ‘동학개미’라는 호칭은 성공하지 못한 농민운동을 떠올리게 하면서 “니들 그러다가 또 큰일난다”하는 증시 주변의 경고성 걱정이 함께 담긴 별칭이었다.
개미 투자자들의 눈물겨운 ‘진화’
그런데 2020년의 동학개미는 과거의 개미와는 상당히 달랐다. 우선 투자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다. 엄청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물량을 모두 받아 내고 내친 김에 지수를 3000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동학개미는 과거의 개미군단과는 정보수집, 분석력 등이 달랐고 묻지마 투자를 안 한다고 해서 ‘스마트 개미’ 라고도 불렸다. 주로 20~30대 젊은층이 대거 유입되어서 그런 것이라고 분석들을 했다. 그럼에도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의 숨결을 느끼기에는 그들의 경험은 너무 짧았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잠시 멈추었던 공매도가 부활하면서 시장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신무기로 무장한 관군과 일본군에 밀려 죽창과 농기구를 들고 평등을 외쳤던 동학농민운동의 ‘우금치 전투’와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외국인과 기관들은 사실상 만기가 없는 공매도로 떨어져도 돈을 버는 시장제도를 마음껏 이용하고 있었다.
개미들의 볼멘소리가 나오자 누구나 평등하게 공매도 제도를 이용하게 하겠다고 당국이 제도 손질에 나섰지만, 대학생과 초등학생이 씨름을 하면 초등학생이 몸무게가 덜 나가니 초등학생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하라는 것 같은 느낌만 줬다. 그렇게 외쳐 대는 공매도의 순기능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있다.
‘대주주의 횡포’ 못막으며 미래도 없다
게다가 대주주의 횡포는 아직도 대단하다. 증시가 좋아지자 여기저기서 ‘물들어 왔을 때 노 젓자’고 엄청난 기업공개(IPO)를 하고 있다. 회사를 물적분할해서 핵심 사업을 IPO 하는 일은 유행이 되어 버렸다. 개미들은 외쳤다. 이것은 너무 불공평하다고. 오너야 좋겠지만 사업의 전망을 보고 투자한 개인들은 핵심사업이 빠져나가 새롭게 상장을 하면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다.
자본주의의 ‘영구의 3대 목표’를 국부의 획득, 획득한 부의 균분 그리고 정치 사회적 안정으로 꼽는다. 그 분배를 똑같은 몫으로 나누는 건 사회주의의 희망사항이고 똑같은 율로 나누는 것이 자본주의이다. 그 합리적 매개체 중의 하나가 주식이기에 우리는 이것을 ‘증권자본주의’ 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기업의 오너나 단 한 주를 가진 소액주주나 같은 율의 이득을 가져야 한다. 가장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시장이 과연 선진시장이 될 수 있을까?
대선이 다가오자 각기 후보들은 우리 주식시장을 선진시장으로 이끌어 지수 4000, 5000 시대가 오도록 만들겠단다.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증권거래법을 어길 경우 엄단을 하면 지수가 오를까? 법을 어기면 당연히 철저히 벌을 주면 된다. 개인 소액 투자자들을 ‘자기 집 하인’ 같이 여기는 오너가 많은 시장이 과연 선진증시로 갈 수 있을까? 외국인만 바라보는 천수답 신세를 못 면하는 후진증시가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이게 동학개미의 슬픔이다. 지금 손해가 난 것보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럴 것이라는 게 개미들의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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