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유예해야...대신 이것 잡고가자

[‘백만개미’ 한세구의 증시이야기] 세수 효과 적을 것...투자자만 해외로 떠나 2년뒤 시장 안좋으면 또 유예할 것인가 투자자 이탈없게 불공정거래 근절해야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민주당 절충안, 정부여당서 ‘수용불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가 미 연준의 금리인상 못지않게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국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금투법을 시행하느냐, 유예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금투세는 금융투자(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에서 얻게 되는 양도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이니 조세 기본취지에는 맞는 것이다. 그런데 왜 최근엔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논란이 되는 것일까?

이 논쟁은, 지난 2020년 세법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금투세 도입을 위한 세법 개정을 합의했지만, 지난 7월 현 정부가 주식시장 침체 등을 고려해 세제개편안에 ‘금투세 시행을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하는 내용을 담으면서 시작되었다. 결국 국회 합의가 필요하게 되면서 더 크게 번지고 있다.

최근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증권거래세를 0.15%로 추가 인하하고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을 철회하면 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할 수 있다”는 조건부 절충안을 내놨지만 정부 여당의 수용불가 방침에 따라 쉽게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금투세 도입안의 주요 골자는 금융투자 양도소득에 대해 5천만 원까지는 기본적 공제를 하고 그 이상은 지방세 포함 22%의 세금을 부과하며, 3억 원이 넘으면 27.5%의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5천만 원 이상의 대상자가 전체 투자자의 1% 부근이어서 이것을 유예하면 ‘부자감세’를 해준다는 것이 논란이 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투자자 1%가 70% 이상의 투자규모를 차지하고 있어서 이들 자금이 증시를 떠날 경우 그 타격은 증시 전체로 번져, 결국 개미들이 더 많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더 크게 번지고 있는 것이다.

금투세 도입시 예상되는 우려들

유예가 부자감세라고 주장하는 의견에는 “개미투자자들에겐 아무 관계가 없다. 설혹 어쩌다 해당돼도 ‘손실이행공제’ 제도가 있어서 보통개미에게는 관계가 없다”라고 하는 얘기가 덧붙여져 있지만, 증권업계에서 수 십년 몸담아 왔던 필자에겐 아주 위험스러운 생각으로 보인다.

먼저, 낮은 세수효과다. 소위 부자로 불리우는 이들은 여러가지 ‘절세 툴’을 사용한다. 심지어는 절세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가며 절세를 생활화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예측하는 1조7천억 원 정도의 금투세 세수에서 훨씬 못 미칠 수도 있다.

반면 그에 비해 우려되는 상황이 훨씬 더 크다. 여러가지 일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 중 가장 신경 쓰이는 게 해외 시장으로 자금 이동이다. 그 다음으로는 소득 조정을 위해서 연말로 갈수록 매도가 증가하거나 하락한 주식을 아예 죽여버리는 일도 심심치 않게 나타날 수 있다.

이미 상당히 많은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으로 갔다. 이미 250만 원을 공제하는 것 말고는 칼처럼 세금을 내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서학개미도 되고 글로벌 투자자도 된 것이다. 아니 우리는 5천만 원까지는 공제를 해준다는데 왜 미국 시장 가느냐고? 문제의 답은 여기에 있다.

투자자들이 떠나는 이유는 불공정성 때문

금투세 개정을 위한 세법 시행에 앞서 우리 시장이 과연 얼마나 공정한 시장인가를 짚어봐야한다. 투자자들은 공매도 제도에서 개인투자자의 불균형성을 없애야 한다고 끊임없이 호소하고 있다. 또 큰손들의 주가조작 등의 불법성을 엄하게 다스려 달라고 외치고 있다. 우리 증시는 PER(주가수익비율)이 9배에서 12배 사이를 오간다. 미국 시장은 16배에서 25배나 된다. 당연히 기업 수익에 대한 주가의 상승 폭이 다르다.

상장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은 말하기 창피할 정도이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해당하는 이 수치는 현재 28% 수준이다. 이머징 시장 평균인 38% 보다 낮고, 심지어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30% 보다도 낮다. 기업의 이사회는 주주를 위해 뭘 하고 있을까? 지배주주들이 고액 보수를 받아가며 ‘일감 몰아주기’, ‘배당 짜게 주기’를 서슴지 않는다. 툭하면 지들 맘대로 분할하고 합병하며 빼간다. 이러니 서학개미가 될 수밖에 없다.

금투세 도입 유예는 이런 것들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바로잡음’이 전제되는 속에서만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미 공정한 주식시장을 위한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2년 유예가 된다고 해도 2년 후에는 또 다른 이유로 시행이 어려울 수 있다. 그때는 증시가 좋으면 모처럼 찾아온 증시 활황에 찬물을 끼얹을 수 없다는 이유로, 증시가 나쁘면 나빠서 못한다고 아우성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세금을 안내는 국민이 아니다. 마치 국민들에게 적선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유예를 외치거나, 부자에게는 세금을 더 가혹하게 걷어야 사회정의가 이루어지는 것 같은 태도로는 떠나가는 국민의 마음과 재산을 잡을 수 없다. 부자가 나쁜 것은 아니다. 개미가 부자가 되고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차라리 유예해라...그동안 불공정성도 고치길

정치하는 사람들은 입으로만 말고 진정으로 무엇이 국민을 위하는 일인가를 가장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 내년 선거에서 금투세 강행과 유예 중에서 어떤 것이 유리한가를 따지지 말고 실제로 국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를 살펴야 한다.

거래세 인하야말로 외국인 투자자와 거대 기관들의 세금만 깎아주는 일이다. 우리 투자자들은 거래세를 안내면 좋겠지만 다 같이 내는 세금은 참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야당의 조건부 절충안은 ‘미스매치’임이 분명하다.

앞서 말한 우리 시장의 불공정성을 신속히 개선한다는 전제 없이는 의미 없는 유예와 강행의 다툼 속에 우리 시장은 점점 더 가라앉을 것이다. 40여 년을 증시에 몸담았던 필자의 생각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유예가 답’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시장의 불공정성을 함께 고치겠다고 나서면 ‘금상첨화’ 이겠지만…

글쓴이

한세구 '백만개미' 유튜브 운영자

유튜브 '백만개미' 운용자 한세구는 1977년 삼보증권에 입사,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쌍용투자증권, 동양증권, SK증권 등을 거치며 지점장, 임원 등 주요 직책을 역임했다. 골든힐 투자자문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KBS, MBC, SBS 증권 전문패널, SBSCNBC ‘클로징벨’ 앵커 등 방송인으로도 활약했다. 은퇴 후 유튜브 '백만개미'를 운용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주식은 그렇게 하는게 아닙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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