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올해는 주식과 연애도 하지마라

[‘백만개미’ 한세구의 증시이야기] ‘헤어질 결심’ 반복해야 하는 해 될듯 왜 그래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가자 ‘밸류에이션 좋은 기업’도 예외 아냐

영화 '헤어질 결심'의 스틸 컷
영화 '헤어질 결심'의 스틸 컷

결혼할 해인가, 연애로 끝날 해인가

“주식과는 결혼하지 마라, 그냥 연애만 하라.” 주식시장에 전해 내려오는 격언 같은 얘기다. 유명 만화가가 쓴 ‘주식투자 36계’ 중 마지막에 나오는 격언이기도 하다. 자기가 가진 주식에 너무 지나친 애정을 가지면 매도할 기회를 놓쳐서 낭패를 보는 건 물론이고 장시간 버티다가는 손실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이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요즘엔 턱도 없는 소리다. 연애하는 애인과는 쉽게 헤어질 수 있어도 결혼한 배우자는 의무감으로 버티고 살아야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아무튼 주식과는 적당히 사귀고 헤어질(이익실현) 줄 알아야 한다는 조언으로 정리하는게 좋겠다.

주식이든 사람이든 그 끈적끈적한 미련 때문에 헤어짐은 항상 힘들다. 주식투자에서 ‘미련’과 ‘욕심’을 적절히 제어할 수 있다면 이미 대가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시황과 종목이 문제가 아니라 이것 때문에 투자를 망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그렇다.

속절없이 빠지기만 거듭하던 매서운 시장을 보내고, 올해는 1월부터 반등이 나타나니 어느새 증시 바닥은 이미 지났고 지속적 상승을 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반등이건 상승이건 주가가 오르는데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도 반등이 반가운 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단숨에 상승추세를 굳히기에는 시장의 체력이 너무 약하다. 작년에 그렇게 고생을 했으니 올해부터는 2020년 같이 상승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개미투자자들의 바람이다.

시장에는 상승 아니면 하락이라는 두가지만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엄청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자고 나면 오르는 것을 경험했고, 미 연준을 시작으로 전 세계가 풀어놓은 돈을 걷어들이기 위해 강력한 긴축에 들어가면서 매일 빠지는 시장만 봐왔으니 최근 몇 년 사이에 주식투자에 입문한 소위 ‘주린이’ 입장에선 오르는 장 아니면 떨어지는 장만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말입니다. 주식시장에는 이도 저도 아닌 지루한 박스권 시장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연애조차 부담스러운 해가 될 듯

주식시장에서 그 어떤 재료보다 우선하는 것이 ‘수급’이다. 주식시장에도 돈이 줄면, 즉 유동성이 축소되면 용 빼는 재주가 없다는 말이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 코스피 3000을 넘길 것 같지만 그러기에는 우리 증시가 너무 체력이 약해져 있다.

우리 증시가 저질 체력인 이유를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는 글로벌 긴축 상황의 연속이다. 미 연준이 경기 침체를 걱정해서 이젠 서둘러 금리를 다시 내릴 것이라는 의견으로 희망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연준의 기조는 조금의 변화도 없어 보인다. 연준의 목표는 주식시장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고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가지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준은 연준의 목표치에 준하는 결과가 나타나기 전에는 금리인하는 없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매달 줄여가고 있는 대차대조표의 축소이다. 이는 하반기로 갈수록 아주 고통스러운 유동성 가뭄으로 나타날 것이다.

둘째는 증시의 대표적인 수요지표로,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놓은 고객예탁금이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고금리에다가 유동성이 지속적으로 축소되기 때문에 쉽게 회복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대변하는 이 고객예탁금이 작년 초 72조원 규모에서 무려 45조원대로 줄어든 상태이다.

셋째는 경기 침체로 인한 상장기업들의 실적 악화 속에서 시장이 간헐적 쇼크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시장 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을 비롯한 전세계 시장에서 나타날 것이다. 이미 그런 상황을 예측한 우려가 주가에 선반영됐다고 애써 낙관론을 펴기도 하지만 유동성이 줄어든 시장에서는 핑계가 없어서 주가가 못 빠진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넷째는 국내 시장의 빚투(돈을 빌려서 주식을 사는) 규모가 아직도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신용융자 비율이 예탁금대비 30% 밑으로 현저히 떨어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아직도 그 규모가 36%(1월 18일 기준)로 지나치게 높다. 거기에다 파악이 어려운 사설 스탁론까지 합치면 상당한 규모의 악성 빚투 물량을 받아내야 상승할 수 있기에 상승 자체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려면 아무래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에 주식시장이 상승이 제한되는 장기 박스권에 상당 기간 갇힐 가능성이 높다.

돌이켜 보면 과거 2011년부터 2017년 봄까지의 징글징글한 박스권을 떠올릴 수 있다.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마른 장작 짜내듯이 끝까지 짜내면서 괴롭혔다. 아주 쉽게 “그냥 버티면 되는 거 아냐?”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주식시장에서의 고통은 말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물론 이번에도 그렇게 오랜 기간 박스권에 갇힌다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올해는 박스권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만났다 쿨하게 헤어지는 일 반복해야

그래서 그런 상황에 맞는 대응 투자전략이 중요하다. “벨류에이션이 좋은 종목들이 떨어질 때마다 사서 모아가시면 큰 돈을 벌 겁니다”라는 조언은 케케묵은 도덕책 읽는 소리나 같다. 시장에선 내가 산 종목이 2주만 빠져도 투자자들은 몸살이 난다. 돈이 많다면야 오를 때까지 사서 몇 년을 기다려도 되겠지만 일반투자자들에겐 공허한 소리이다.

그래서 올해는 ‘헤어질 결심’을 잘, 그것도 자주 해야 할 것 같다. 시장이 위 아래가 막혀 있으니 자연히 우리가 매매타이밍을 잡을 때 사용하는 기술적 분석에 그 어느 때보다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챠트 분석상 매도 신호가 오면 그 어떤 종목도 예외 없이 ‘헤어져야’ 하고, 그 어떤 종목이라도 기술적 분석상 매수 신호가 나타나면 사야 한다. 어설프게 시장을 예측하기 보다는 대응이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느낌보다는 팩트가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거의 모든 증권사와 전문가들은 올해 톱픽으로 반도체와 2차전지 관련주를 손꼽는다. 필자의 생각엔 이들 종목들도 예외는 없다. 앞서 말씀드린 매매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게 증시상황에 따른 전략 변화이고, 그나마 올해 주식시장에서 돈 버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 수급상 외국인이 안 사면 상승은 없다고 생각하라. 지금 우리 시장 안에서는 시장을 밀어올릴 주체가 없다.

주식과는 연애도, 결혼도 아닌 그냥 만났다가 쿨하게 헤어지는 것이다. 아무래도 ‘헤어질 결심’을 자주해야 하는 해가 될 것 같다.

글쓴이

한세구 '백만개미' 유튜브 운영자

유튜브 '백만개미' 운용자 한세구는 1977년 삼보증권에 입사,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쌍용투자증권,동양증권, SK증권 등을 거치며 지점장, 임원 등 주요 직책을 역임했다. 골든힐 투자자문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KBS, MBC, SBS 증권 전문패널, SBSCNBC ‘클로징벨’ 앵커 등 방송인으로도 활약했다. 은퇴 후 유튜브 '백만개미'를 운용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주식은 그렇게 하는게 아닙니다’가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