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바닥 찾기?...바닥을 놓쳐야 살아남는 시장

[‘백만개미’ 한세구의 증시이야기] “바닥일 때 매수” 전문가 말 믿지마라 지금은 바닥을 놓쳐도 돼..쉬며 기다려라

영화 '싱크홀'의 스틸컷. 방송인 이광수가 역을 맡은 김대리는 집도 사랑도 포기한 채 경쟁자에게 주눅 들어 있지만, 싱크홀에 빠진 재난상황에서 차츰 공동체와 서로를 돕는 법을 알아가며 싱크홀을 탈출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로 변신한다.
영화 '싱크홀'의 스틸컷. 방송인 이광수가 역을 맡은 김대리는 집도 사랑도 포기한 채 경쟁자에게 주눅 들어 있지만, 싱크홀에 빠진 재난상황에서 차츰 공동체와 서로를 돕는 법을 알아가며 싱크홀을 탈출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로 변신한다.

고점대비 30% 하락...이쯤이면 바닥?

주식시장이 말이 아니다. “이쯤 빠졌으니 싼 가격에 주식을 사라”는 전문가들의 권고는 이제는 익숙한 넋두리가 되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2020년 3월에 코로나 펜데믹으로 1439포인트 근처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2021년 6월에 130% 상승한 3300선을 넘은 뒤 1년째 하락을 이어오면서 지금은 2400선을 지키느라 힘겨워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고점에서 한 30% 정도 떨어진 것이니 주식시장에선 익숙하지는 않을지언정 그리 놀라운 사건도 아니다. 그런데 그 하락의 공포가 장난이 아니다. 역시 주식시장에서는 하락에 따른 공포가 상승시 상투에 대한 공포보다 몇 배는 더 강하다.

상승할 때야 상투에 대한 두려움으로 너무 일찍 팔면 아쉬움이 남지만, 하락할 때 느끼는 공포는 매일매일 내 재산이 줄어드니 아픔이 훨씬 심하다. 게다가 최근에 영끌로 레버리지 일으켜서 주식 사고, 미국 주식도 사는 ‘서학개미’가 되고 그리고 암호화폐까지 사들인 투자자들이 느끼는 공포는 상상이상일 수 밖에 없다.

세계경제 앞날은 더 좋지 못한데

얼마 전까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이라던 미국 연준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코로나 펜데믹 때 풀어놓은 돈을 거두어들이면서 경기도 연착륙 시키겠다던 연준의 꿈은 역시 꿈이었나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면서 원자재, 곡물, 에너지 가격이 수직 상승했고 이것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 미국과 러시아의 패권다툼이어서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우려가 많다.

그러니 아직도 ‘미국 경제는 강하다’는 파월 의장의 얘기가 오히려 더 측은해 보인다. 처음엔 25bp 운운하던 금리는 50bp는 생략하고 75bp인상을 했고 당분간 더 해야 한단다.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그러자 이번엔 금년이나 내년 초 3.5% 부근까지 갈 것이라던 미국 기준 금리가 갑자기 7.5% 수준까지는 올려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세계각국의 금리인상 도미노를 가져올 것은 뻔하다. 금리의 인상은 소비와 고용,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은 더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화폐가치를 유지시키는게 중앙은행의 가장 큰 임무이기도 하다. 금리인상을 해서 달아오른 경제활동을 냉각시켜 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 금리인상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나타난다. 그래서 금리인상의 브레이크는 너무 급하게 밟으면 차가 뒤집히는 현상이 경제에서도 나타난다. 반면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가격하락을 저지하려는 금리인하는 사실 별 기술이 필요 없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고도의 스킬과 섬세함을 필요로 한다. 왠지 이번 파월의 연준은 그런 것이 없어 보이는 것이 필자만의 불안은 아닐 것 같다.

1980년대 미국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19%까지 올렸고, 최악의 경기 침체를 가져왔다. 2008년 금융위기도 부동산 버블을 잡기위해 기준금리를 1%에서 5.25%까지 수직 인상하면서 발생했다. 가파른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은 적이 없다. 미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선인 2%는 일찌감치 물 건너갔고,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8.6%나 된다. 아차 싶은 연준의 움직임은 과격해질 수밖에 없고, 곳곳에서 그 여파가 나타날 것이다. 제일 먼저 암호화폐가 폭격을 맞았다. 이제 주도권과 기회는 부채를 안고 자산을 사들인 빚쟁이투자자에서 현금과 예금을 가진 사람에게로 이동할 것이다.

세일할 때 주식 더 사야한다고?

상황이 이런 데,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지금 좋은 주식이 바닥에 널려있으니 이렇게 세일할 때 싸게 사야 인생의 변화를 줄 대박을 가질 수 있다는 전문가는 도대체 뭘 믿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한 술 더 떠서 “지금 주식을 사시겠습니까? 아니면 주식시장을 떠나시겠습니까?”라고 묻기까지 한다. 투자자에 대한 아주 고약한 겁박이다.

주식을 사지 않으면 시장을 떠나는 것이라는 상대적 개념은 어디서 가져온 것인가? 안 사고 기다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선무당에 속아 지난 1년 내내 떨어질 때마다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물론 주식투자의 최종 결정은 본인이 하는 것이지만 이쯤되면 혹세무민이 따로 없다. 계속해서 현금보유비중을 유지해야 한다는 필자의 유튜브 계정에는 “맨날 기다리라고, 현금 비중 유지하란다”고 볼멘 댓글을 다는 분들이 아주 많아서 유튜브를 접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주식투자는 가능한 싸게 사서 가능한 비싸게 팔면 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 싸다, 비싸다는 개념이 상대적인 것이어서 정확한 바닥과 상투를 찾아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증시 격언에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말이 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지금이 무릎일까 대답하기 쉽지않다. 더구나 우리나라 같은 주식시장 구조상 외국인들의 매수 없이 시장을 돌려 세우기는 어렵다.

그런데 아무리 눈 씻고 봐도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가 매력적일 수가 없다는게 문제다. 무역수지를 넘어 경상수지까지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원자재, 곡물,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어려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더 혹독한 불황이 올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열심히 해서 해결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다는게 더 힘들다.

주식이 헐값이라며 사야한다는 조급증에서 벗어나는 것도 지혜로운 투자법이다. '주린이'에서 벗어나 고수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주식이 헐값이라며 사야한다는 조급증에서 벗어나는 것도 지혜로운 투자법이다. ‘주린이’에서 벗어나 고수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쉬어라...쉬는 것도 투자다

그러면 개인 주식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갖고 있는 주식을 모두 팔아버릴까? 파는 건 너무 늦었다. 갖고 있는 주식이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나름 우량주라면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남은 현금은 아주 소중히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개인 투자자들은 ‘바닥을 놓쳐야 생존할 수 있다.’ 주가가 빠졌다고 성급히 나서 함부로 사는 것은 참아야 한다. 지금이 바닥은 아니더라도 대충 무릎 수준인 것 같으니 지금부터 사들어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차라리 바닥을 놓치시라. 무릎은 떨어지는 무릎도 있지만 올라가는 무릎도 있다. 바닥을 확인한 후 사도 기회는 많다.

바닥이 아니고 무릎에 사서는 못 먹는 시장이라면 차라리 그냥 쉬시라. 쉬는 것도 투자이다. 여러분이 계좌에 돈이 있는데도 주식을 안 살 수 있으면 이제 ‘주린이’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고, 더 나은 투자 타이밍을 잡으려고 오히려 하락을 즐기고 있다면 이제 점점 고수의 영역으로 들어가시는 거다. 주식시장은 기다린 것에 대한 대가로 돈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글쓴이

한세구 '백만개미' 유튜브 운영자

유튜브 '백만개미' 운용자 한세구는 1977년 삼보증권에 입사,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쌍용투자증권,동양증권, SK증권 등을 거치며 지점장, 임원 등 주요 직책을 역임했다. 골든힐 투자자문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KBS, MBC, SBS 증권 전문패널, SBSCNBC ‘클로징벨’ 앵커 등 방송인으로도 활약했다. 은퇴 후 유튜브 '백만개미'를 운용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주식은 그렇게 하는게 아닙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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