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봄’은 언제쯤 올 것인가?

[‘백만개미’ 한세구의 증시이야기] 인플레를 수출하고 있는 미국 연준 특정시기 보다 채권금리 변동에 주목해야 장기금리 안정될 때 ‘증시의 봄’ 올 것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 사진=연합뉴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 사진=연합뉴스

요즘은 “무주식이 상팔자!”란다. 주식 계좌 상태가 너무 무서워서 열어볼 엄두도 나지 않는다. 생각하면 “내가 이 짓을 왜 시작해서 이런 고생을 하지?” 후회가 막심하다. 신용으로 주식거래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내돈 주고 좋은 주식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으던 ‘삼성전자’, ‘카카오’를 사서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몇 십프로(%)가 졸지에 사라져버렸다.

주변에선 주식투자는 우량주를 사서 장기투자 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는데, 다시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보지만 이미 손해난 상태이니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스트레스로 건강도 나빠지고 삶의 질이 떨어졌다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 직후에는 마스크 쓰는 일로 불편함은 있었지만 아무 주식이나 사도 무조건 올랐다. 그 탓에 내 자신이 투자의 귀재인 줄 모르고 그동안 너무 돈에 욕심을 버리고 살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었는데, 이제는 마스크 벗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도 되는 날이 오자 가슴은 더 아프다. 이처럼 주식 투자자들을 힘들게 만드는 건 이 어려움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일 거다. 증시의 봄은 언제쯤 올까? 오기는 오는 건가?

미 연준 고강도 긴축에 각국 몸살

증시의 봄을 예측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미국 연준(Fed)의 태도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엄청나게 풀어놓은 돈이 문제다. 유동성 공급의 양도 그렇지만, 공급 방법도 과거와 달랐다. 경제 주체의 말단인 개인에게 직접 살포한 유동성 공급 방법은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애초에 인플레이션의 경고가 여기저기서 나타날 때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애써 무시했다. 심지어는 자넷 옐런 재무장관도 같은 의견을 냈다. 뒤늦게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인플레이션의 위력이 공포로 다가왔다. 더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그러니 연준은 자이언트 스텝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그래픽=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그래픽= 연합뉴스

일부에서는 경기 침체의 우려를 얘기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어느 정도의 어려움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이미 연준은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계속해서 급격히 올라가는 미국 기준금리는 미 채권수익율을 급격히 끌어올렸고 강달러를 만들었다. 달러에 비해 타국화폐는 점점 초라해지고, 이를 막자니 각국이 자국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결국은 미국은 다른 나라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이 와중에 속터지게 하는 사람은 런던에 또 있었다. 영국의 신임 총리 리즈 트러스다. 갑자기 들고 나온 감세정책은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를 급락시키고 채권가격을 하락시켜 중장기 채권을 주로 보유하는 연금과 펀드 등이 위험에 빠졌다. 급하게 중앙은행인 영란 은행이 채권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정말이지 미봉책일 뿐이다. 비난이 빗발치자 영국의 트러스 총리는 IMF 회의에 가 있던 정치적 동지 콰탱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반대파인 전 외무장관 제러미 헌트를 임명했다. 선거때부터 그의 단짝이던 콰탱을 희생시켰다.

솔직히 누가 봐도 자기가 추진한 정책인데 자기 대신 동료를 대신 희생시킨 것이다. 마가렛 대처 전총리를 존경해 그녀의 정책을 지금 이 시기에 적용하려 했던 트러스 현 총리가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자기의 고집을 접었지만, 그녀의 대처리즘에 기반한 경제정책이 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국의 이번 해프닝은 긁어 부스럼 아닐까. 원래대로 법인세 올리고 긴축으로 가는 원안을 추진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테니...이게 우리 증시와 무슨 상관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영국에서 문제가 생기면 우리 시장이 또 어려워진다.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 사진=연합뉴스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 사진=연합뉴스

지난 주말 미국의 9월 CPI(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은 8.2%로 발표되자, 잠시 하락하던 뉴욕시장은 ‘인플레이션 수치가 매월 낮아지고 있고 이미 피크는 쳤다’는 애매한 논리로 급등 마감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밀릴대로 밀렸던 황소세력(매수세력)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곰들(매도세력)이 황급히 숏커버링과 풋옵션 매도를 하면서 만들어낸 발작이었다. 그런데 이런 반격의 배후에는 사실 영국의 감세정책의 기조변화 감지와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쟈닛 옐린 장관의 언급이 믿는 구석이었다.

그러던 시장이,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던 미시간대의 기대 인플레이션 수치가 상승하자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급격히 하락하는 미스테리한 장을 연출했다. 그에 따라 우리 시장은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는데도 갑자기 급변하는 변동성이 심한 장이 된 것이다.

너무 많이 풀린 달러, 고통스런 회수작전

미 연준은 적어도 올 해 말까지는 계획했던 대로 금리를 올릴 것이고, 국내 기준금리도 따라올라갈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사전적 정의는 ‘통화량이 팽창하여 화폐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는 역으로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는 우선 시중의 통화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이 급격히 금리를 올리며 인플레에 맞서고 있지만 물가 안정이 쉽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 통화량에 있다. 광의 통화인 M2(현금, 요구불예금 및 2년이내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기준으로 현재 미국의 통화량은 21조 달러 수준이다. 팬데믹 이전 15조 달러였던 M2 통화량은 그간 연준의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영향으로 6조 달러 이상 증가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 금리를 올려 경기 속도를 조절하고 자산 가격 하락도 유도해야 한다.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의 추계에 따르면 미 연준은 양적 긴축을 통해 시중 현금 자체를 최소 3조~4조 달러이상 흡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현재 매월 950억 달러 규모로 진행 중인 양적 긴축(QT)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적어도 3년 이상이 소요되는 지루한 과정이고 막대한 규모다. 이것이 최근의 과격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간 내에 소비자 물가가 연준의 목표 수준인 2%까지는 절대로 내려오기 힘든 이유다.

소비가 경제의 축을 이루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평소처럼 여유 있는 소비를 즐기는 가운데 물가는 내려가는 그런 국면일 것이다. 그 방법이 현재까지는 과격한 금리 인상을 통해 강달러를 유도함으로써 환율을 통해 타국에 인플레를 수출하고 자국 수입 물가는 누르는 방법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은 아예 다른 나라 소비자의 밥그릇을 깨트려 전세계 수요를 단칼에 줄여 버리는, 더 효과적이고 손쉬운 방법에 주목하고 있다. 바로 주변국 파산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타국이 국가파산으로 소비할 여력이 없어지게 되면, 미국인은 낮아진 물가에 소비를 여유롭게 즐기면서도 조기에 혹독한 긴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강달러를 걱정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제는 강하다”는 바이든의 얘기가 더 이런 생각을 들게 만든다. 그래서 영국 문제가 자꾸 신경 쓰이는데, 마치 200여년 전 있었던 ‘보스톤 차 사건’이 연상된다.

채권시장 정상화되는 시점이 ‘증시의 봄’

이제 중요한 것이 금리다. 이는 채권 시장을 통해 우리에게 시그널을 보낸다. 이제부터는 올해 말이 저점이라는 둥, 내년 상반기가 투자의 적기라는 둥 하는 시간적 개념보다는 채권금리의 움직임을 살펴야 더 쉽고 편안하게 ‘증시의 봄’의 알림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인투자자가 쉽게 살필 수 있는 지표들이 있다. 첫째는 장단기 금리차이다. 일반적으로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 금리보다 높다. 최근에는 이것이 역전되어서 미국 2년 국채 금리가 10년 국채금리보다 높다. 이것이 줄어들거나 역전되는 때를 살필 필요가 있다.

둘째는 미국의 기준금리와 10년만기 국채금리의 차이가 그것이다. 지금은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더 높지만 이 둘이 같아지는 현상으로 우리는 ‘증시의 봄’이 시작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흘러내리는 하락 장세에서 작은 변동성에 너무 부지런해지면 내 계좌는 더 어려워진다.

글쓴이

한세구 '백만개미' 유튜브 운영자

유튜브 '백만개미' 운용자 한세구는 1977년 삼보증권에 입사,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쌍용투자증권,동양증권, SK증권 등을 거치며 지점장, 임원 등 주요 직책을 역임했다. 골든힐 투자자문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KBS, MBC, SBS 증권 전문패널, SBSCNBC ‘클로징벨’ 앵커 등 방송인으로도 활약했다. 은퇴 후 유튜브 '백만개미'를 운용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주식은 그렇게 하는게 아닙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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