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라이프

온전한 애도

[레시피 나라의 앨리스]

그래픽= 최소영
그래픽= 최소영
  • 화이트 오믈렛 & 곡물 샐러드 스로 매료하는 화이트 오믈렛 & 곡물 샐러드
  • 화이트 오믈렛(계란 흰자 4개, 생크림 10g, 소금 후추 조금씩을 잘 저어 섞어서 프라이팬에 부친 후 식혀둔다.)/ 익힌 곡식(귀리, 렌틸, 보리)/ 버터레터스/ 와일드 루꼴라/ 적엔다이브/ 컬리플라워/ 아스파라거스/ 알감자/ 방울토마토/ 쵸리죠/ 스모크 모짜렐라/ 살사(빨간파프리카, 노란파프리카, 오이, 샬롯, 다진 파슬리)/ 아보카도(레몬즙, 오일, 소금, 후추)
  • 네 가지 드레싱
  • 아보카도 밑간용 비니거 드레싱(올리브유, 레몬즙, 소금, 후추)
  • 파프리카 밑간용 살사 드레싱(샴페인 비니거, 소금 후추 적당량)
  • 완성 후 전체에 살짝 얹어 줄 머스타드 드레싱(홀그레인 머스터드 5/ 미림 3/ 레몬즙 1/ 다진양파 1의 비율에 소금 조금)
  • 험무스는 곁들여 내기

표면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엄마는 평소처럼 따뜻한 아침상을 차려냈으니까. 탱글탱글하면서도 찰기 도는 밥은 상아빛 그릇 안에 소담스럽게 담겨있었고, 콩나물국의 간도 딱 맞았다. 문제는 계란프라이였다. 나는 기름을 넉넉히 둘러 튀겨낸 계란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묵묵히 먹어 치웠다. 노른자까지.

오빠와 나는 취향을 나누어 가지는 방법을 알았다. 밥상에 계란프라이가 오르면 흰자는 내 것, 노른자는 오빠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랬고, 각자의 몫으로 받아든 계란프라이가 하나든 둘이든 우리는 사이좋게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 바꾸어 먹었다. 골고루 먹으라고 잔소리하던 엄마도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의 고집에 져주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엄마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계란을 부쳐준 건 아니었다. 우리가 계란의 한 부위만 공략해 먹어도 모르는 척을 했을 뿐. 오빠는 이제 없지만 계란프라이는 똑같이 아침상에 올라오고, 나는 그것을 깨끗이 먹어 치우는 것으로 오빠의 죽음을 지운다. 아니 모른척한다. 상 위에 오빠의 부재를 남겨놓지 않는 것이다.

오빠가 없는 집에서 허깨비 같은 얼굴을 하고 지내는 엄마는 내가 계란을 어떻게 먹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하지만, 차라리 다행이라고 여겼다. 노른자를 억지로 처리해오고 있는 동안 나의 애도에는 짜증이 스며들고 있는 걸 알아차리기 전까지는. 내가 엄마의 슬픔을 축소하려 드는 동안 나의 슬픔은 오염되고 있던 것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아침 식사를 거르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오믈렛을 전문으로 한다는 간판을 보고도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내 일터인 우체국 옆에 생긴 작은 가게였다. 여느 때처럼 빈속으로 출근길을 재촉하던 중인데 가게 앞의 입식 메뉴판을 보고는 걸음이 멈췄다. 화이트 오믈렛. 쌀쌀한 날씨였고, 유독 배가 고팠던 날이었다. 가게문을 밀고 들어가자 딸랑, 벨소리가 났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후 휴게실로 갔다. 햇살이 드는 휴게실에서 포장해 온 오믈렛과 샐러드를 먹었다. 식당 주인은 어린 딸이 노른자를 먹지 않는 걸 보고 만들어 팔기 시작한 메뉴라며 빙긋이 웃었다. 오빠가 살아있었다면 언젠가는 식당 주인 같은 딸바보 아빠가 되었으려나. 딸이 노른자를 싫어하면 고모 닮아서 그렇다며 나를 흘겨봤으려나. 하얀 오믈렛을 먹으며 나는 오빠가 상실한 미래를 슬퍼했다. 비로소 온전히 슬퍼지는 기분이었다.

퇴근길에 보니 오믈렛 가게에서 달콤한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혹적인 냄새에 이끌려 가게 안에 들어간 사람들이 저마다 조그만 상자를 하나씩 들고나왔다. 에그타르트 상자. 문득, 엄마는 종일 뭘 먹고 있을까 걱정이 됐다. 식당 주인 남자가 나를 알아보고는 웃었다. 다시 오셨네요.

지하철 좌석을 차지하다니, 운이 나쁘지 않은 날이다. 내 무릎 위의 봉투 안에 는 오믈렛과 에그타르트가 들어있다. 두 가지 음식 냄새를 맡으며 언젠가 엄마가 한 말을 떠올렸다. 여행 프로를 보던 중이었을 것이다. ‘포르투갈에 유명한 에그타르트 가게가 있대. 수녀님들의 레시피로 구운 거라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대.’

오믈렛 식당 주인 남자는 화이트 오믈렛 메뉴를 개발하면서 노른자를 써먹기 위해 에그타르트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역시 오빠처럼 잘 웃는 남자였다. 오빠. 우리 오빠. 엄마와 나는 각자의 방법으로 슬퍼하고 있지만 한 번도 함께 울지 못했다. 어쩌면 엄마도 나의 몫을 축소해주려고 애쓰고 있는 것일까. 쌍둥이 오빠를 상실한 내 특별한 슬픔을.

지하철은 애도에 어울리는 장소가 아니다. 백지 같은 얼굴들이 늘어선 곳이니까. 표정을 전시하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숙였다.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에그타르트 상자 위로.

- 레나엘 프로젝트 -

단백질, 채소, 곡물, 지방으로 완벽히 균형잡힌 식재료
단백질, 채소, 곡물, 지방으로 완벽히 균형잡힌 식재료

화이트 오믈렛 & 곡물 샐러드는 식당 ‘에그머니’에서 맛보실 수 있습니다. 주소: 서울시 노원구 화랑로 421 (Instagram@hanjunr)

음식- 황창민 셰프

프랑스 파리 꼬르동블루 졸업. 프렌치 레스토랑 라뜰리에, 베이커리 카페 그랑부아, 파사드 운영을 거쳐 현재 다수 기업의 사내 카페 및 라운지 운영 전문업체 ㈜라뜰리에 대표.

사진- 이정민 작가

포토 스튜디오 [단편] 운영자. 사진과 판화를 접목하고, 한지와 패브릭을 활용하는 회화적 사진 작업으로 활동 중. 한국공예디자인 문화진흥원, 문화재청, 한국문화재 재단, 북촌한옥청, 북촌문화센터 등지에서 열린 다수의 전시에 참여. 마켓컬리, 이성당, 에프북언더, 주얼리 브랜드 JIGUM 전속작가.

글- 홍예진 소설가

재외동포문학상 소설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발표 시작. 산문집 [매우 탁월한 취향], 장편소설 [소나무 극장] 저자. [더 칼럼니스트]에 홍예진의 애플파이 코너 연재 중.

글쓴이

레나앨 프로젝트

신개념 요리 컨텐츠 [레시피 나라의 앨리스]를 위해 모인 사람들. 셰프 황창민, 사진작가 이정민, 소설가 홍예진이 빚어내는 [레나앨 프로젝트]는 음식 및 요리법에 초단편 소설을 곁들여 소개한다. 입체적 요리 컨텐츠를 추구하는 크리에이터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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