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절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신은철의 미국정치 ‘스틸 것’] 부정여론 확산에 고전중이지만 공화당도 올해 중간선거 낙관 못해
취임 1년차 지지율, 트럼프 다음으로 낮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46대)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20일 정오(미 동부 현지시간)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그를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32대)와 비교하는 기사가 올라왔을 정도로 그는 취임 후 100일을 잘 마무리했다. 심지어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을 ‘레이건처럼 정부에 대한 관점을 바꾸려 노력하는 대통령(Reverse Reagan)’으로 묘사했다.
바이든은 지난해 하반기에 공화당을 끌어들여 1.2조 달러 인프라법을 통과시켰으며, 공화당과 합의를 거쳐 필리버스터를 저지한 후 28.9조 달러였던 부채한도(debt ceiling)를 31.4조 달러까지 높이는 법안을 본 표결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재무부는 2023년 초엽까지 국채 발행을 통해 필요한 정부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2조 달러 재정안(Build Back Better)은 통과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3선)의 부인 게리 코넬리 맨친이 2021년 4월에 상원의 만장일치 지지를 받아 애팔래치아 지역위원회의 연방 공동위원장에 임명되었는데, 전리품을 챙긴 맨친 상원의원이 지난 연말 2조 달러 재정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직후에 “미국 유권자는 21세기의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원치 않는다”며 BBB법을 비판했던 애비게일 스팬버거 민주당 하원의원(버지니아 제7구/재선)조차 맨친이 생산적인 논의를 독단적으로 끝내버렸다며 실망을 표하는 등 민주당내 난맥상이 여전하다.
이와 같은 혼란이 지속되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45% 이하로 하락했다.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에 따르면, 1945년 이래 바이든(41.9%)보다 낮은 취임 1년 차 지지율을 기록한 미국 대통령은 전임자인 트럼프(39.5%) 한 명 뿐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바이든이 집권당에게 불리한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시각도 일리는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바이든
그렇지만 바이든의 반전을 예상치 못할 상황은 아니다. 바이든은 지난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5,555억 달러 규모 기후변화 대책과 어린이집(Pre-K) 확대가 모든 민주당 상원의원의 지지를 받으리라 자신하면서, 규모를 줄인 재정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대선 공약인 자녀세액공제와 커뮤니티 칼리지 무상화의 포함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앤드류 베이츠 백악관 대변인 역시 자녀세액공제와 유급병가 조항이 논의되고 있다는 로이터의 기사 내용을 반박하는 등 재정안에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이다.
바이든과 백악관이 저렇게 상황을 정리했다면, 자녀세액공제안이 1.2조 달러 인프라법처럼 재정안에서 분리된 후에 소수 공화당 의원의 지지를 받아 최종 가결될 가능성도 있다.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메인/5선)은 지난해 12월 21일에 초당적인 협상에 응하겠다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녀는 현재 메인 주의 18세 이하 어린이 중에서 90%가 공제 대상이니 자녀세액공제 연장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유타/초선)은 지난해 2월에 직접 자녀세액공제법안을 발의한 바 있어 역시 수용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은 임기 첫 해에 트럼프보다 한 명 더 많은 연방판사 후보자(73명)를 지명했고, 상원이 지난해 12월 18일에 연방지방법원 판사 후보자 10명의 인준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40대) 이후 임기 첫 해에 가장 많은 연방판사를 임명한 대통령이 되기도 했다.
공화당과 트럼프가 2017년에 항소법원이 위치한 주의 야당 의원으로부터 찬반 의사인 ‘블루슬립(blue slip)’을 받는다는 전통을 깨뜨리고 연방항소법원 판사 17명을 임명한 탓에, 바이든은 공화당의 반대를 의식하지 않고 사법부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최초의 흑인 무슬림 판사인 자히드 쿠라이시와 처음으로 연방항소순회법원 판사에 임명된 공개적 동성애자 베스 로빈슨 등 다양한 특색을 지닌 인물들이 임명되고 있다. 사법부내 다양성 확대가 빛을 보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1일에 시작되어 올 1월 15일에 종료된 오바마케어 가입기간 동안에 역대 가입기간을 통틀어서 가장 많은 미국인(1420만 명 이상)이 건강보험에 등록했다. 특히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선거인단이 많고 보수 우세인 텍사스와 플로리다의 가입자가 늘어났고, 오바마케어에 대한 관심도 역시 높아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증액한 오바마케어 보조금이 2022년까지 지급될 예정이라서 민주당이 이슈를 수월하게 부각시킬 수 있다. 반면 공화당은 베이스층을 결집시키려고 오바마케어 폐지론자인 트럼프에게 의존하고 있다. 이같은 점들은, 우리가 주목하지 못한 가운데 바이든이 강단있게 밀어부치고 있는 성과들이다.
이밖에도 바이든은 코로나 팬데믹 대응과 관련해 홈페이지를 개설해 가정용 진단키트 5억 개를 무상으로 배포할 준비를 마친데 이어 무료 비수술용 N95 마스크 4억 개를 전국 각지의 지역보건센터와 소매약국에 배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와 관련, 팬데믹의 장기화 및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말미암아 정부의 대응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음을 인정했다.
아직은 절망적이지 않은 올해 중간선거
한편 올해 치러질 중간선거와 관련, 하원 선거의 판세는 인플레이션과 사회·문화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는 공화당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퀴니피악 대학의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은 44%의 지지를 받아 민주당을 1%p 차이로 앞섰다. 그런데 유고브의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이 43%의 지지를 받아 4%p 차 우위를 점했다.
상원 선거의 판도 역시 공화당에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온건한 이미지로 인기를 끄는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공화당/3선)가 상원의원 불출마를 선언했기에 민주당이 뉴햄프셔를 수성할 가능성이 크다. 네바다는 많은 히스패닉 인구와 대도시권의 민주당 지지라는 변수로 인해서 공화당의 승리를 섣부르게 예측할 수 없다. 조지아의 첫 흑인 상원의원인 라파엘 워녹(민주당/초선)은 에벤에셀 침례교회의 담임목사를 겸임 중이라 맨친 의원과 커시틴 시네마 의원이 반대하는 투표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호소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민주당내 중도 성향인 시네마 의원은 지난 22일 당으로부터 불신임 경고장을 받기도 했다.
바이든은 정치인생에서 흑인 학생의 백인 학교 등교 정책(버싱)에 반대하는 백인 중산층과 마주한 첫 상원의원 임기를 시작으로 숱한 위기를 마주했다. 민주당 경선이 진행되고 있던 2년 전에도, 바이든은 사퇴의 기로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한 번 재기해 후보 지명을 쟁취했고, 빌 클린턴(1992) 이후에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했다.
설령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을 탈환하더라도, 첫 중간선거 당시에 하원에서 각각 54석(1994)과 63석(2010)을 상실한 빌 클린턴과 오바마가 대통령 재선에 성공했듯, 그에게도 기회가 없으리라 장담하긴 이르다.
그렇다면 “2024년에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49대)을 선택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건강’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될 경우에 다시 한 번 트럼프와 맞붙을 준비를 하고 있는 바이든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향후의 정국을 분석하고 판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요컨대 지금은 그를 실패한 대통령으로 규정하기에 시기상조이며, AP의 여론조사 기준으로 1978년 11월에 50%의 지지를 받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39대)은 적절한 비교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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