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마크롱이 2017년때만 못한 까닭은

[신은철의 프랑스 정치 ‘스틸 컷’] 프랑스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정치 양극화 분열된 프랑스 통합하겠다는 마크롱...과연?

2022년 프랑스 대통령선거의 주요 후보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마크롱, 르펜, 벨랑숑. 사진=연합뉴스
2022년 프랑스 대통령선거의 주요 후보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마크롱, 르펜, 벨랑숑. 사진=연합뉴스

프랑스 정치의 화두 역시 양극화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연임에 도전하는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과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가 오는 24일(현지시간) 결선투표에서 만난다. 판세는 마크롱 현대통령에게 유리하게 기울고 있지만, 프랑스 정치가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 앞으로 프랑스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선거 1차 투표에서 가장 뚜렷이 나타난 특징은 ‘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표심 변화’였다.

대선 1차 투표 결과를 보면, 파리 서부의 중산층과 상류층이 마크롱 현대통령을 지지했다. 마크롱은 파리 6구에서 1만282표(47.62%)를 득표해 2위인 좌파의 장 뤽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를 7002표(32.43%p) 차이로 앞섰다. 6구가 관할하는 생제르맹 데프레는 ㎡당 부동산 가격이 평균 1만6273유로에 이르는 부자 동네다. 반면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서 방리유(banlieue)라고 불리며, 이민자의 거주지이기도 한 북동부와 남부는 좌파인 멜랑숑을 지지했다. 멜랑숑은 부동산 가격이 ㎡당 7784유로인 라샤펠을 포괄하는 18구에서 3만4289표(41.70%)를 받았다.

마틸드 라레르에 따르면 멜랑숑을 지지한 행정구역이 1848년 2월 혁명 당시에 7월 왕정의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었던 시가지와 거의 일치한다고 한다. 즉 2세기 가까이 유지되고 있는 파리의 자치구별 경제 구조가 1차 투표 결과에도 그대로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반면, 이민자를 공공연히 비난하는 극우파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도 다른 지역의 경제 양극화에 주목했다. 특히 보르도 외곽 지역이 대표적이었다. 극우파인 르펜과 에릭 제무르 재정복!(R!) 후보, 반대편의 좌파 멜랑숑이 보르도 외곡 ‘가난한 초승달지대’에서 50~70%를 득표했는데, 중도 지지보다는 극우와 극좌가 표를 나눠가졌다.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항구도시이자 와인 생산지인 보르도는 최근까지 민간 및 군용 항공 산업을 계속해서 육성해왔다. 구시가지 전체가 2007년에 세계문화유산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노력했고, 2017년에는 도시와 파리를 연결하는 떼제베(TGV)를 완공했다. 보르도는 일자리 개수가 2008년에서 2018년 사이에 15% 늘어났는데, 인구 10만명이상 도시 중에서 3번째로 높다. 특히 관리직과 고숙련 노동자의 비율이 같은 기간에 24%로까지 올라갔고 부동산 가격도 파리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다. 그 결과 유럽 생태녹색당(EEEV) 소속인 피에르 허믹이 2020년에 신임 시장에 당선될 만큼 보르도의 정치 지형이 진보화되고 있는 곳이다.

반면 프랑스의 학생과 저임금 노동자는 파리보다 더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부동산 가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보르도 외곽 변두리 지역에 정착했다. 변두리의 교통체증과 범죄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질수록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져갔다. 지롱드주 북부에 소재한 와인 생산지 매독 지구(Médoc)의 상황이 특히 심각했다.

억만장자가 소유 중인 농장 샤토 라투르와 샤토 라피트 로칠드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데, 지역의 이름을 생 테스테프와 생 줄리안 같은 최고급 브랜드에 빌려준 매독 지구의 소도시들은 방치됐다. 지롱드주 남동부에 위치한 생트 포이라 그랑드 역시 와인을 생산하며 번영을 누렸으나, 지금은 프랑스 내륙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가 됐다. 시민 2600명 중에서 절반 가까이가 빈민이며, 실업률은 7.4%(지난해 4분기)인 전국 평균보다 약 5배나 높다. 이 보르도 외곽, 즉 지롱드주의 북부와 남동부를 관통하는 지역을 ‘가난한 초승달지대’라고 부르는 이유다.

마크롱은 그 지역에 거주하는 노동계층과 저소득층의 반감을 키우는 전략을 쓰기도 했다. 그는 불만을 표출하는 정원사에게 ‘길을 건너가기만 해도 당신에게 훌륭한 레스토랑 일자리를 찾아줄 수 있다’고 악담해 민심을 자극했다. 노랑조끼 시위 당시에는 유류세 인상을 철회하면서도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선언, ‘그랑제콜을 졸업한 금융인답게 엘리트와 부유층만 위하면서 시민을 가르치려 드는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노랑조끼 시위가 끝난 후에는 현 62세인 정년을 65세로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연금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발표, 또 다른 시위를 유발했다. 지금은 기득권 옹호꾼이라는 꼬리표까지 달려있다.

시골 및 소도시 거주민의 불만을 부추긴 르펜

반면 극우파인 르펜 RN후보는 지난 3월에 보르도를 방문하지 않고, 대신 도시 북쪽에 있는 생 마르탱 라코사드에서 유세를 벌이는 등 시골과 소도시를 철저하게 공략했다. 이들 지역에서 소규모 유세를 펼치거나 슈퍼마켓을 방문해서 민생 문제인 물가를 언급하기도 하고, 마크롱을 “서민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엘리트 정치인”이라 비난했다. 또한 시골 및 소도시에 대해 ‘잊혀진 프랑스’ 혹은 ‘대중 블록’으로 묘사했다. 마크롱을 지지하는 대도시와 관광지를 ‘엘리트 블록’으로 부르는데 대해 대칭하는 구도를 만들려는 것이었다.

이처럼 르펜은 경제 양극화에 대한 시골·소도시 거주민의 반감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면서, 2022년 대선 1차 투표를 계기로 일종의 계급투표 구도를 형성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녀의 전략이 일견 적중하는 성과를 냈다. 거주지별 지지층 분포를 보면, 마크롱 지지층 중에서 72%가 도시민인 반면, 르펜 지지층 56%는 전원 지역(semi-rural, 32%) 혹은 시골(24%)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극우파인 르펜과 에릭 제무르 재정복!(R!) 후보, 좌파 멜랑숑이 ‘가난한 초승달지대’에서 50~70%를 득표했는데, 멜랑숑과 다르게 극우파의 득표율이 2017년보다 높아진 것이다. 예를 들어서 르펜과 제무르는 지롱드주에 위치한 도시 포이악에서 합산 835표(41.37%)를 받았는데, 르펜의 2017년 1차 득표율보다 7.99%p가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마크롱은 ‘엘리트 대통령’이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이번 대선 1차 투표에서 시골과 소도시에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렉스프레스의 예측치에 따르면 마크롱은 시골 코뮌에서 27%의 지지를 받아 르펜을 1%p 차이로 앞섰다. 인구가 2천 명보다 많고 2만 명 미만이거나, 2만 명에서 10만 명 사이인 행정구역에서도 르펜보다 불과 1%p가 낮은 28%를 득표할 것으로 전망됐다. 멜랑숑 지지층 94%가 도시 거주민인데 반해 마크롱 지지층 중 29%는 전원 지역(18%) 또는 시골(11%)에서 살고 있다. 마크롱이 시골과 소도시에서도 약진한 셈이다.

이처럼 이번 대선에서 거주지의 경제 상황이 유권자의 투표 성향을 상당히 좌우한 것으로 나타났다. 르펜은 그런 현실을 활용해 계급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드는데는 실패했다.

프랑스대선 결선투표를 일주일여 앞둔 16일(현지시각) 파리에서 젊은이들이 마크롱 대통령과 마린 르펜 후보를 경멸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EPA/연합뉴스
프랑스대선 결선투표를 일주일여 앞둔 16일(현지시각) 파리에서 젊은이들이 마크롱 대통령과 마린 르펜 후보를 경멸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EPA/연합뉴스

아직 무너지지 않은 ‘공화국 전선’

그러나 이번 1차 대선후 양상의 특징은 여전히 ‘공화국 전선’(Republican Front)이 위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효투표권을 행사한 프랑스 유권자 중에서 58%가 1차대선 투표에서 양 진영의 급진주의자, 대중영합주의자, 국수주의자를 지지했으나 1차 투표가 끝난 뒤, 유권자들은 ‘공화국 전선’(Republican Front)으로 결집하고 있다. ‘공화국 전선’은 극우의 집권을 저지하려고 이념을 초월해 단합하는 프랑스 유권자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다시말해 극우의 대선 승리를 계속해서 저지하려는 세력들의 총합이다.

‘공화국 전선’의 위력은 역대 선거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나 2002년 대선 결선에서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우파)은 마린 르펜의 부친인 장 마리 르펜과 맞붙어 82.21%의 지지를 받았다. 최고 기록 보유자인 루이 나폴레옹(1848년, 74.3%)을 넘어선 득표율. 마크롱 또한 2017년 대선 결선 당시에 66.10%를 득표해 마린 르펜을 32.20%p 차이로 대파했다.

그렇지만 2002년 및 2017년 결선 결과를 현재의 여론조사 추이와 비교해 보면, 마크롱이 르펜을 앞서는 것과는 별개로 ‘공화국 전선’의 응집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알수 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및 피뒤시알(Fiducial)에 따르면 마크롱은 1차 투표 당일에 2%p였던 결선 격차를 7%p까지 벌렸다. (51대 49→ 53.5대 46.5) 입소스는 직전 조사 기준으로 10%p였던 격차가 12%p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 (55 대 45→ 56 대44)

무엇보다 맬랑숑 지지자들의 반감이 커 마크롱이 확실한 압승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06년에서 2016년 사이에 노동력의 4분의 1을 상실했기 때문에 ‘프랑스의 러스트 벨트’라 불리는 북부 공업지대의 노동계층은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반대하는 한편 은퇴연령을 높일 마크롱의 계획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이에 반해 르펜은 17세에서 20세 사이에 취업한 뒤 40년 동안 일한 노동자의 퇴직을 2년 앞당기고 연금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주류 좌파를 내각에 기용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중도 좌파의 지지를 받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 결과 멜랑숑 지지층 상당수가 르펜을 지지하거나 아예 기권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입소스에 따르면 멜랑숑 지지층 중에서 18%가 르펜을 선택했으며, 49%는 기권하겠다고 응답했다. 2017년 대선 결선 당시에는 유효표를 던진 멜랑숑 지지층(59%) 중에서 르펜 지지가 7%였던 것과 대비된다.

물론 멜랑숑이 지지층에게 “르펜에게 한 표도 주시면 안된다”고 당부한 데다 결선까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어서 판세는 유동적이다. 특히 마크롱은 북부에서 첫 결선 유세를 벌이면서 연금개혁 원안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 노동계층의 반감을 줄이려 애쓰고 있다. 세부 사항을 야당 및 노동조합과 논의하고, 정년을 64세까지 높이는 방안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마크롱이 판데믹과 인플레이션 대처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탓에 르펜은 인플레이션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마크롱은 대학 식비를 1유로로 제한하고, 궁핍한 지역의 학교 급식과 여학생용 위생용품을 무상화했다. 공산당의 제안을 참고해 은퇴한 저소득 농민에게 월 100유로를 추가로 지급했다. 유가가 상승하자 저소득 및 중산층 노동자 3600만명에 대해 1천억 유로 규모 예산을 편성하고 보조금을 지급했다. 지급 시한을 올해 연말까지 연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공화당 전선’의 결집과 마크롱의 대응에 따라 프랑스 극우파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투표율이 2017년 대선 1차 투표보다 4.08%p 낮아졌거니와 1969년 이래 최저치인 2017년 대선 결선 투표율(74.56%)보다도 낮은 73.69%를 기록하는 등 2022년 프랑스 대선은 우울한 성적표도 남기고 있다.

또한 선명 좌파와 극우파가 몰락한 공화당과 사회당 등 양대 기성 정당의 공백을 메우는 현상이 이번 선거에서도 재현됐다. 때문에 마크롱이 재선에 성공한다 해도 그의 중도 정치를 확실하게 뿌리내리지 못하면, 극우가 언제든 집권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때문에 마크롱이 재선 대통령에 선출된 뒤에도 프랑스의 정치를 최대한 냉정한 관점아래 주목하는게 바람직해 보인다. 프랑스는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의 5대 상임이사국이자 핵보유국이며,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프랑스의 정치 안정이 중요한 이유다.

글쓴이

신은철 칼럼니스트

신은철 칼럼니스트는 대학 시절 영어영문학을 전공했지만 미국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중간선거가 실시된 2018년부터 블로그에 미국 정치글을 연재하고 있다. 프랑스와 같은 주요 유럽 국가들의 정치에도 관심이 많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