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되는 전쟁은 없다
[신은철의 미국정치 ‘스틸 컷’] NATO 가입 개시한 핀란드에 꼬여버린 푸틴 바이든의 새 파트너, 미국 ‘보수 주류’ 부상 중간선거 져도 ‘전쟁 지원’할 힘 얻은 바이든 “전쟁을 끝내기엔 지도자들 머리가 복잡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9일 전승절 기념연설을 한 뒤 2주가 지나갔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산불 진압 담당부대까지 차출하는 등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장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흑해의 주요도시인 마리우폴을 점령했고 유럽 최대 규모 원자력발전소의 소재지인 자포리자 주를 재건하려 한다.
미국 또한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손을 뗄 생각이 없다. 미 상원은 지난 19일(현지시간)에 찬성 86대 반대 11로 400억 달러 규모 원조법안을 최종 가결했다. 그 결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540억 달러를 초과하는 원조를 올해 9월까지 우크라이나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미 하원이 지난달 28일에 압도적인 지지(찬성 417대 반대 10)로 ‘2022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수호 무기대여법’을 최종 통과시켰기에 2023년 9월 30일까지 군수물자를 지원할 수도 있게 됐다.

러-우 전쟁에 대한 미국내 정치 움직임은
미국과 러시아 두 강대국의 대립은 그동안 숱한 우려를 낳았다. 푸틴이 화학무기 또는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바라건대 그 사람(푸틴)은 권좌에 남아있을 수 없습니다”라고 일갈하는 바르샤바 연설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어떤 이는 훨씬 강경한 전략으로 푸틴을 무너뜨리려 한다며 바이든을 비판했다. “바이든이 푸틴의 정보전과 기습 전략에 제대로 대응할까?”라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현재 미국내 정치의 역학구도가 트럼프 시기와 다르게 푸틴에게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존 야머스 하원 예산위원장(켄터키 제3구·8선)은 현재 민주당내 최대 정파인 ‘의회진보 코커스’의 회원이다. 좌파인 야머스는 트럼프의 재직 기간 당시에 7천억 달러 규모 국방예산에 반대했으나, 올해 3월에는 국방비 증액을 저지하기 힘들어졌다고 털어놓았다. 푸틴이 전쟁을 개시한 결과 지속적인 국방예산 증액에 반대할 수 없게 되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역시 ‘의회진보 코커스’ 소속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뉴욕 제14구·재선)은 아예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지지한다”’라고 천명했다. 요컨대 민주당의 좌파, 중도파(주류), 보수파가 우크라이나 원조 문제에 대해 단합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공화당에서도 보수 주류가 당내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켄터키·7선)는 지난 14일에 키이우를 방문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접견한 뒤 “군사 원조는 거저 주는 게 아니다”라고 얘기하면서 고립파의 주장을 직접 반박했다. 미 상원이 400억 달러 규모 우크라이나 원조안을 최종 가결한 뒤 메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앞으로도 고립파의 득세를 막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공화당 의원 일부는 개입주의에 반대하는 리버테리언이거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층을 포섭하려고 의도적으로 고립노선을 표방한다.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재선)은 개인의 자유 보장을 지지하고 고립주의를 지향한다. 조시 홀리 상원의원(미주리·초선)도 “국경 안보(이민 통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보다 훨씬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코널의 행보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15일 핀란드와 스웨덴을 방문해서 이들 국가의 NATO 가입을 지지했거니와 양국 가입 비준 문제를 바이든과 직접 상의하기도 했다. 비준 정국에서도 그는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올해 11월에 51석 이상을 확보해 상원 다수당이 되면, 매코널은 다수당 서열 1위로서 의회 내 논의를 주도하게 된다. 즉 바이든은 중간선거에서 패한다 해도, 지속적으로 초당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다.
푸틴, 미군기지· NATO 회원국 도발안했다
한편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파병은 없다”는 방침을 일관되게 지키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헌장 제5조를 언급하면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직후에 처음으로 발동된 바가 있는 헌장 제5조는 개별 NATO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30개 회원국 전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NATO 헌장 제5조는 집단안보 원칙이다.
푸틴은 NATO의 동진을 막겠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레드지코보(폴란드 북부)와 데베셀루(루마니아 남부) 미군기지가 NATO의 확장을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에서 800마일(1287km) 떨어져 있는 레드지코보 기지가 푸틴의 주장대로 NATO의 야욕을 드러낸다면, 발트 해가 새로운 전장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푸틴은 발트해 남동부를 통해서 러시아 본토로 연결되며 NATO 회원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위치한 고립영토(exclave) 칼리닌그라드 회랑에 발트함대 사령부를 구축하고 핵탄두 장착 미사일 등을 배치했는데, 발트 해 남동부는 독일, 폴란드, 발트 3국(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을 가입시킨 NATO의 영역이다.
그런데 푸틴은 아직 NATO에 합류하지 못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으면서도 레드지코보 또는 데베셀루 기지를 치지는 않았다. 칼리닌그라드 회랑 일대에서 작전을 펼치지도 않았다. 또한 푸틴은 NATO 가입을 추진하면 핵무기를 발트 해에 배치하겠다고 핀란드와 스웨덴에 거듭 경고했으면서도, 우크라이나 전황이 나빠지자 핀란드 국경에 있던 부대를 우크라이나로 파병했다. 즉 푸틴은 강경한 태도를 드러내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 또는 NATO와의 전면전으로 확장하지는 않았다.
빗나간 푸틴의 계산...역사를 잊지 않은 핀란드
게다가 푸틴이 인근 국가들의 역사를 고려하지 않은 바람에 그의 의도 및 계획과 정반대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핀란드와 스웨덴이다.
핀란드는 스웨덴(1155~1809년)과 러시아(1809~1917년)의 지배를 받다가, 1917년에 블라디미르 레닌과 협의해 독립국이 된 나라다. 그러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소련)은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핀란드의 제2도시였던 비보르크를 귀속하는 등 남동부 영토를 차지해 버린다. 종전 후에는 우호조약을 체결해 헬싱키 서쪽에 군사기지를 건설했다. 이에 핀란드는 장관 임명 문제를 소련에게 일임하고 친소련 외교정책을 추진했다. 즉 소련은 핀란드를 속국으로 만들었으며, 그 속국화를 뜻하는 용어가 바로 ‘핀란드화’(Finlandization)이다.
핀란드는 소련 해체 후에도 자신들과 1340km 길이 국경을 맞대는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며 친서방 성향을 드러냈으나 노르웨이와 덴마크(노르딕), 발트 3국과 다르게 NATO에 합류하지는 않았다. 대신 중립국 지위를 활용하여 유럽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맡고자 했다.
그러나 핀란드는 방위 태세를 착실하게 강화해나갔다. 국방부가 올해 2월 11일에 94억 달러를 들여 F-35 라이트닝 II 전투기 64대를 구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핀란드는 30년째 미국 무기를 구입하고 있다. 유럽 선진국으로는 보기 드물게 징병제를 폐지하지 않아서 유럽 내에서 총인구 대비 가장 많은 병력인 전체 성인 1/3 정도를 예비군으로 동원할 수 있고, 최소 반년 치 원유 및 곡물을 비축해두었다. 지하 주차장, 수영장, 아이스링크장 등은 전쟁이 발발하는 즉시 대피소로 개조된다. 또한 러시아가 지난 2008년에 조지아를 무력으로 제압하고 2014년에는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핀란드는 노르웨이 및 스웨덴과 군사 훈련을 실시하고 NATO, 미국, 영국과의 안보 공조를 대폭 강화했다.
그 와중에 푸틴이 NATO에 가입하지 않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NATO 가입 지지율이 핀란드에서 처음으로 과반을 돌파했다. 핀란드는 이어 국방예산을 GDP 2%를 초과하는 수준까지 늘리고 노르웨이산 원유를 수입하는 한편 급기야 지난 18일에는 스웨덴과 함께 NATO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즉 역사를 상기하면서 ‘중립국 지위가 안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푸틴이 NATO를 견제하기 위해서 시작한 전쟁이 오히려 NATO의 확장, 즉 북진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북진하는 NATO에 어떻게 대처하나
푸틴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스웨덴은 1814년에 중립국 지위를 인정받았으며 2차 대전 종전 뒤에는 노르딕 안보 연합 결성을 덴마크 및 노르웨이와 추진했다. 소련이 핀란드를 속국으로 만들고 노르웨이가 미·영 동맹 편입에 집중하자, 스웨덴은 다시금 비동맹 중립 노선을 표방했다. 소련이 해체된 후에도 징병제를 폐지하고 군비를 축소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지난 2013년 4월에 자국 영해를 침범해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등 야욕을 드러내자 스웨덴은 NATO, 미·영, 인근 노르딕 국가와의 공조를 강화하고 2017년에 징병제를 재도입했다. 또한 러시아가 기어이 우크라이나를 치자 휴대용 무기 1만 기를 우크라이나에게 지원했고 핀란드의 뒤를 따라가면서 NATO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국방예산을 2028년까지 GDP 2%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이대로 NATO에 가입하면 푸틴의 운신의 폭이 발트 해에서 크게 위축된다. 예를 들어서 핀란드는 헬싱키와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을 단일 도시권으로 만들기 위해서 핀란드만(Gulf of Finland) 하부에 고속철도 터널을 건설하고 있다. 스웨덴은 냉전 당시에 한때 세계 4위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강력한 공군력을 구축했으며 지금은 최신 JAS 39 그레핀 전투기를 제작하고 인근 노르딕 국가에 판매하고 있다.
판매계획이 완료되면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 4개국은 발트 해에서만 250기가 넘는 최신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 NATO는 헬싱키-탈린 고속철도 터널을 군사적으로 활용하거나 스웨덴의 영해와 영공을 사용하면서 발트 3국을 방어하는 한편, 러시아 발트함대 사령부 소재지인 칼리닌그라드 회랑을 둘러쌀 수 있다.
푸틴에게는 어떤 뾰족한 대책이 있을까. 푸틴은 “핀란드와 스웨덴이 NATO에 가입한다해도 핵 전력을 배치하지 않는다면 러시아를 위협하지 못한다”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핀란드와 스웨덴은 이미 NATO에 합류하되 외국군대 또는 핵 전력을 배치하지 않는 ‘덴마크 모델’을 응용하면서 NATO 가입절차를 시작했다.
푸틴은 친나치 세력의 존재를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듯이 새로운 구실을 내세울 수도 있겠으나, 두 나라를 공격했다가는 NATO와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 NATO가 핀란드와 스웨덴을 초청해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려 하는데다, NATO 회원국인 폴란드가 “가입 절차 중에 공격당하면 양국을 지원하겠다”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심지어 1814년 이래 중립국인 스위스가 NATO 훈련 참여와 같은 안보 옵션을 고려해보겠다며 중립국 지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까지 푸틴의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그와는 반대로 바이든은 중간선거에서 패한다 해도, 계속해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으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은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통합군을 창설하려는 움직임에서 볼수 있듯 EU가 자체적인 무력을 갖추지 못했기에 유럽은 NATO 및 미국과 계속해서 협조하지 않을 수 없다. 유럽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안보동맹을 더욱 공고히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푸틴이 인접 국가의 역사와 미국 주류 보수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면서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얽매인 반면에, 바이든은 상황을 노련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른 시일 내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2024년에 5선에 도전할 예정이기에 전황을 뒤집으며 국내 여론을 관리해야 한다. 실제로 푸틴은 지방선거 연기를 고려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현지 지휘관을 교체했다. 미국은 특수부대를 키이우 대사관에 파병할 것인가를 숙고하고 있듯이, 전쟁을 먼저 악화시키지 않게끔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서도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을 탈환할 때까지 그들을 지원하겠다는 게 미국의 계획이다. 미국내 곡물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고 있으나, 전쟁을 조기에 끝내지 못하고 있다. 냉전 당시에 양 진영을 이끌었던 두 강대국의 현대적인 지도자들이 각자 큰 고민을 안은 채 상대방이 물러나기만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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