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죽지 않는 트럼프
미 선거, ‘민주당 압승’ 기대할 수 없는 이유 반트럼프 민심은 왜 의석으로 이어지지 않는가
- 반트럼프 민심과 의석의 괴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생활물가·대외정책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상원의 부분 교체제와 인구와 무관한 주별 대표제로 민주당의 압승은 쉽지 않다.
- 선거제도와 자금이 만드는 장벽 막대한 선거자금과 양당 독점 구조가 유권자의 민심을 다시 걸러내며, 제3정당과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입을 어렵게 한다.
- 민주당 승리만으로는 바뀌지 않는 미국 정치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도 대외정책의 기본 기조를 바꾸기는 어렵다. 민심을 의석에 제대로 반영하려면 상원 선거 방식과 양당 독점, 선거자금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기더라도 압승 어려워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막판 선거전에 들어갔고 관련 보도도 급증했다. 접전지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공화당 후보들도 늘어나고 있다.
로이터가 접전지역 62곳을 조사한 결과 41곳의 공화당 후보가 일부 정책에서 트럼프와 다른 입장을 내거나 트럼프와의 관계를 약하게 내세웠다. 선거 분위기가 공화당에 불리하다는 신호다.
여론조사도 비슷하다. 10월 19일 로이터·입소스(Reuters/Ipsos) 조사에서 트럼프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1%까지 떨어졌고 의회선거 지지는 민주당 47%, 공화당 35%였다. 생활비와 연료가격, 미-이란 전쟁에 대한 불만도 크다.
이 정도라면 민주당의 압승을 예상할 만하다. 그러나 예상의석을 따져보면 민주당은 이길 수 있어도 압승하기 어렵다. 바로 여기에서 미국 선거제도의 문제가 드러난다.
미국 상하원 선거제도의 제약
하원은 435석 전체를 2년마다 선거한다. 전국적인 정치바람이 불면 모든 하원의원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상원은 100명 가운데 약 3분의 1만 2년마다 선거한다. 이번에도 특별선거를 포함해 35석만 선거하고 65석은 그대로 남는다.
이 65석은 공화당 31석, 민주당과 민주당에 협력하는 무소속 34석이다. 아무리 강한 반트럼프 민심이 형성돼도 상원의 65%는 이번 선거에서 바뀌지 않는다.
여기에 각 주가 인구와 관계없이 상원의원 2명씩을 갖는 ‘주별 대표제’까지 더해진다.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크게 앞서도 공화당 강세주의 상원의석이 자동으로 넘어오지 않는다. 민주당이 자기 당의 선거대상 13석을 모두 지키고 공화당 의석 4석을 빼앗아야 겨우 51대49가 된다.
하원에서 230~240석을 얻어도 전체의 50%대 초중반이다. 반트럼프 민심이 아무리 강해도 의석에서는 그 크기가 크게 줄어든다. 민주당은 승리할 수 있지만 압승하기 어려운 이유다.
선거자금이 후보 경쟁력을 바꿔
민심과 의석 사이에는 돈도 끼어든다. 연방대법원이 정당과 후보의 조율지출 상한을 폐기한 뒤 7월부터 9월까지 공화당 주요 위원회는 약 1억3,700만 달러, 민주당은 약 5,500만 달러를 사용했다.
텍사스 상원선거 광고비는 5억 달러를 넘어섰고 일론 머스크 한 사람이 공화당 지원단체에 1억 5,800만 달러를 냈다. 돈이 많다고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돈은 광고와 선거조직, 후보의 노출을 좌우한다. 선거제도가 민심을 한 번 걸러내고 돈이 후보의 경쟁력을 한 번 더 바꾼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당 독점도 미국 선거의 고질적인 문제다. 제 3 정당과 새로운 정치세력은 조직과 자금에서 처음부터 불리하다. 전국적인 선거에 제대로 뛰어들려면 막대한 돈부터 확보해야 한다. 접전지역의 일부 공화당 후보들은 트럼프와 거리를 두면서도 공화당 지지층은 붙잡는 이른바 ‘트럼프 없는 트럼프’ 전략까지 쓰고 있다. 반트럼프 민심을 피하면서 기존 공화당표는 지키는 것이다. 결국 유권자의 선택지는 좁아지고 양당의 지배력은 다시 강화된다.
유권자 관심도 ‘생활 물가’에 집중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가장 직접적인 관심은 대외정책이 아니라 ‘생활물가’다. ‘미-이란 전쟁이 잘못됐다’고 평가하는 유권자가 많지만 그 판단에는 연료가격과 생활비 상승에 대한 불만이 강하게 들어 있다. 전쟁을 계속하면서도 물가가 안정되고 생활에 별다른 불편이 없다면 같은 유권자가 전쟁을 지금처럼 강하게 반대할지는 알 수 없다.
전쟁 자체의 옳고 그름보다 자신의 지갑에 어떤 부담을 주느냐가 표를 움직인다. 정치권도 선거 때마다 생활비와 개인적 이해를 중심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끌어왔다. 유권자 역시 그런 기준에서 투표한다. 이것도 자본주의 선거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다.
민주당이 이겨도 대외정책은 안바뀌어
그렇다면 민주당이 이겨도 무엇이 바뀌는가. 미국의 대외정책 기본기조는 곧바로 바뀌지 않는다.
조선(북한)·중국·러시아·이란 등에 대한 대외정책은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 결정한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예산과 법률을 통해 일부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지만 기본기조까지 뒤집지는 못한다. 미국 대외정책의 큰 변화는 2028년 대통령선거에서 정권이 바뀐 뒤에야 예상할 수 있다. 민주당의 승리가 미국 정치의 근본적인 전환을 뜻하지 않는 이유다.
한국의 6·3선거에서도 강한 내란심판 분위기가 압도적인 선거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반트럼프 정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압승하지 못한다. 두 나라 모두 굳어진 양당 독점이 상대당의 고정지지층을 붙잡고 있어, 강한 반대민심도 한쪽의 압승으로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여기에 상원의 3분의 1 교체제와 주별 대표제, 막대한 선거자금까지 더해진다.
미국은 여러 정치적 과정을 거쳐 지금의 선거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굳어진 양당 독점과 거액의 선거자금, 정치후원과 로비는 도리어 선거개혁의 장애물이 되었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려면 상원의 선거방식과 양당 독점, 선거자금 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금의 선거제도를 만든 요인들이 다시 선거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문제가 바뀌지 않는다면 강한 민심도 그 크기만큼 의석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윤현일 재미 칼럼니스트께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전재한 것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