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왜 국민에게 말하지 않는가

침략전쟁규탄파병반대평화행동,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파병반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침략전쟁규탄파병반대평화행동,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파병반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비공개 파병 추진과 정부의 모순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위해 현지조사단을 파견하고 구체적인 군사자산 투입을 준비하면서도, 정작 국민 앞에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며 소통을 회피하고 있다.
  • 미국-이란 전쟁 속 파병의 위험성 검토 중인 P-8A 해상초계기와 기뢰대응부대의 투입은 상선 보호라는 명분과 달리 실질적인 미군의 전쟁 지원에 가까우며, 한국 군인들의 생명을 심각한 위험에 노출시킨다.
  • 밀실 파병 중단과 국민적 신뢰 회복 촉구 트럼프 정부의 정치적 성과를 위한 파병을 멈추고, 정부는 미국의 압박과 파병 검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자주국가로서 파병 결정을 거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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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동 정세는 더 악화되고 있다. 후티는 바브엘만데브에서 영향력을 넓혔고, 미국은 후티와 또 다른 전쟁을 벌이기보다 사우디에 정보를 제공하는 쪽을 택했다. 미국-이란 전쟁은 끝나기는커녕 주변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조사단은 중동 현지의 군사기지와 기항지, 작전환경을 살피고 돌아왔고 P-8A 해상초계기와 기뢰대응전력이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이란 외무장관은 한국 외교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고 이란 방송사까지 한국에 들어와 파병 문제를 취재했다. 시민사회의 파병 반대집회도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여전히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정말 결정된 것이 없는가. 아니면 결정만 남겨놓고 준비는 거의 끝난 것인가.

결정된 것은 없다, 준비된 것은 많다

파병 논의는 9월에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지난 7월 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이미 호르무즈 군사기여 방안과 군사자산이 논의됐고, 7월 31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미국과 협의하며 여러 군사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전투가 진정된 뒤 기여한다는 전제가 강했지만 이제는 ‘전쟁 중 투입’까지 거론된다.

국방부와 외교부 관계자들이 포함된 조사단은 중동 현지를 찾아 군사기지와 기항지, 정비·보급 여건과 작전환경을 조사했다. P-8A 해상초계기와 폭발물처리반, 무인 기뢰탐색·제거장비, 군수지원함 등이 검토됐고 지금은 군수지원함을 빼고 해상초계기와 기뢰대응부대를 중심으로 50명 안팎을 보내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국 주도의 해양자유연합(Maritime Freedom Coalition·MFC)에 먼저 참여한 뒤 영국·프랑스 주도의 다국적 임무단과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제 파병 여부를 처음부터 따지는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 무엇을 보내고 몇 명을 보낼 것인지 조정하는 쪽에 더 가깝다.

이상한 것은 논의방식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강조하며 국무회의까지 생중계한다. 국무회의에서는 중동전쟁과 국내 대응상황도 여러 차례 다뤘다. 그런데 7월부터 군사기여와 파병을 검토했다면서 국민이 지켜보는 국무회의에서 호르무즈 파병을 제대로 논의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파병 내용은 국방부와 외교부, 청와대와 여당 관계자의 말을 통해 조금씩 흘러나왔다. 현지조사단까지 보내고 파견전력을 고르는 동안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관련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자 유출경위를 조사하고 입단속에 나섰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국민의 역풍이 두려운 것인가. 이란의 반발 때문인가. 공개할 수 없는 군사기밀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렇게 말하면 된다. 미국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으며 거부하면 어떤 압박을 받을 수 있는지 솔직하게 밝혀라. 현지조사단 보고서도 군사상 공개할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하고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파병은 몇몇 외교·안보 관계자들이 정한 뒤 국민에게 통보할 일이 아니다.

파괴된 미 무인정찰공격기 MQ-9 리퍼.
파괴된 미 무인정찰공격기 MQ-9 리퍼.

미국은 왜 한국군을 원하는가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감추기 어렵다. 군사력으로 이란을 굴복시키지 못하자 경제제재를 강화했고, 지금은 군사압박과 경제압박을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그래도 이란은 물러서지 않는다.

전력 손실도 크다. 미군은 개전 전 약 185대의 MQ-9 리퍼를 보유했는데 워싱턴포스트(WP)는 8월 13일 이 가운데 최소 45대, 약 25%를 이란 전쟁에서 잃었다고 보도했다. 개전 초기부터 10여 대가 빠르게 소실돼 다른 지역과 미국 본토에 있던 리퍼까지 중동으로 옮겨야 했다.

45대가 모두 이란 방공미사일에 격추된 것은 아니다. 방공망에 격추된 기체도 있고 통신 두절과 기지공격 등으로 잃은 기체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표적인 무인 정찰·공격기가 이란전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미군 사상자와 중동기지 피해도 계속 늘고 있다.

항모전력도 교체해야 했고 패트리어트와 사드 요격미사일, 토마호크미사일도 상당량 소모됐다. 미국은 전쟁을 끝내지 못한 채 계속 싸우면서 미군의 인명피해는 최대한 줄이려 한다.

이런 와중에 한국에 파병을 요구했다. 한국이 감시·정찰과 기뢰대응을 맡으면 미군은 그만큼 자신의 항공기와 전문인력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 한국군이 미국의 부족한 여력을 메우는 것이다.

왜 해상초계기와 기뢰대응부대인가

현재 파병으로 검토되는 전력을 보면 미국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보인다. 처음에는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기뢰대응부대가 함께 거론됐다. 그런데 군수지원함은 빠질 가능성이 커졌지만 해상초계기와 기뢰대응부대는 남았다. 미국에 지금 더 필요한 것은 보급보다 감시·정찰과 기뢰제거다.

해상초계기 P-8A 한 대가 움직이려면 승무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교대요원과 정비사, 지휘·통신 인력까지 따라가야 한다. 그래서 초계기 운용·정비팀과 폭발물처리반을 합쳐 50명 안팎의 파병안이 거론된다.P-8A는 수상함과 잠수함을 추적하고 기뢰부설 움직임을 감시한다.

그러나 리퍼가 대량으로 소실된 전장에 한국의 유인 초계기를 보내는 문제는 전혀 다르다. 리퍼는 무인기지만 P-8A에는 한국군이 타고 있다. 격추되면 수천억 원짜리 전략자산 하나를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이란 방공망을 피해 UAE나 오만 쪽 영공에서 제한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안전대책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안전을 위해 멀리 떨어질수록 감시효과는 줄고, 제대로 감시하려고 가까이 가면 이란의 방공망과 전자전, 전투기 위협에 노출된다.

기뢰대응은 더 직접적이다. 미군은 지난 4월부터 호르무즈에서 수중무인기와 무인수상정으로 기뢰를 찾은 뒤, 사람이 접근해야 할 때는 네이비실과 폭발물처리요원들이 주로 야간에 들어가 폭약을 설치한 뒤 원격폭파하는 방식으로 작전해왔다. 이란혁명수비대의 감시를 피해 수행하는 고위험 임무다.

지난 9월 8일에는 이란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입구에서 미국의 수중무인기까지 확보했다. 미국도 해당 무인기가 고장 난 사실을 인정했다. 하늘에서는 리퍼가 대량으로 사라지고 바다에서는 수중무인기까지 이란의 손에 들어갔다. 무인장비를 앞세운다고 안전한 전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미군 발표에 따르면 기뢰제거 과정에서 미군 사망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넉 달 넘게 미군이 해오던 일에 지금 한국의 폭발물처리반이 필요한가. 미군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인지, 남은 구역이 더 위험한 것인지, 한국군에게 따로 맡기려는 임무가 있는 것인지 정부는 설명해야 한다.

작은 파병, 큰 정치적 효과

P-8A 한 대와 50명 안팎의 한국군이 미국-이란 전쟁의 전황을 바꾸기는 어렵다. 안전을 위해 UAE와 오만 쪽에서 제한적으로 작전하면 효과는 더 줄어든다. 그렇다고 이란 가까이 접근하면 한국군의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

반면 한국의 파병 자체는 미국에 상당한 정치적 효과를 준다. 미국은 “한국도 참여했다”며 일본과 유럽에 더 많은 군사기여를 요구할 수 있다. 미국 혼자 이란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들이 함께 싸우고 있다고 선전하기도 쉬워진다.

미국 중간선거도 있다. 미군의 사상자와 전쟁비용, 유가와 경제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동맹국들이 군대를 보내면 트럼프 정부는 이를 외교성과와 동맹결집으로 내세울 수 있다. 미국의 부담은 줄이고 국내에서는 성과로 선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정부의 정치적 선전과 중간선거용 성과를 위해 한국 군인의 생명을 위험에 내맡겨야 하는가. 미국 국내정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국군이 희생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상선 보호인가, 미국의 전쟁지원인가

한국 정부와 파병 찬성론자들은 호르무즈를 지나는 한국 상선과 에너지 수송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검토되는 전력은 상선을 직접 호위하는 부대가 아니다. 해상초계기는 감시·정찰을 하고 기뢰대응부대는 기뢰와 폭발물을 처리한다. 상선을 따라가며 미사일과 무인기를 요격할 함정과 방공전력은 중심에 없다.

정말 한국 상선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면 어느 구역에서 어떤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것인지 먼저 밝혀야 한다. 그런 다음 그 위협에 맞춰 전력을 구성해야 한다. 지금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해상초계기와 폭발물처리반을 먼저 검토하면서 국내에서는 상선 보호라고 설명한다.

‘비전투’라는 이름도 맞지 않는다. 전쟁 중인 호르무즈에서 미군의 감시·정찰을 돕고, 이란의 감시를 피해 밤에 기뢰에 접근해 폭약을 설치한다면 군사작전이다. 이란이 이를 미국의 전쟁지원으로 받아들여도 이상할 것이 없다.

영국과 프랑스조차 전투가 진정되고 안전한 환경이 마련된 뒤 움직이려 한다. 그런데 왜 한국은 전쟁이 계속되는 지금 먼저 들어가야 하는가. 한국 선박의 안전이 정말 목적이라면 군대를 보내기 전에 이란과 직접 협상하고 오만 등 주변국과 안전한 통항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새 파병만 따질 일도 아니다. 중동에는 이미 청해부대와 아크부대, 동명부대가 나가 있다. 이들은 미-이란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파견된 부대가 아니다. 청해부대의 작전범위를 호르무즈까지 넓히거나 아크부대를 새 파병의 지원기지처럼 이용해서도 안 된다. 기존 부대의 임무를 바꾸거나 지원인력을 추가한다면 그 내용부터 국민과 국회에 공개해야 한다.

파병은 막아야 한다

정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한다. 결정된 것이 없다면 멈출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현지조사단을 보내고 해상초계기와 기뢰대응전력을 고르며 미국 주도의 작전에 참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만반의 준비는 다 마친 것처럼 보인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면 그 어려움까지 국민에게 솔직하게 밝혀라. 미국이 무엇을 요구했고 거부하면 어떤 압박을 받을 수 있는지 설명하라. 새 부대를 더 보낼 것이 아니라 이미 중동에 나가 있는 한국군의 안전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한국군을 전쟁터에 보내지 않기 위해 미국의 압박을 견뎌야 한다면 국민도 기꺼이 함께할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입단속을 하고 밀실에서 파병을 결정한다면 정부 스스로 국민과의 신뢰를 무너뜨리게 된다. 파병거부의 어려움을 국민과 함께 넘을 것인가, 밀실파병으로 국민과 결별할 것인가.

이재명 정부는 미국보다 국민을 믿어야 한다. 국민을 믿고 파병을 거부하라. 그것이 한국군의 생명을 지킨다. 한국이 미국의 전쟁에 끌려 들어가지 않으며, 자주국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이 글은 윤현일 재미 칼럼니스트께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전재한 것입니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1:42 호르무즈 파병, 상선 보호인가 미국의 전쟁 지원인가?
글쓴이

윤현일 칼럼니스트

글쓴이 윤현일 님은 35년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지금은 은퇴후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코리아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심있어 틈틈히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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