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한 달래고 한국 몰아세운다

트럼프 ‘미한연합훈련 축소’의 진의 이란전쟁과 연동된 美 전선 재배치

구글 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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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전 공백 메우기와 대미 압박의 실체 트럼프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는 북미 대화를 위한 유화 제스쳐인 동시에, 장기화된 이란전쟁으로 인한 미군의 전력 부족과 과잉확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 중동 작전 참여를 강제하려는 다목적 압박 카드이다.
  • 한국 정부의 자발적 종속 구조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이란전 불참을 공개적으로 타박하자마자 한국 대통령실이 즉각 ‘군사적 기여’ 논의를 꺼내 든 것은, 한미 간의 비대칭적 종속 구조 속에서 미국의 역외 전쟁 부담과 새로운 안보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는 위험천만한 행태다.
  • 스스로 선택지를 좁히는 안보 자해행위 ‘미국의 필요가 곧 한국의 국익’이라는 사대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반복되고 스스로의 외교적·안보적 선택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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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김정은 조선(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다시 손을 내미는 화해의 신호다. 실제로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했고, 조선은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았으며, 미한 연합훈련은 조선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런데 트럼프의 글을 끝까지 읽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마지막에 “어쩌면 관련이 없지만(?)”이라고 덧붙이면서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 비핵화 노력에 함께할 것인지 물었으나 한국이 “사양하겠다”고 했다고 공개했다.

한반도의 미한 연합훈련과 중동의 이란전쟁은 얼핏 보면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런데 왜 트럼프는 두 사건을 하나의 글에 넣었을까.

다음날인 8월 17일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에서의 ‘군사적 기여’를 미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트럼프 발언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게시물이 나온 뒤에는 조미(북미) 대화가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관심이 집중됐다.

물론 그런 의미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에 한국의 이란전쟁 불참을 굳이 붙인 이유까지 따져보면 다른 모습이 보인다. 트럼프의 발언은 조선만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라 한국을 향한 요구였으며, 동시에 이란전쟁으로 다급해진 미국의 처지를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미한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다

트럼프는 8월 16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미한 연합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발언이 나온 시점은 전구급 미한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시작되기 바로 전날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트럼프가 이번 훈련을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말한 대목이다. 단순히 이번 훈련 규모만 줄이겠다는 말보다 한 걸음 더 나갔다. 시기가 달랐다면 취소도 가능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미한 연합훈련을 부정적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도 훈련을 ‘비싸고 도발적’이라고 비판했고, 2018년 싱가포르 조미정상회담 이후 ‘을지프리덤가디언’이 중단됐으며 이듬해에는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도 중단됐다.

이번 축소 지시는 한국에 대한 순간적인 보복이라기보다 트럼프가 오래전부터 가져온 미한연합훈련 축소·중단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만 이번에는 하나가 더 붙었다. 트럼프는 훈련 비용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한국이 이란과 관련한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공개했다. 이 마지막 대목이 이번 발언의 진의를 살펴보는 출발점이다.

조선을 향한 신호, 한국을 향한 명령문

트럼프의 말에는 분명 조선을 향한 메시지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다시 강조하고 군사훈련을 줄이겠다는 것은 조미관계를 움직이기 위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조선의 반응에 따라 훈련 축소가 더 확대되거나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트럼프는 북한측의 반응이 있다고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말했다.-편집자주)

그러나 이번 글에서 실제 행동을 요구받은 쪽은 조선이 아니라 ‘한국’이다. 트럼프는 조선을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은 상대로 규정했다. 그런 조선을 대상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이며 적대적으로 보일 수 있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계속할 필요가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미국이 지금 실제 전쟁을 벌이며 군사력과 자원을 끊임없이 투입하는 곳은 이란이다. 한반도에서는 긴장을 낮추고 미국의 비용과 전력투입을 줄이는 대신, 중동에서는 한국도 역할을 맡으라는 요구가 뒤따른다. 조선을 향해서는 긴장완화의 신호지만, 한국을 향해서는 군사적 역할 변경을 요구하는 ‘명령문’에 가깝다.

더구나 트럼프는 국방장관에게 훈련축소를 지시했다고 세계에 공개했지만 정작 한국 군 당국은 미국으로부터 구체적인 축소 요구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동으로 실시하는 대규모 훈련의 중요한 방향을 미국 대통령이 먼저 결정하고 한국은 이후 세부사항을 협의하는 모습은 미한 군사관계의 비대칭성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손을 내밀었다고 조선이 곧바로 움직일 것이라고 보는 것도 성급하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조선은 미국이 기존의 셈법을 바꾸지 않는 한 같은 협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말이 아니라 대조선 적대정책에서 실제 행동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미한 연합훈련의 부분적 축소가 새로운 셈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트럼프는 훈련을 취소한 것도 아니고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며 규모만 줄이라고 했다. 1기 때도 대규모 연합훈련은 중단됐다가 이후 다시 부활했다. 조선으로서는 이미 한 번 경험한 카드다.

최소한 미한 연합군사훈련의 장기 중단을 넘어 사실상의 영구폐지 정도는 되어야 미국이 기존 군사정책의 한 축을 정말 바꾸고 있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조차 대조선 적대정책 전체의 변화는 아니다. 제재와 군사적 압박, 핵문제에 대한 접근까지 달라지는지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조선의 입장에서 이번 훈련축소는 즉각 조미대화에 응해야 할 결정적 변화라기보다 미국의 다음 행동을 지켜볼 ‘제한적인 신호’에 가까울 수 있다. 미한 연합훈련의 영구폐지와 적대정책의 실질적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조치를 이란전쟁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한반도의 긴장을 잠시 낮추는 전술적 카드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한마디, 한국은 ‘군사적 기여’를 꺼냈다

더 흥미로운 것은 한국 정부의 반응이다. 트럼프가 한국의 이란전쟁 기여 거부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바로 그날 대통령실은 호르무즈 사태와 관련해 “실질적·군사적 기여 방안을 미국 측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기뢰탐지장비 등이 가능한 자산으로 거론됐다.

한국의 군사기여 논의 자체가 이날 처음 생긴 것은 아니다. 미국은 지난 3월 한국뿐 아니라 일본·호주와 유럽 여러 국가에 호르무즈해협 작전 참여를 요구했지만 대부분 거절했다. 한국도 여러 형태의 지원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그동안은 ‘실질적 기여’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며 군사참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8월 17일은 달랐다.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한국의 거절을 문제 삼은 직후 대통령실의 공식 답변에서 ‘군사적 기여’가 전면에 등장했고 구체적인 군사자산까지 거론됐다. 미국의 공개적인 불만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거부가 아니라 어떤 군사적 기여가 가능한지를 미국과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왜 이번에는 일본·호주·뉴질랜드와 유럽 여러 나라를 다시 한꺼번에 부르지 않고 한국을 직접 지목했을까. 지난 3월 여러 국가에 동시에 참여를 요구했다가 사실상 집단적인 거절을 경험한 미국이 이번에는 한 나라를 정확하게 지목했고, 그 대상이 한국이었다.

한국이 실제 호르무즈 작전에 참여하면 미국에는 새로운 카드가 생긴다. 일본과 호주, 유럽 국가들을 향해 “한국도 참여했는데 왜 당신들은 하지 않는가”​라고 다시 압박할 수 있다. 한국의 참여가 지난 3월 실패했던 다국적 군사참여를 다시 끌어내는 촉매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대체불가의 동맹’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대체불가가 평등한 동맹이라는 뜻인지, 미국이 필요할 때 가장 확실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국가라는 뜻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요구가 나오면 그것이 한국의 이해에 부합하는지를 먼저 따지기보다 어떻게 응할지를 고민하는 자발적 종속의 구조가 반복된다면 미국으로서는 한국만큼 편리한 동맹도 드물 것이다.

조미대화가 다시 움직일 경우 한국은 협상 과정에서 ‘주변화’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그런데 미국이 이란전쟁에서 군사력이 필요할 때는 한국의 역할이 다시 강조된다. 평화협상에서는 주변부에 있으면서 미국의 전쟁에서는 역할을 요구받는다면 그것이 과연 평등한 동맹인지 따져봐야 한다.

한국 해군력 차출, 미국의 전쟁터로 뛰어든다

미국은 왜 한국군이 필요한가. 현재 거론되는 자산을 보면 답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해상초계기는 넓은 해역을 감시하고, 기뢰탐지전력은 안전항로를 확보하며, 군수지원함은 장기간 작전하는 함정의 보급을 담당한다. 이들은 이란본토를 직접 공격하는 주력타격전력이라기보다 호르무즈해협의 감시·항로유지·군수지원에 적합한 전력이다.

그러나 한국의 이런 자산 몇 개가 추가된다고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의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이미 항모전단을 비롯한 대규모 해·공군 전력을 투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자유통항을 원하는 수준으로 확보하지 못한 채 이란과의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군사력을 계속 요구한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 혼자의 힘으로 호르무즈해협을 안정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이 좁은 해협 하나의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동맹국의 초계기와 함정, 기뢰대응전력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군사력이 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그 막대한 군사력조차 세계 여러 전선을 동시에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이 이란전쟁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천조국’이라 불릴 만큼 막대한 군사비를 사용하지만, 돈과 무기가 많다는 것과 세계 곳곳의 전쟁을 동시에 원하는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미제국주의의 과잉확장이 현실의 전력 한계와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군이 감시와 기뢰대응, 군수지원 임무를 맡으면 그만큼 미군의 항공기와 함정, 병력을 다른 전투임무로 돌릴 수 있다. 한국군이 이란전쟁을 대신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미군의 손을 풀어주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한국군이 미국의 중동작전에 참여하면 한국과 이란의 관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란전쟁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었던 한국이 미국 군사작전에 자산을 투입하는 순간, 이란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미국의 전략적 과잉확장에서 발생한 군사적 비용과 위험 일부를 한국에 넘기는 제국주의적 군사부담 전가가 될 수 있다.

위험은 이란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역외 군사작전에 반복적으로 편입될수록 조선·러시아·중국 역시 한국을 독립적인 지역국가보다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에 결합된 전력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참여할 때마다 한국은 적대관계의 범위를 넓히고 새로운 군사적 위험을 스스로 끌어들이게 된다. 이재명 정부는 과연 한국을 안전한 나라로 만들려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요구를 따라가며 스스로 위험국가로 만들려는 것인지 답해야 한다.

서태평양의 빈자리, 일본과 한국이 메운다

미국이 한국군을 호르무즈로 부르는 시점에 서태평양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 일본 요코스카에 전진배치된 USS 조지 워싱턴 항모가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장기간 이란전쟁에 투입돼 귀환이 미뤄진 USS 에이브러햄 링컨을 교대하기 위해서다.

조지 워싱턴호의 이동은 미국의 세계전략이 실제 군사력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핵심 군사전략으로 강조해왔지만 이란전선에 항모전력이 장기간 묶이면서 결국 서태평양의 전진배치 항모까지 중동으로 빼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에 한국 해군력 일부까지 호르무즈로 이동한다면 동북아의 군사적 부담도 커진다. 해상초계기 몇 대와 군수지원함 한 척이 빠진다고 한국 해군력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파견 범위가 구축함과 기뢰전력, 헬기, 지휘통제전력까지 확대된다면 한반도 주변에서 수행하던 임무에도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불과 몇 주 전 끝난 ‘림팩 2026’에서는 미국이 전체 연합기동부대를 지휘하는 가운데 일본 해상자위대 장성이 부사령관을 맡았고 한국 해군 장성이 연합해상구성군사령관을 맡았다. 한국 해군은 여러 국가의 해상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지휘부를 맡아 연합작전을 훈련했다.

림팩이 조지 워싱턴호의 중동 이동을 미리 예상해 실시된 훈련이었다고 볼 근거는 없다. 그러나 그곳에서 숙달한 연합지휘와 임무분담 체계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활용될 수 있다. 미국 항모전력 자체를 일본과 한국이 대신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핵심전력이 빠진 동안 감시·대잠전·방공·해상통제 같은 일부 역할을 동맹국이 더 많이 담당할 수 있다.

미국 핵심 항모전력은 서태평양에서 중동으로 이동하고 한국 군사자산 일부도 호르무즈로 이동할 가능성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서태평양에 생기는 부담은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동맹전력의 역할 확대를 통해 보완한다. 미국의 전략적 과잉확장에서 발생한 전력 부족과 위험을 동맹국에 분산시키는 구조다.

갈 길 바쁜 미국, 이란전쟁부터 정리해야 한다

미국은 지금 이란전쟁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압박을 유지하며, 우크라이나전선에도 관여하려 한다. 그러나 조지 워싱턴호까지 중동으로 이동하는 현실은 미국이 모든 전선을 같은 강도로 동시에 관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트럼프에게는 시간도 많지 않다.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이란전쟁이 길어질수록 항모와 함정, 탄약과 병력의 부담뿐 아니라 유가와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까지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유권자에게 중요한 것은 이란을 완전히 굴복시켰는가보다 자신의 생활비가 얼마나 올랐는가, 전쟁이 언제 끝나는가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에게 반드시 군사적 승리를 거둔 뒤 전쟁을 끝내야 할 필요는 없다. 승리든 패배든, 양측이 체면을 살리는 타협이든 중간선거 전에 전쟁을 끝냈다고 선언할 수 있는 출구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8월 안에 전쟁을 마무리하거나 최소한 전쟁 종결 또는 새로운 협상의 틀을 만들어놓으려 할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전선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조선과의 긴장을 낮추고 미한 연합훈련을 축소하며, 서태평양의 항모를 중동으로 보내고, 한국군 일부까지 호르무즈에 투입할 수 있다면 이란전선에 더 많은 힘을 집중할 수 있다. 이란전쟁의 조기 종결을 위해 한반도와 서태평양의 군사배치를 다시 짜는 것이다.

결론: 트럼프는 이재명 정부를 더 옥죄고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며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대폭 줄이라고 지시한 뒤, 같은 게시물 마지막에 “어쩌면 관련이 없지만(?)”이라며 한국이 이란 관련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공개했다. 얼핏 보면 전혀 다른 두 이야기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흐름을 보면 그 물음표 뒤에 오히려 이번 발언의 진의가 숨어 있었다.

이란전쟁이 길어지면서 미국은 서태평양의 항모전력을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한반도에서는 군사적 긴장과 부담을 줄이려 한다. 동시에 한국에는 호르무즈에서 새로운 군사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줄인 부담을 이란전선으로 돌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전력 부족과 위험의 일부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떠넘기려는 것이다. 조선을 향한 유화적 언어와 한국을 향한 군사적 요구가 같은 게시물에 들어간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재명 정부의 선택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한 연합훈련의 방향은 트럼프가 먼저 공개적으로 결정하고, 이란전쟁 참여를 거절한 사실까지 미국 대통령이 직접 문제 삼았다.

그러자 한국 정부에서는 곧바로 ‘군사적 기여’가 다시 등장했다. 조미관계의 중요한 결정에서는 한국이 주변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미국의 전쟁에는 한국군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트럼프는 이재명 정부를 더욱 옥죄고 있으며,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순응할수록 그 압박은 오히려 더 쉬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미국의 요구에 어떻게 응할 것인가부터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군의 이란전쟁 참여를 거부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위기를 반복시켜온 미한 연합군사훈련 역시 축소를 넘어 중단과 폐지의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

‘미국의 필요’가 곧 ‘한국의 국익’이라는 사대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미국의 전선이 이동할 때마다 한국은 새로운 비용과 위험을 떠안게 될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가 이재명 정부를 얼마나 더 옥죄느냐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가 언제까지 스스로 자신의 선택지를 좁혀갈 것인가이다.

이 글은 윤현일 재미 칼럼니스트께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전재한 것입니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2:06 트럼프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 요청, 정말 김정은 때문일까?
글쓴이

윤현일 칼럼니스트

글쓴이 윤현일 님은 35년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지금은 은퇴후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코리아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심있어 틈틈히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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