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든 U턴...뜬금없는 여행들
[김미영의 7남매 홈스쿨 일기] U턴 분위기 잡는 아빠...아이들 소중한 추억을 올해는 남해로 떠나볼까 들떠있는 우리 가족
홈스쿨을 하면서 누린 생각의 자유로움은 하루 밖에 없는 짧은 시간 안에서도 생각의 경계를 넘어서는 과감한 여행을 시도할 수 있게 해주었다.
큰 아이가 열 살 즈음 된 추석이다. 원주에 계시는 아이들 친할머니가 바리바리 싸주신 명절음식을 싣고서 막히는 길을 뚫고 여주까지 왔을 때다. 갑자기 남편이 “아~~바다 보고싶다. 우리 바다 보고 갈까?” 뜬금없는 제안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지만 난 당황스러웠다. 문막도 아니고 여주인데 거기다 막히는 길을 뚫고 온 노력은 또 뭐고 트렁크에 실린 이 음식은 어쩔 것인가? 그 중에 제일 걸린 것은 얼린 생선이었다. 아이스팩도 없이 어머니가 꽁꽁 얼었으니 갈 때 까지는 괜찮지 않겠냐며 넣어 주셨는데 집으로 곧장 가겠다고 주시는 것 마다하지 않고 다 받아왔으니 말이다.
이런 내 염려에 남편이 한 마디 한다. “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냥 집으로 가기엔 가을 하늘이 너무 맑고 햇빛이 너무 고왔다. 우리는 그냥 그 자리에서 U턴을 하여 강릉 동해바다로 향했다.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은 후 식당 주인에게 생선얘기를 하며 혹시 얼음을 구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작은 아이스박스를 하나 주시며 줄 수 있는 얼음은 없지만 근처에 낚시 용품을 파는 곳이 있는데 혹시 거기서 팔지도 모른다고 알려주셨다. 우리는 그곳에서 얼음을 사서 생선을 보호하는 일에 성공했다.
그리고 옥계로 향했다. 씻을 곳이 마땅찮아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파도 근처에 가도 되지만, 되도록 옷을 적시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그 당부는 어이없게도 순식간에 파도에 휩쓸려 사라져버렸다. 바다에 반해버린 아이들은 정신줄을 놓고 파도와 함께 모래사장을 들뛰며 춤을 추느라 뒷수습 같은 생각을 놔둘 곳이 없었다. 아이들이 이리도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해야했던 그 짧은 순간에 염려와 대책을 뒤로 하고 바로 U턴한 것이 너무 잘한 결정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은 그렇게 바닷가에서 한참을 신명나게 놀며 생각하지 못한 추억 하나를 새겼다.
이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은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화장실에서 해결이 안되는 문제였다. 주변에 열려진 가게들을 일일이 방문했다. 혹시 샤워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데 너무 반갑게도 약간의 요금을 내면 샤워를 하게 해주겠다는 가게를 만나 아이들은 온 몸을 씻고 옷도 갈아입으며 깔끔해졌고 우리는 다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또 한번은 공휴일이었다. 하루짜리 공휴일이라 당일로 멀리 가기는 부담이었고 고속도로와 주변도로의 정체가 심했다. 우리는 이럴 때 거꾸로 서해를 간다. 대부분의 경우에 정체를 경험한 적이 없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날도 을왕리 바닷가에서 한참을 놀고 있는데 남편이 갑자기 고향인 영월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아니 여기서 영월이 어디라고 나는 강하게 반대했다. “안될 일이 뭐야, 그냥 가면 되지” 하고 설득하는 남편을 못이겨, 그럼 영월은 말고 어머니가 계시는 원주로 가자고 타협해 을왕리에서 원주로 향했다. 을왕리에서 40분 거리의 집을 지나쳐 다시 반대방향인 원주로 내달렸다. 때아닌 방문에 어머니는 너무나 반가워하셨고 오전에 바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아이들은 전혀 예기치 못한 친할머니집 방문을 기뻐했다. 비록 짧은 시간동안 저녁 식사만 함께 했을 뿐이지만 가족 모두 계획에 없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출근인 남편도 피곤하기는커녕 오히려 보람 있고 삶에 의욕이 생긴단다.

그리고 재작년 1월 어느 토요일이다. 오전에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교회에 셋째와 넷째가 성경고사를 보러 아빠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갔다. 점심때가 한참 지나도 오지 않길래 근처 고속터미널에서 뭔가 구경하는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남편이 사진을 보내왔다. 바닷가다. ‘바닷가에서 조개를 먹고 있네. 차도 안 가져갔는데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저녁 늦게 돌아온 아이들 눈빛에서부터 말하고 싶은 이야기 보타리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되었다.
들어보니 이러했다. 시험이 끝나고 고생했다고 아빠가 아이들에게 뭐가 먹고 싶으냐 물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고양시에 있는 밭에 다닐 때 단골이었던 할머니 국수집에 가서 잔치국수를 먹고 싶다고 했단다. 그래서 지하철로 서초에서 원당까지 가서 한 시간 정도 되는 그 곳까지 걸어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 정도 걸어서 집에 오는 지하철을 탔는데 이렇게 집에 그냥 가기가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이들끼리 바다가 보고 싶다는 공감이 형성돼서 지하철에서 내려 다시 반대방향을 타고 인천공항까지 갔고 공항을 구경한 뒤 버스를 타고 을왕리에 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다를 보며 놀다가 식구가 없는 찬스를 이용하여 조개를 먹은 것이다. 우리 대식구가 갈 때면 칼국수를 시켜도 부담이었는데 셋이서 조개를 얼마나 배불리 먹었는지 조개맛을 상세히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족으로는 처음으로 자기부상 열차를 타고 공항까지 가서 지하철로 집에까지 돌아왔다며, 큰 모험이라도 한 듯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이야기를 쏟아냈다.

용감한 U턴으로 아빠와 남매는, 아침에는 전혀 계획에 없었던 그리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추억의 사진을 또 하나 찍고 온 것이다. 바다 여행이 너무 재밌었던지 다음번에는 캠핑카를 대여해 남해 바다를 한바퀴 돌아보는 여행을 해보자고 아빠가 제안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이 여행을 큰 딸이 스무살이 되는 올 해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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