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투자자가 깨지는 이유
[‘백만개미’ 한세구의 증시이야기] 증시에 통하는 ‘너 자신을 알라’는 금언
” ‘삼성전자’ 주식을 십여 년을 사 모아서 인생이 바뀌었다.” 주식투자를 기가 막히게 잘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얘기다. 돈을 많이 벌면 정말 인생이 바뀌는 것인지 필자는 아직 인생을 바꿀 만큼의 돈을 벌어 본 적이 없어서 확 와 닿는 말은 아니지만 돈을 무지하게 많이 벌었다 정도로 이해한다.
요즘은 이런 주인공들을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여러 방송과 각종 경제관련 유튜브에 출연해서 본인의 경험을 신앙 간증처럼 얘기한다. “우량주를 오랫동안 꾸준히 사 모으면 저처럼 주식투자에 성공해서 인생이 바뀝니다.”
더 이상의 주식투자에 대한 조언은 없다. 맞는 말이다. 세상에! 이렇게 주식투자가 쉽다니! 그런데 도대체 십여 년 후 우량주를 무슨 수로 찾아낸다는 말인가? 이미 생각은 ‘인생을 바꿀 수 있을 만큼 돈을 번다’에 꽂혀버렸다.
“다 필요 없다. 이럴 땐 스피드가 생명이다.” 이렇게 재작년부터 우리 증시에는 엄청난 개미투자자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집계에 따르면 주식투자 인구가 1,000만명이란다.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하는 “선생님,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하면 훌륭한 사람 될 수 있어요”같은 말을 주린이들은 덜컥 믿어 버린 것이다.
2020년에 끝난 ‘인생전환의 꿈’
정작 그들이 와본 주식시장은 그렇게 녹록한 곳이 아니었다. 사과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꽂아도 사과가 열리는 시장은 2020년으로 끝나버렸다. 그렇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시장에서 개미들의 ‘인생 전환의 꿈’은 하나씩 쪼개지기 시작했다. 공매도와 각종 파생상품들을 탄탄하게 구성하고 시장을 공략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초현대식 무기에 육해공을 총망라한 엄청난 화력을 겸비한 존재라는 사실과 난 그저 소총 하나 들고 이 험한 시장에서 이겨 보겠다고 했다는 어리석음에 “괜히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후회와 함께 이미 계좌는 무너지고 있다.
재작년 맛 본 짜릿한 수익에 이제는 웬만한 수익은 눈에 차지도 않고 또 그동안의 손해를 회복하려면 찔끔찔끔 올라봐야 소용도 없다는 생각에 무모하게 용감해지거나 지나친 공포에 계좌를 덮어 버리는 주린이들이 늘어난다. 앞이 안 보인다. 무슨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시작할 때부터 무계획이었으니 지금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세상에 무슨 악재가 그렇게 많은지. 왜 미국 연준의 움직임에 우리 시장이 흔들리는지, 왜 러시아 푸틴의 말이 시장을 요동치게 하는지, 주식투자를 시작하기 전에는 그냥 흘려듣던 뉴스가 왜 내 재산을 이렇게 빼앗아가는지 개미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필자가 처음 증권회사에 입사했던 1970년대 후반에도 그랬다. 늘 개미는 그렇게 시장의 하락조정이 오면 견디지 못하고 상당수가 손해의 상처를 안고 시장을 떠났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도 손해보지 않는 것에 우선을 두어야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왜 손해를 보고 시장을 떠날까? 그동안 필자가 많은 개인투자자들과 부딪히며 알아낸 ‘개미가 깨지는 이유’를 얘기해 볼까 한다.
외국인·기관투자자는 ‘나의 적’이 아니다
첫째는 개미투자자는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을 자신의 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미투자자들은 외국인이나 기관에 비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해야만 해서 그렇다고 말한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개인들이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순간 이상하리만큼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이 자신의 적이라고 생각한다. 공매도, 파생상품, 청약 등에서의 불평등이 그런 생각을 갖게도 하지만, 재작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엄청난 기세로 외국인과 기관이 내던지는 물량을 받아내며 주가를 끌어올리던 개인투자자들을 ‘동학개미’라 칭하며 주식투자를 무슨 이데올로기 싸움처럼 묘사해 버린 탓이 크다.
주식투자는 이데올로기 싸움이 아니다. 그냥 돈버는 싸움이다. 주식투자에서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은 그것이 외국인이건 기관투자자이건 심지어 옆집 사는 착한 이웃이건 모두 적이다. 그리고 외국인투자자가 수만 톤 급의 대형선박이라면 개미투자자는 노 젖는 작은 나룻배인 셈이다. 그러니 살려면 조심해서 큰 배들 사이를 다녀야 한다. 처음부터 경쟁 상대가 아닌 것이다. 오히려 그런 시장 리더들의 움직임을 잘 파악해서 같은 방향으로 항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원래부터 주식시장은 그런 곳이었다. 외국인들의 매도 때문에 주가가 빠졌다고 그들을 욕할 필요도 없다. 그들도 돈 벌려고 하는 일이다. 룰(rule)대로 했다면 문제는 없다. 욕할 시간에 왜 그랬을까를 살펴보자. 그 이유를 찾아 대응하는 것이 훨씬 좋다. 한마디로 ‘너 자신을 알라’는 얘기이다. 개미가 개미임을 인정하는 순간 투자성공에 한발 다가갈 수 있다.
‘상대평가’하는 버릇을 버려라
그 다음은 자꾸 상대평가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누가 삼성전자를 십여 년 간 사모아서 인생이 바뀌었건 동창녀석이 주식투자를 해서 얼마를 벌었건 그런 것들은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들이다. 어렸을 때 똑같이 ‘유소년 축구교실’에 함께 있었다고 모두 ‘손흥민’이 될 수는 없다.
주식투자는 나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자금을 내가 기대하는 수익만큼 내 자산을 불려가는 시합이다. 그래서 주식투자는 상대평가가 아니다. 친구가 주식투자로 얼마를 벌었건, 슈퍼개미가 이 어려운 장에서도 엄청난 수익을 올렸건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거리일 뿐이다.
상대평가의 덫에 걸리면 주식투자에서 가장 피해야하는 ‘탐욕과 미련’이 찾아온다. 주가가 올라도 더 벌려고 하다 매도 시기를 놓치고 시장이 빠지는 것도, 잘못 산 것도 알고서도 미련 때문에 매도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이런 것들이 모두 상대평가로부터 시작된다.
작은 수익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주식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남보다 더 벌려고 하지 말고 남만큼만 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주식투자를 한다고 모두 인생이 바뀌고 모두 슈퍼개미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내일부터 대박 날 종목을 일러주는 바보는 주식시장에는 없다. 주식투자는 ‘대박’내는 게임이 아니다. 주식투자에서 ‘대박’을 원하면 ‘쪽박’이 더 먼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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