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도시에서 보석 찾기
[레시피 나라의 앨리스]
- 마르세유 스타일 해산물 스튜
- 부야베스
- 4인분 기준 부야베스 재료
- • 버터 2 테이블스푼 • 마늘 2쪽 다진 것 • 양파 1/2개 깍둑썰어두기 • 감자 1/2개 깍둑썰어두기 • 당근 1/2개 깍둑썰어두기 • 펜넬 1/2개 깍둑썰어두기 • 레디쉬 2개 깍둑썰어두기 • 셀러리 1줄기 깍둑썰어두기 • 홀 토마토 통조림 한 캔을 따서 액체는 버리고 5~6개 분량의 토마토를 한입 크기로 잘라두기. 생 토마토를 써도 되는데 통조림 토마토는 껍질이 제거되어 있으므로 더 간편하다. • 이탈리안 허브믹스 또는 프로방스 허브믹스 1티스푼 • 사프란 2꼬집 • 페퍼론치노 4개 • 토마토 페이스트 3테이블스푼 • 화이트와인 5테이블스푼 • 해물육수 4컵 • 아귀 반 마리 5~6 등분으로 토막 내 준비. 계절과 상황에 따라 대구, 민어, 생태 등으로 대체해 사용. • 딱새우살 4마리 • 대하 또는 흰다리새우살 4마리 • 갑오징어 1/2 마리 한입 크기로 썰어두기 • 손질한 홍합 1kg. 조개와 반씩 섞어도 좋다. • 소금 후추
- 부야베스 만들기
- 1. 달군 냄비에 버터를 넣어 녹인 후 다진 마늘, 양파, 감자, 당근, 샐러리, 펜넬, 래디쉬, 허브 믹스를 넣고 중불에 볶는다. 2. 야채의 겉면이 익으면 사프란, 페퍼론치노, 토마토페이스트를 넣고 1분쯤 더 볶다가 화이트와인, 해물 육수를 차례로 부어준다. 3. 감자가 익으면 토마토 썰어둔 것과 손질해둔 해산물을 넣는다. 4. 뚜껑을 덮고 끓이다가 해물과 야채가 잘 익으면 취향에 따라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춰 마무리하고 마지막으로 다진 파슬리를 뿌려 향과 색을 살린다. 5. 개인 그릇에 담아 서빙하고, 바삭하게 토스트한 빵과 루이유 소스를 곁들여낸다. 6. 빵에 루이유 소스를 바르고 부야베스 국물에 찍어 먹는 것이 이 음식을 마르세이유 식으로 즐기는 법.
- 루이유 소스 재료
- • 따뜻한 물 1테이블스푼 • 화이트와인 비니거 1테이블스푼 • 샤프란 한 꼬집 • 빵가루 2테이블스푼 • 다진마늘 2테이블스푼 • 스모크 파프리카 가루 1티스푼 • 계란 노른자 3개 • 포도씨유 또는 올리브유 1/2컵 • 소금 후추
- 루이유 소스 만드는 법
- 1. 물과 식초를 섞은 것에 사프란을 넣어 향을 우려낸 뒤 빵가루와 잘 섞어준다. 2. 다진마늘, 스모크 파프리카 가루, 노른자를 추가해 넣고 오일을 조금씩 천천히 넣으면서 거품기로 젓는다. 3. 색이 잘 섞이고 빵에 발라먹기 좋은 스프레드 질감이 되면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춰 마무리한다. 4. 소스 용기에 담아 빵 근처에 놓는다.
- 함께 한 와인 “Sanama Reserve Chardonnay”
- - 칠레의 카차포알 안데스 밸리가 원산지 - 100% 샤도네이 포도 품종 - 복숭아, 파인애플, 배의 향이 감도는 맛 - 흰살생선, 크림소스 음식, 치킨, 타이 음식과 잘 어울림

택시 기사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프랑스어 억양도 좀 이상한 것 같았다. 내가 아는 프랑스어라고는 인사말 정도에 불과하나 기사가 하는 말은 스페인어나 이탈리아어처럼 들렸다. 알아들을 수 없긴 다 마찬가지지만. 기사는 골목길에서 튀어나오는 차와 부딪칠 뻔했을 땐 거침없이 욕을 내뱉더니 광장의 분수대 근처를 지날 때 미인들이 보이자 태도가 돌변해 감탄사를 내지르기도 했다. 감정 기복이 그토록 순식간에 오르내릴 수 있다니, 신기한 캐릭터였다.
“이 분은 남부 사투리가 강하네요. 이런 억양은 저도 처음 겪어봐서 잘 못 알아듣겠어요.”
옆자리의 여자가 풀이 죽어 말했다. 프랑스어를 배워서 좀 할 줄 안다고 해놓고선 소통이 잘 안되니까 창피한 모양이었다. 기차역 앞에서 택시를 잡느라 숙소 이름을 대는데 근처에서 그걸 알아듣고 내게 합승을 제안한 여자였다. 목적지가 같은 데다가 한국 사람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낯선 나라의 처음 가는 도시에서 현지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과 동행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이 으레 그렇듯 숙소는 고급스러운 곳이 아니었다. 아늑하고 청결한 점만은 사진에서 본 그대로였다. 평이 좋아 클릭해봤더니 마르세유의 ‘숨겨진 보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고, 해변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동해 예약을 했던 거였다. 마르세유에 도착하자마자 한국 사람과 동행하게 된 것은 뜻밖의 일이긴 했다. 나가노의 공방에 틀어박혀 도자기만 구워댄 지도 6년, 젊은 한국 여자를 만난 게 실로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숙소에 도착해 각자의 방을 배정받고 난 후로는 여자와 말을 섞을 일이 별로 없었다. 로비에서 마주치면 눈인사 정도나 나눌 뿐이었다. 각자 혼자라는 사실 때문에 공연히 더 쑥스럽기도 했고, 작업을 거는 걸로 보일까 봐 조심스러웠다. 무엇보다 여자는 늘 대화 중이었는데, 상대는 주로 프런트를 지키는 직원이나 다른 투숙객 무리였다. 여자의 영어나 프랑스어가 능숙한 정도는 아닌 것 같았지만, 붙임성이 좋은 모양이었다.
가뜩이나 숫기 없는 내 성격과 비교가 되는 것 같아서 여자를 볼 때마다 위축감이 일었다. 관심 없는 척 현장을 지나쳐버린 이유였다. 게다가 나는 일어 말고는 딱 부러지게 할 줄 아는 외국어도 없었다. 낯선 곳의 낯선 사람들 속에서 익명처럼 쉬다 갈 생각으로 떠나온 것인데 여자의 존재가 게스트하우스를 신경 쓰이는 곳으로 만들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의 활기로 고립감을 느끼게 될 줄이야. ‘숨겨진 보석’은 개뿔. 그 여자 탓을 할 일이 아니긴 해도 말이다.
방파제를 다이빙대 삼아 끊임없이 바다에 뛰어드는 소년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코발트색 물빛과 샛노란 태양의 도시. 바다 근처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다갈색 피부, 하얀 치아가 드러나는 무방비의 웃음이 눈부셨다. 카메라에 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허락을 구할 보호자도 보이지 않았고 아이들이 영어를 알아들을 것 같지 않아서 머뭇거리는 중이었다. 버스를 타고 나와야 했을 만큼 숙소에서는 꽤 떨어진 곳이어서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놀라움이 컸다.
“늘 혼자서만 계시네요.”
나는 방파제 모서리 쪽에 쭈그리고 앉아있다가 뒤를 돌아보고는 엉거주춤 일어섰다. 올이 풀린 데님 반바지에 소매 없는 블라우스를 입은 여자가 길을 등지고 방파제를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길 건너편의 갤러리에서 사진전을 보고 나오다가 나를 발견했다고, 여자가 말했다.
“해물탕 같은 게 먹고 싶었거든요. 전 혼밥 잘하는 편이지만 그런 건 혼자 먹기 좀 그렇잖아요.”
마치 변명하듯, 여자가 말했다. 모래밭에 꽂아둔 식탁과 의자들 주변을 부겐빌리아 꽃 덩굴 파티션으로 둘러놓은 야외식당이었다. 어둑해지는 지중해의 소금 냄새가 식당과 해변의 허술한 경계선을 스멀스멀 넘나들었다. 모래가 자글거리는 샌들은 여자도 나도 진즉에 벗어버린 차, 식탁 아래에서 맨살이 스칠까 봐 신경이 쓰여 하체가 뻣뻣해져 왔다.
여자와 내가 어색한 침묵을 견디고 있을 때, 묵직한 솥이 각자의 앞에 놓였다. 입 벌린 홍합, 붉게 달아오른 새우, 탱탱한 생선 살이 다홍색 국물에 반쯤 잠겨 뜨거운 김을 올렸다. 여자와 나는 바다를 떠나온 것들, 파릇한 파슬리과 펜넬, 한쪽에서 새침하게 고개를 내민 레몬의 공동구역 위에서 조심스럽게 잔을 부딪쳤다. 한낮의 방파제 위에 떠 있던 태양 색 액체가 잔 속에서 철썩인 후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우리는 식당 직원이 알려준 대로 빵을 집어 들고 곁들여나온 루이유 소스를 듬뿍 떠서 바른 후 솥 안의 붉은 국물에 찍어 먹었다. 마늘, 사프란, 바다가 입속에서 환호성을 질러댔다. 번쩍 뜨인 여자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완벽하게 이국적이면서도 한국을 닮은 음식이 주는 공감대였다. 사람의 간격을 좁히는 힘을 가진 음식이 있다. 뜨거운 것을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 서로의 교집합을 찾아내도록 만드는 힘. 일본의 시골에 틀어박혀 흙을 이기고 가마를 지피고 사는 나의 삶과, 태어난 소도시를 한 번도 벗어나 살아보지 못했다는 여자의 삶을 꺼내놓게 하는 힘. 여자가 말하기를, 비행기를 타는 여행은 사실 처음이고, 마르세유 기차역 앞에서 말을 붙인 건 혼자 택시를 타기 두려웠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여자는 마르세유에서 일주일을 더 머물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틀 후 아비뇽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그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다만 계획을 수정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빵을 씹고, 웃기만 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보이지 않던 것이 한나절 사이에 눈에 들어오고 있었으니까. 어느새 다 마셔버린 포도주 때문일까. 여행 사이트에서 봤던 문구가 시야 앞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숨겨진 보석. 그것이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 알아낸 기분이었다.
- 레나앨 프로젝트 -
음식- 황창민 셰프
프랑스 파리 꼬르동블루 졸업. 프렌치 레스토랑 라뜰리에, 베이커리 카페 그랑부아, 파사드 운영을 거쳐 현재 다수 기업의 사내 카페 및 라운지 운영 전문업체 ㈜라뜰리에 대표.
사진- 이정민 작가
포토 스튜디오 [단편] 운영자. 사진과 판화를 접목하고, 한지와 패브릭을 활용하는 회화적 사진 작업으로 활동 중. 한국공예디자인 문화진흥원, 문화재청, 한국문화재 재단, 북촌한옥청, 북촌문화센터 등지에서 열린 다수의 전시에 참여. 마켓컬리, 이성당, 에프북언더, 주얼리 브랜드 JIGUM 전속작가.
글- 홍예진 소설가
재외동포문학상 소설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발표 시작. 산문집 [매우 탁월한 취향], 장편소설 [소나무 극장] 저자. [더 칼럼니스트]에 홍예진의 애플파이 코너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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