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에 북한, 왜 러시아 편을 드나
[고수석의 통일수첩] 1968년 소련의 체코 침공 사례 연상 러시아의 행동에 북·중은 ‘국익’에 따라 판단
러시아의 침공에 북한은 고민 속 지지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의 손을 들어주었다. 예상했던 결과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요구를 무시했다”고 대답했다. 김성 주UN 북한대사도 같은 말로 러시아를 두둔하고 사태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과 주UN 북한대사의 입을 통해 러시아가 내세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과 공격무기체계 배치 등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미국과 서방이 추진했고 그들이 유럽의 안보환경을 체계적으로 파괴해 왔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이번 선택은 고민이 많아 보인다. 북한의 고민은 우크라이나의 주권존중과 영토 보전이었을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제국주의의 행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모든 책임은 미국과 서방의 패권주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미국의 주장을 “어불성설”이라며 치고 빠졌다. 북한의 ‘울며 겨자먹기’ 심정이 느껴진다.
중국은 애매모호하게 유감 표명
여기서 중국을 한 번 살펴보자. 중국은 지난달 24일 전쟁 발발 이후 “모든 주권국의 독립과 영토는 보전돼야 한다”면서도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일단 최근 밀월 사이인 중러 관계를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포격으로 민간인이 희생되자 중국 외교부는 지난 1일 ‘유감’을 표명하면서 약간 선회하는 것으로 보인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사상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러시아 편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듯하다. 러시아를 고려한 애매모호한 태도가 부담스러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중국은 러시아가 이웃 국가를 침공하면 국익을 먼저 생각한다. 그 한 사례로 소련의 1968년 체코 침공을 들 수 있다. ‘프라하의 봄’이 떠오르는 이 전쟁은 체코의 독자적인 사회주의 길(시장경제 원리 도입 등)을 소련이 제압한 것이다. 그 때 소련이 내세운 슬로건이 제한주권론이다. ‘브레즈네트 독트린’으로 알려진 제한주권론은 사회주의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한 국가의 이익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한주권론은 체코의 새로운 시도를 무력으로 저지하려는 것에 대한 정당화의 수단이었다.
공교롭게도 제한주권론은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 또는 위험에 처했을 때 개입할 수 있다는 브레즈네프 독트린은 사실상 그 목표가 중국에 있었다. 그때는 중소 갈등이 심각한 시기였다. 급기야 1969년 3월 중소 국경을 지나는 우수리강 전바오섬(珍寶島)에서 중국과 소련 사이에 군사 충돌이 발생할 정도였다.
중국은 소련의 체코 침공 당시 유고의 소련에 대한 저항정신을 찬양했고, 유고 지도자 티토와 친밀하게 지냈다. 이로 인해 중소 관계는 악화됐고 이는 미중 관계의 개선으로 나타났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처럼 국제관계는 자국의 국익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브레즈네프는 소련의 국가이익을 추구했고,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지정학적 관계를 보면 현재 중국에게 나쁜 상황은 아니다. 미국의 관심이 러시아로 쏠리면서 미-중 갈등에서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지금 북한은 러시아 지지가 ‘국익’
북한은 지금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이 국익이다. 북한은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긴급 특별총회에서 러시아군의 즉각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안에 반대했다.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북한, 러시아, 벨라루스, 시리아, 에리트레아 등 5개국이다. 중국은 기권했다.
북한의 선택은 어쩔 수 없다. 러시아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북한에게 중국 다음으로 제2교역국이다. KOTRA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교역 비중이 2019년 1.48%에서 4.94%로 증가했다. 반면 중국은 2019년 95.4%에서 2020년 88.2%로 감소했다.
UN대북제재와 코로나-19 영향으로 지금 북한은 어쩔 수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도 북-러 접촉을 이어갔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지난 3일 북한 외무성을 방문해 김정규 유럽 제1국 국장을 만났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은 “양측이 현재 유럽과 조선반도의 정세에 대한 평가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처럼 북-러는 밀착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윈스턴 처칠이다. 그는 소련을 ‘철의 장막’으로 표현한 최고의 소련 전문가였다. 그의 말을 되새겨 보자. “나는 당신에게 러시아의 행동을 예측해 줄 수 없소. 그것은 불가사의 속의 미스터리로 포장된 수수께끼요. 그렇지만 아마 답은 있을 거요. 그 답은 러시아의 국익이오.” 북한에게도 적용되는 명언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