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닭, 생일 축하합니다!”

[김미영의 7남매 홈스쿨 일기] 어린 동생들 떼창으로 “생일 축하”노래하고 아들이 정성들여 만든 ‘닭 생일 케익’이란?

겨울을 무사히 넘긴 닭과 함께 하고 있는 셋째와 어린 동생들. 사진제공= 김미영
겨울을 무사히 넘긴 닭과 함께 하고 있는 셋째와 어린 동생들. 사진제공= 김미영

닭들이 양평 밭으로 간 지 1주년이 막 지났다. 춥고 긴 겨울을 잘 날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염려가 무색할 정도로 잘 지냈다.

닭장을 짓고 나서 생쥐 한 마리 들어가지 못하도록 때마다 필요한 보수는 물론이고 별 탈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주일에 두 세 번 이상 발이 닳도록 양평 밭을 오갔다. 닭장을 짓는 것으로 일단락 될 줄 알았는데 돌보는 일에 이리도 품이 들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런데 닭주인으로 셋째인 아들은 하나도 힘들지 않단다. 그저 즐겁기만 하고, 서울에서도 닭을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고 한다. 아들은 닭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정기적으로 흙을 갈아주며 왕겨도 깔아 주고, 단백질을 보충해 준다며 밭 여기저기에서 굼벵이와 여러 곤충들도 잡아다 먹였다. 혹여나 쓰레기를 쪼아 먹지는 않을까 싶어 닭들을 풀어 놓을 때도 세심하게 주위를 살폈다.

김미영씨 7남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양평 밭에서 크고 있는 닭들. 사진제공=김미영
김미영씨 7남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양평 밭에서 크고 있는 닭들. 사진제공=김미영

생명을 떠나보내고 또 새로 맞이하고

그러던 어느 날 약 3개월쯤 지났을 때다. 밭에 차를 세우자마자 여느 때처럼 아이들은 쏜살같이 닭장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아들이 동생들을 오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암탉 한 마리가 엎드린 채 죽어 있었던 것이다. 외부 침입의 흔적이 전혀 없는데 왜 죽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둘째는 차마 소리 내어 울지 못할 정도로 충격에 휩싸였고 소식만 들은 어린 동생들도 한동안 죽은 닭에 대한 기억으로 마음 아파했다. 죽은 닭이 암탉이라 이제 남은 것은 수탉 1마리에 암탉이 2마리다. 아들이 닭장의 안정을 위해 아무래도 암탉을 더 사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닭을 사려면 돈을 모아야 한다는데 그러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걸려서 아빠가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조건으로 암탉을 사주기로 했다.

수소문 끝에 취미로 많은 닭을 키우는 분을 만나 알을 잘 낳는 젊은 닭을 고르는 법을 전수받은 아들은, 이번엔 다른 종류의 닭을 사고 싶다며 그 닭을 파는 곳을 찾았고 사전에 직접 고르는 것까지 협의를 끝낸 후 용문으로 닭을 사러 갔다. 닭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고 예쁜 닭들이 많이 있었다. 아들은 그 중에서 회갈색 재래닭이라는 토종닭을 골랐는데 정말 이뻤다. 그리고 진짜 알을 잘 낳았다. 그렇게 우리 닭장엔 암탉 4마리에 수탉이 1마리 모두 5마리의 닭이 그 해 무더운 여름부터 이번 겨울을 무사히 넘겼다.

“생일 파티를 벌여보자...케익도 준비하고”

지난 추석 연휴에는 닭을 부화시킨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 있었다. 아들이 닭 생일 파티를 해야 한단다. “아니, 닭 생일파티는 어떻게 하는 건데?” 내 생전에 일명 ‘닭 생파’는 처음 들어봤다. 아들은 다 생각이 있다면서 귀뚜라미 200마리를 주문했다. 닭들에게 살아서 튀어 오르는 곤충을 쪼아 먹는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다는 것이다. ‘참내, 그럼 귀뚜라미는 무슨 잘못이 있겠냐만은 닭의 입장에서는 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휴라 배송이 늦어질까봐 며칠 당겨서 주문했더니 집에 배송온 귀뚜라미 수십 마리가 그 연휴사이에 죽었다. 안절부절 못하며 사수한 귀뚜라미를 가지고 닭 생일날에 양평으로 달렸다.

생일파티 자리에서 귀뚜라미를 쫓아먹고 있는 닭들. 사진제공=김미영
생일파티 자리에서 귀뚜라미를 쫓아먹고 있는 닭들. 사진제공=김미영

어린 동생들이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닭, 생일 축하합니다”며 떼 창으로 노래를 부르고 박수치는 사이 아들은 닭장 안에 볏짚을 깔고 그 위에 귀뚜라미를 쏟아 부운 후 다시 볏짚을 덮어 생일 케익처럼 귀뚜라미 케익을 선물했다. 아들의 예상대로 닭들은 볏짚 사이로 튀어 오르는 귀뚜라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고 그 많던 귀뚜라미는 순식간에 모두 사라져버렸다.

크리스마스때도 선물을 줘야한다기에 크리스마스 선물은 뭐냐고 물으니 겨울에 먹기 힘든 싱싱한 야채란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마트에서 봄똥을 사서 닭에게로 갔다. 잎을 뜯어 바닥에 놓아줄 줄 알았는데, 아들은 마치 아빠가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듯 한 잎 한 잎 손에 들고 닭들에게 직접 먹여주는 모습이란!

닭의 생일파티를 위해 '귀뚜라미 생일 케익'을 만들고 있는 셋째. 사진제공= 김미영
닭의 생일파티를 위해 ‘귀뚜라미 생일 케익’을 만들고 있는 셋째. 사진제공= 김미영

아들은 닭의 본격적인 겨울 나기를 위해 닭장 사방을 비닐천막으로 씌워 주었고 겨우내 물이 얼까봐 열선을 닭 물통에 연결해 한 겨울에도 얼지 않게 해주었다. 그리고 20리터(ℓ)나 되는 물통을 매번 집으로 가져와 정수기 물을 떠갔다. 그냥 수돗물을 먹이라고 해도 큰 통으로 정수기 물을 받아 양평 밭까지 실어 날랐다. 연초에 받은 세뱃돈으로는 그동안 사 줄 수 없었던 다양한 사료를 사서 저울에 달아 나름 최적의 배합 사료를 만들어 먹이기도 했다.

닭들도 주인을 알아보고 따르다니

이렇게 정성을 다해 키워서 그런가? ‘닭대가리’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의아할 정도로 닭들은 아들을 알아보고 따른다. 내가 본 아들의 닭은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 대화가 될 듯이 영리해 보인다. 닭이 얼마만큼 좋으냐고 물으면 아들은 공부할 때 지우개 가루는 닭 모이로, 연필심이 닭 부리로 보일 정도로 좋다고 답한다.

나는 사실, 밭에 닭장을 놓는 순간부터, 자주 올 수도 없는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 됐었다. 하지만 힘들고 무거우리라 생각했던 닭에 대한 책임감이 아들에게는 짐이 아니라, 항상 설레고 생각만 해도 기쁘고 즐거운 행복이었다는 것이 지금도 그저 신기할 뿐이다.

닭들은 추운 겨울을 따뜻한 사랑 속에 보내며 튼실하게 컸고 돌보는 사랑의 책임과 기쁨으로 겨울을 지낸 아들 역시 아빠의 키를 넘어서도록 훌쩍 컸다.

글쓴이

김미영 전업주부

전업주부 김미영 씨는 7남매와 함께 날마다 성장하기를 힘쓰는 19년차 홈스쿨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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