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言보다 言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라

[고수석의 통일수첩] 북한은 무엇을 노리고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여정 ‘달콤한’얘기...의아하게 만들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달콤한’ 얘기를 꺼냈다. 김 부부장은 4월 5일 노동신문을 통해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더 보태 “남조선을 무력의 상대로 보지 않으며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김 부부장이 이틀 전 서욱 국방부장관을 향해 ‘쓰레기’, ‘미친놈’, ‘대결광’으로 공격할 때와 사뭇 다른 양상이라 의아해 할 수 있다.

얼핏 보면 ‘달콤’해 보이지만 한국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인상을 준다. 그의 속셈은 딴 곳에 있는 듯하다. 김 부부장은 자신들이 ‘핵보유국’임을 재차 강조하며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은 가당치 않다. 망상이다. 진짜 그야말로 객기”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이제 핵보유국이 됐으니 한국 정도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김 부부장은 한국의 선제타격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내심 전제하는 듯하다. 전시작전통제권이 아직은 주한 미군에 있어 한국 정부가 선제타격을 하고 싶어도 주한 미군을 설득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욱 국방부장관이 언급한 것을 보면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서욱 국방부장관이 4월 1일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와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 개편식에서 언급한 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때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구축한 3축 체계 가운데 하나인 ‘킬체인(Kill Chain)’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를 ‘전략적 타격체계’로 바꾼 것을 언급했을 뿐이다. 따라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때는 주한 미군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핵보유국’ 내세우며 남한 상대 안하려

김 부부장이 이것을 모를 리가 없다. 결국 그가 겨냥한 것은 서 장관이 아니라 미국이다. ‘전략적 인내 시즌2’에 들어간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것이다.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북한은 러시아에 실망한 듯하다. 단번에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킬 줄 알았던 러시아가 지금 철수하는 모양새다. 이번 전쟁이 끝나고 나면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할 수 있다. 미국-EU의 결속은 더 견고해지고 러시아에 대한 압박은 심해질 전망이다.

중국 역시 올해 시진핑 3기 연임에 들어가면 국제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미중 패권경쟁이 심해지면서 미국의 칼날이 더 날카로울 조짐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러시아가 물러나면 러시아에 우호적이었던 중국의 입장이 지금보다 난처해질 가능성도 있다.

중·러 약해지자 미국과 협상 시도

이런 국제정세의 변화에 북한은 미국의 힘을 다시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국과의 협상이 그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북한이 과연 핵무기를 사용할 지는 의문이다. 핵보유국이 유일하게 핵무기를 사용한 사례는 1945년 8월 히로시마, 나가사키 뿐이다. 그 이후로는 정치적으로만 활용될 뿐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상황이 되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순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지도상에 북한이 사라질 수 있다. 이런 결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을 통한 미국과의 협상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미동맹 재건 내세운 尹정부 실력보여야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재건에 방점을 두고 있다. ‘강화’가 아니라 ‘재건’이다. 한미동맹이 무너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의 중심을 미국으로 더 옮기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윤석열 당선자는 정책협의단도 미국에만 보냈다.

결국 남북한이 모두 자신의 외교를 미국에 걸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가 태어난 불행한 지정학적 입장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 동결을 목표로 핵보유국 인정을 받으려고 할 것이다. 미국이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전인수다. 미국의 이익이 어디에 찍히는지 중요하다. 한국의 입장은 크게 고려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것만은 막으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윤 당선자의 대북 정책 선거 공약 1순위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구체적인 방안은 ①예측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고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협상, ②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국제적 대북제재 유지, ③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시 유엔제재 면제 등을 활용해 대북 경제지원 가능 등이다.

한미동맹이 무너졌다고 판단하는 윤석열 정부가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한미동맹을 재건해 북한의 요구에 미국의 귀가 쏠리지 않도록 그들을 설득할 논리로 무장해야 한다. 우리의 눈높이가 아니라 미국의 눈높이여야 한다. 집권 초부터 북한 핵·미사일 늪에 빠지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어설프게 미국을 아는 사람보다 미국을 움직일 인재를 활용하기 바란다.

글쓴이

고수석 북한학 박사

고수석 박사는 중앙일보 기자로 20여년 동안 통일이 한국의 성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통일․북한 분야를 취재했으며 고려대에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중앙일보에 ‘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중앙SUNDAY에 ‘평양탐구생활’을 기획연재했다. 저서로는『북한을 움직인 30인』, 『김정일과 IT혁명』등이 있다. 지금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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