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백만개미’ 한세구의 증시이야기] 증시 비관론 팽배...2천선까지 떨어질까 “지금은 시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때”
주가, 어디까지 떨어질까
미 연준은 이제부터 기준금리를 적어도 매번 50bp씩 올리고 대차대조표 축소로 불리우는 양적 축소도 매월 950억 달러씩 해나가겠단다.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원자재, 에너지, 곡물 가격의 폭등을 가져와 얼마 전까지 ‘일시적 현상’이라던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이젠 긴축의 강도가 보다 강하고, 보다 빨라야 한다고 모든 연준 의원들이 앞 다투어 말하고 있다. 비둘기파는 없고 매파만 있는 연준이 된 셈이다. 거의 1년 가까이 거론돼던 금리인상이 실제로 일어나자 그것도 애초의 강도나 속도보다 훨씬 강하게 이루어질 것 같은 현실에 주식시장은 동요한다.
특히 우리 주식시장은 사실상 한국 주식시장의 지배자인 외국인들의 끊임없는 매도로 언제까지 떨어질지 모르는 공포에 빠져 있다. 우리 증시는 외국인들의 매수만 기다리는 천수답이 된 지는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코로나 팬데믹때 팔고 떠나는 외국인 물량을 동학개미들이 받아내면서 지수를 최고 지수까지 끌어올렸다는 전과(?)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그건 급락에 따른 반등에다가 경험한 적이 없는 강력한 유동성이 만들어 낸 현상일 뿐이다.
일단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만한 사건이 발생하면 외국투자자들은 ‘원칙대로’ 위험자산을 줄인다. 그 틈에 부동산 등으로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국내 투자상황도 한몫하고, 이어 세계적 유동성 공급이 만들어 낸 비정상적 폭등이었고 지금 우리는 그 후유증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증시가 좋아지자 상장사들은 물적분할을 통해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자금을 증시에서 뽑아갔다. ‘물들어올 때 노 젓는다’면서 말이다.
외국인 공매도에 춤추는 원시시장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시장의 몫이다. 기업공개(IPO)시 청약가격에 대한 합리적 밸류에이션이 이루어졌는지, 왜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들에게 70% 달하는 물량을 단 한 푼의 증거금도 없이 배정해야 하는지, 외국인들은 청약가격에 대해서 불만이 없는데 개인투자자 나부랭이들은 말이 많냐며 무시하고, 결국 과대평가된 청약가격은 외국인들의 공매도를 불러오고, 그것이 또 시장을 왜곡시키고, 그러다 세계적인 긴축이 시작되자 외국투자자들은 팔고만 있고,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경제단체의 대표도 지내고 우리나라 주요 그룹을 이끄는 경제계 원로가 대통령 당선자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는 기업을 좀더 글로벌 스탠다드로 취급해 주기를 말씀드렸다 한다. 겁도 없는 발언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로 하면 벌써 없어져야 할 기업이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고 하는 소리다.
얼마전 대선 때 각 후보들이 주가를 올리겠다고 했다. 정치인들이 코메디 같은 얘기를 자주 하는 편이지만 이건 코메디 중에서도 압권이다. 한국의 대통령이 한국주가를 올린다고? 슬픈 현실이지만 우리 증시의 지배자는 외국투자자다. 외국인이 사주지 않으면 우리 증시는 고질적 수급 불균형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외국투자자들이 우리 주식을 살까? 간단하다 한국 주식이 매력적이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한국 주식을 사면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이 들면 팔아서 먹는 공매도 등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주식투자는 돈 벌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개인투자자들과 역차별성이 뚜렷한 제도들을 외국투자자들에게 아무리 제공하면서 알랑방귀를 뀌어도 돈 벌 가능성이 없으면 그들은 안 온다. 어쩌면 기업회계와 경영의 공정성 논란, 대통령 배우자를 둘러싼 주가조작 스캔들, 이런 것들을 그들이 즐길지도 모른다. 시장이 ‘원시시장’에 가까울수록 그들이 돈을 챙겨 갈 수 있는 기회는 더 많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 전쟁 충격, 우리가 가장 클수도
그럼 우리 시장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따져보자. 우리나라는 무역주도형 국가다. 기초자원이 부족하니 원료를 수입해와서 우리가 자랑하는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한 제조를 통해 세계시장에 수출하고 국부를 획득하는 구조를 가진 나라다. 그런데 여기에 갑자기 빨간불이 켜졌다. 유동성 공급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의 각종 제재조치는 기초 원자재, 에너지, 곡물가를 급등시켰다. 우리 같은 산업 구조를 가진 나라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미국은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가장 수혜자일 수 있다. 지난 달 미국 수입물가 상승률은 2.6%에 달한다. 11년 만에 최고치라고 난리다. 그런데 수출물가 상승률은 4.5%나 상승했다. 예상치인 2.2%를 훨씬 넘어섰다. 주로 소비재를 수입하고 원자재 에너지, 곡물 등을 수출하는 미국으로선 꽃놀이패가 맞다. 어쩌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좀 더 길게 이어지기를 바랄 수도 있겠다는 해서는 안될 끔찍한 추리도 해본다.
금리인상으로 강해지는 달러는 아시아 제조국의 수출단가를 압박할 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면 연준은 이번 긴축을 진행하면서도 경기 연착륙이라는 목표를 달성해낼 수 있다는 욕심을 보일 수도 있다. 잠깐의 긴축 충격만 벗어나면 말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발표된 수출물가지수가 125.03이지만 수입물가지수는 148.80로 수출물가지수에 비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당연히 무역수지적자, 경상수지적자로 이어질 것이고 환율, 외환보유고 등 평소 잊고 있던 단어들을 떠올려야 할 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런데 여러분이 외국투자자라면 단순히 주가가 많이 빠졌다는 이유로만 한국주식을 살 수 있을까?
그래서 한쪽에선 KOSPI지수가 2000포인트까지 떨어질 거라는 비관론도 등장했다. 그렇게 될 이유도 100가지가 넘고, 그렇게 안될 이유도 100가지가 넘는다. 주식시장에서 40여년을 부대껴온 필자도 사실 잘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으면 외국투자자들은 우리 주식을 안 살 것이고, 그렇다면 상승을 해도 제한적 반등으로 끝낼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럼 다 팔고 떠났다가 주가가 오를 것 같으면 그 때 다시 들어오면 어떠냐는 분도 있다. 이론적으론 그럴 듯 하지만 언제까지, 어디까지가 정해지지 않은 의견은 그냥 이론일 뿐이다.
시장을 떠나있으면 반등기회를 못본다
시장을 떠나기엔 너무 늦었다. 아무리 어려운 시장에서도 간간히 올라 기쁨을 주는 종목은 반드시 있다. 그럼 필자에게 물어본다. 그런 종목 좀 찍어 달라고. 그것은 이미 말씀드린 상황에 영향을 덜 받는 섹터가 될 임에 분명하다. 그것을 알려면 시장에 있어야 한다.
“株여! 어디로 가시나이까?”의 답은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성경에 있는 말씀은 아니지만 영화 ‘쿼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를 보면 네로의 박해를 받고 많은 기독교인들이 로마를 떠난다. 베드로의 측근들도 “어서 로마를 떠나라”고 베드로를 부추긴다. 로마를 떠나가는 길에서 십자가를 진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베드로가 묻는다.
“쿼바디스 도미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네가 내 어린 백성을 버리고 로마에서 달아나려 하니 내가 로마로 가서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려 하노라.”
그 길로 베드로는 로마로 돌아가 결국 순교하게 된다. 그때 베드로가 그대로 달아났다면 지금의 베드로도, 성베드로 성당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주식시장을 버리고 떠날 때가 아니라 이제 시장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그래야 정말 2000포인트가 왔을 때 주식을 살 수가 있다. 그 위에서 돌아서면 더 좋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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