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리플리 증후군
[‘백만개미’ 한세구의 증시이야기] 좋은 말에 속지말고 하나만 체크하자 한국 주식시장, 경상수지 지표 챙겨야
요즘 주식투자자들은 괴롭다. 2020년처럼 화려한 수익은 기대하지 않더라도 점점 줄어가는 계좌를 보면 제발 하락이 멈추고 본전이라도 됐으면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과를 찾는 주식투자자도 많아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 돈 잃고 속 좋을 리가 없다. 심해지면 정말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 해도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공포와 무기력을 버텨내기가 힘들다. 괜한 짓을 했다는 후회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밀려온다.
희망 안보이는 무기력 장세
주식시장이 오랜 조정기에 들어가면 투자자들은 당연히 고통스럽다. 특히 재작년 이후로 새롭게 주식투자에 입문한 분이라면 그 고통이 훨씬 더하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하지? 많이 빠졌으니 이제야말로 살 때라는 희망적인 의견과 장기 침체의 시작이니 지금이라도 빨리 팔고 떠나야 남은 거라도 챙긴다는 비관론이 시장 안에 난무한다. 의견이 많아지니 더 헷갈린다. 돌이켜 보면 코스피지수 3000을 가볍게 넘기고 하늘 끝까지 갈 것 같았던 때 팔았어야 했다.
그런데 그 땐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했다. 잠시 시장이 숨을 고르고 나면 다시 간다나 뭐라나. 삼성전자가 10만원을 훨씬 넘을 거라나 뭐라나. 누굴 원망하랴. 내가 내린 결정이니.. 정말 죽을 맛이다.
한국 시장이 하도 별 볼일 없어서 서학개미(주로 미국 주식 투자자)까지 됐다면 더 죽을 맛이다. 게다가 리스크는 있지만 하이 리턴을 기대하고 암호화폐에까지 투자했다면 잠 못드는 밤의 연속이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국내투자자들의 미국투자 중 TQQQ(프로쉐어스 울트라프로 QQQ: 나스닥100 지수 하루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 투자도 상당한 규모이다.
거짓말이라도 믿게 되는 ‘리플리 증후군’
그런데 주식투자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 상승할 때는 끝도 없이 상승할 것 같고 하락할 때는 곧 지구의 종말이 올 것 같은 공포와 싸워야 한다. 주가가 한참 오를 때 이제는 이익실현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까지도 미워진다. 주가가 빠질 때는 이제 바닥에 다 왔으니 지금부터는 상승할 일만 남았다는 예측을 하는 전문가는 얼굴까지 잘생겨 보인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싶은 일종의 ‘주식투자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것이다.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것들은 참 많다. 경기, 환율, 금리, 경상수지, 인플레이션, GDP성장율, 통화량 등등. 그 밖에도 확인 안된 루머까지. 그 많은 것들을 어떻게 모두 수집하고 어떻게 평가해서 투자 결정을 한다는 말인가. 그러다 보니 듣기 좋은 말만 들을 수 밖에 없는 게 주식투자다. 문제는 듣기는 좋은데, 그것이 새로운 실수의 시작일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단체로 이런 ‘집단 리플리 증후군’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자신이 듣기 좋은 의견만 듣다가 급기야는 그것을 무조건 믿게 되는 현상이다. 그래서 자신의 바람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을 미워하게 되고 자신의 희망사항과 현실을 구분 못하게 된다. 나아가 자신의 희망사항을 다가올 현실로 더 굳게 믿게 되는 것이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을 사전에 찾아 보면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 행동을 상습적으로 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라고 나와있다. 주식투자에서는 자신의 재산이 손해나는 것이니까 반사회적 성격장애라고까지 말 할 수는 없더라도, 사실이 아닌 것을 끊임없이 믿고 행동하는 면에서는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투자 손실로 이어진다.
그러면 슈퍼개미도 펀드매니저도 아닌 그냥 보통의 개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이 주식시장의 리플리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외국인이 언제 돌아올지’ 예견하는 지표
우리가 주식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재산의 얼마를 주식에 투자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물론 ‘영끌’을 해서라도 해야만 하겠다면 따로 할 말은 없지만, 일반적으로는 경기 침체가 예상되고 긴축이 시작되면 주식투자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가장 상식적인 판단이다. 쉽게 말하면 2020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이다.
이것을 우린 ‘거시적인 경제 분석’(Economic Analysis)에 따른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새로운 경제 상황에 맞는 투자 대상을 압축하기 위해 ‘기본적 분석’(Fundamental Analysis)을 활용하고, 구체적인 매매 타이밍을 잡기위해서 ‘기술적 분석’(Technical Analysis)을 이용한다. 경제 분석 결과 향후 전망이 지금보다 어렵다면 당연히 주식투자 비중을 줄여야 한다. 같은 투자를 하더라도 기대수익도 낮추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게 당연하다.
현재의 주가가 고점 대비 많이 싸졌다는 것이 매력인 것은 맞지만, 그래서 언제부터 상승할 수 있느냐는 가격만큼 중요한 투자판단 요소이다. 고질적인 수급 불균형을 안고 있는 우리 증시는 외국인들의 매수가 없으면 주가가 오를 수 없는 천수답이다.
생각이 점점 더 복잡해진다. 많지 않은 돈 주식투자해서 작은 재미 좀 보렸더니 점점 더 복잡해진다. 원래 주식투자는 복잡하다. 그런데 주식투자를 잘 하려면 복잡한 것을 자꾸 단순화하는데 능숙해져야 한다.
예전에 항해사들이 대양을 항해할 때 북쪽을 일러주는 북극성만 따라가면 방향을 바르게 잡았다고 한다. 물론 현재의 과학으로는 진북을 가리키는데 다소 오차는 있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는 꽤 효과적인 향해술이었다.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된다.
중요한 것 하나만 챙겨서 그것을 투자 좌표로 삼으면 된다. 어찌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증시로 다시 돌아올까? 한국이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 즉 한국 증시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게 무엇일까?

아주 단순화된 흔적 중에 하나가 ‘경상수지’ 이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확대하고 있는지, 적자가 늘어나는지 그것만 보자.
북극성처럼 그렇게 단순한 지표가 여러분의 주식투자의 결정적 좌표가 될 수가 있다. 그래야 증시 리플리 증후군에서도 빠져 나올 수 있다. 아주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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