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의 가치: 스스로 배우는 아이들

[김미영의 7남매 홈스쿨 일기] 스스로 한글을 깨치고, 라틴어도 익히고 “엄마, 이제 한글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셋째 아이는 일본어를 배우던 중 지인의 도움으로 일본까지 여행했다. 왼쪽에 서 있는 아이가 셋째. 사진제공=김미영
셋째 아이는 일본어를 배우던 중 지인의 도움으로 일본까지 여행했다. 왼쪽에 서 있는 아이가 셋째. 사진제공=김미영

아이가 사회성이 떨어질까봐?

주변에 홈스쿨을 하는 많은 아이들을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를 파고들어 그 일을 끈기 있게 성취해 내는 경우들을 많이 본다. 검정고시를 일찍 통과하고 고1이나 고2 나이에 대학을 가는 경우들도 종종 있다. 그리고 대학 생활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라는 것을 대학에서 처음 경험해서 그런지 학교생활에 굉장히 적극적이고 교우관계 또한 기대이상으로 잘 만들어간다.

홈스쿨을 하면 세상을 학교 안에서만 배우지 않는다. 주변의 모든 환경을 통해서도 배운다. 많은 사람들이 홈스쿨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회성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가장 우려한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내가 보아온 홈스쿨로 자란 아이들은, 가장 우려했던 사회성이 가장 뛰어난 덕목이 되어있다. 학교에서는 같은 또래의 아이들과 사회성을 만들어가지만, 홈스쿨 아이들은 모든 연령을 뛰어넘는 아이들과 함께 교류하고 특히나 부모들을 비롯해 다른 많은 어른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또래로부터 얻을 수 없는 성숙한 관계 맺기도 배워간다.

애간정 탔던 홈스쿨 초기

우리 큰 아이가 어렸을 때는 홈스쿨이라는 것이 생소했던 시절이라 홈스쿨로 자라서 성인이 된 경우를 많이 접하지 못했다. 이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보다는 아이가 그 또래에 가져야할 기능적인 측면만 걱정하고 일희일비하며 참 많이도 속을 끓였다. ‘아이가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아 갈 수 있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나 역시 학교가 주는 지식과 틀만 배우고 살아왔으니 홈스쿨하는 딸도 그 틀에 맞추어 넣으려고 애썼다.

책을 좋아했던 큰 딸은 언어 감각이 탁월해 보였다. 이웃집 엄마가 살았던 동네 이름을 따서 ‘연남동 천재’라 부를 정도였다. 17개월쯤 됐을때 큰 아이는 200개의 동물 이름을 외우고 22개월째에는 동사의 어간을 자유롭게 변형하며 말을 할 정도로 또래에 비해 언어능력이 뛰어났다. 그런데 기호에 약했다. 한글 글자를 가르치는데 엄마 능력으로 안되어 학습지 선생님도 붙여보고, 이것도 안돼 학교 선생님이었던 할아버지에게 두어 달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것도 안 되어 게임식으로 하는 인터넷 한글 학습도 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또래보다는 늦게 여덟 살이 넘어서야 한글을 읽고 쓰게 됐다.

큰 아이가 이렇게 한글을 배우는데 애를 먹는 동안에, 책이라는걸 펼치기조차 싫어했고 다섯 살이 되어도 두 음절 단어를 10개 정도 밖에 모르던 둘째 아이가 옆에서 어깨너머로 보며 한글을 깨우치게 되었다. 동생들에게는 큰 아이에게 쏟아 부었던 열정만큼 공을 들일 여력이 없었다. 그리고 지나보니 그렇게 열을 올리지 않아도 나이 먹으면 더 쉽게 배우게 되는 것들이 태반이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셋째는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호기심 넘치는 셋째, 라틴어까지

셋째가 아홉 살이던 어느 날, 단순한 종이접기를 시작하더니 유튜브를 통해 배우며 종이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그 일이 재미있었던지 새벽 6시에 시계를 맞춰놓고 일어나서 기본 3시간을 쉬지 않고 종이접기에 몰입했다. 그렇게 1년 동안 종이 접기에 심취해있더니 열 살 때, 자기도 수학 공부를 해야겠다고 학습지 공부를 시켜달라했다. 엄마가 대답만 하고 기약이 없자 인터넷에서 학습지 지사를 찾아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바꾸어 주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일본에 가보고 싶다면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바람대로 우연한 계기에 지인과 함께 정말로 일본에 다녀오게 됐다. 열 세 살 때에는 독학으로 라틴어에 능숙했던 홈스쿨 형에게 1년간 라틴어를 배웠다. 참 까다롭고 어려운 라틴어는 시켜서도 못할 일인데 어려운 일에 도전한다며 가끔씩 밤을 새우면서까지 씨름했다.

관심과 배움이라는 것이 우연히 찾아온다는 것도 홈스쿨을 통해 알았다. 셋째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닭을 키우던 시절 신문지를 닭장에 깔려다가 말고 신문기사를 읽더니 사회 정치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선거철인 요즘은 투표권이 있는 어느 가족보다 더 열심히 선거공보물을 본다. 얼마전 대선에서 민주당이 진 이유 중 가장 큰 문제가 부동산 정책인거 같다며 갑자기 5년 전 대선 TV토론까지 찾아 보기도 한다. 요새 셋째의 취미는 선거철을 맞아 모든 TV 토론을 찾아서 보는 것이다.

덕분에 옆에 있던 여덟 살 동생이 엄마도 모르는 후보가 어느 지역에 나왔는지를 알 정도다. 요즘 셋째가 보고 있는 책들이다. 『야무지게 토론』,『거침없이 토론』,『10대와 통하는 환경과 생태이야기』,『10대와 통하는 농사이야기』,『텃밭농사 흙만들기』,『비료사용법 교과서』,『부의 인문학』,『나의 첫 주식 교과서』,『부자 되기 습관』,『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등 10여권의 책들을 읽고 있는데 한 권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을 스스로 선택하고 구매했다.

배울 시기도 스스로 찾아낸 다섯째

또래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기능적인 부분들을 채우지 못할까봐 두려웠던 마음을 내려놓으니 생각하고 있는 아이가 보인다. 아이가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자기의 미래를 꿈꾸고 또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연구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부모가 미처 챙겨주지 못해도 자기가 무엇을 언제 배워야할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루 세끼 밥 해주기도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다섯째가 어느덧 여섯 살이 되었는지도 몰랐다. 아무 생각이 없는 엄마에게 다섯째가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한다. “엄마, 이제 저도 한글을 좀 배워야하지 않아요? 한글을 배워야겠어요. 이제부터 엄마가 매일 저를 좀 가르쳐주세요. 엄마가 글씨를 써주시면 제가 따라서 쓸게요”하면서 종이와 연필을 가지고 왔다. 배우려는 열정이 커서인지 한글 배우는 책을 몇 권 사주니 넷째 언니의 도움을 받아 쉽게 완전히 깨우쳤다. 다섯째는 잠들기 전에 자기의 작은 책상 위에 몇 권의 책을 챙겨 올려놓고는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읽을 책”이라며 잠든다.

언니들과 오빠가 다섯째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즐겁게 노래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김미영
언니들과 오빠가 다섯째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즐겁게 노래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김미영

시키지 않았는데도 책 읽는 연습을 해야 한다면서 몇 권의 책을 언제 읽을지도 스스로 계획한다. 지금은 여섯째와 막내에게 책을 읽어주는 친절도 베풀어 준다. 그러더니 일곱 살이던 어느 가을에 다섯째는 갑자기 홈스쿨이 아니라 학교를 가야겠다고 선언했다. 왜냐고 물으니 이제는 숫자를 배우고 언니들처럼 수학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이유였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데 왜 꼭 학교에 가서 배워야하냐고 물으니, “엄마가 바빠서 자기를 가르칠 시간을 낼 수가 없을 것 같아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소리내어 읽기 연습을 하고 있는 다섯째와 그런 언니를 구경하는 동생들. 사진제공= 김미영
소리내어 읽기 연습을 하고 있는 다섯째와 그런 언니를 구경하는 동생들. 사진제공= 김미영

엄마가 꼭 가르쳐주겠다고 했더니 시간 약속을 하자며 엄마의 각오를 단단히 받아냈다. 그리고 수학책을 주문해달라고 매일같이 졸라서 초등 1학년 책을 사주었다. 스스로 공부라는 것을 한다는 게 본인이 생각해도 기특한지 더 어린 동생들 앞에서 언니다운 의젓함을 뽐내며 식탁 앞에 앉아 공부를 한다.

홈스쿨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다양한 자극을 통해 지식을 터득하고 지혜를 쌓아간다. 사실 나는 어린 자녀들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큰 아이들에게 색다른 지적인 자극을 찾아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자기들의 눈높이에서 궁금한 것들을 발견하고 나름 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방법을 찾아간다. 부모의 잔소리가 줄어들수록 아이들은 스스로의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글쓴이

김미영 전업주부

전업주부 김미영 씨는 7남매와 함께 날마다 성장하기를 힘쓰는 19년차 홈스쿨 엄마입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