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의 공익은 과연 있을까

[배상영 부동산학 박사의 집 이야기] 한남3구역·둔촌 주공의 ‘딜레마’ 로또급 차익 ‘분양가 상한제’ 눈앞 가격 안정의 해법은 ‘공급’이며, 공급의 해법은 ‘적절한 분양가’

사진=YTN캡쳐
사진=YTN캡쳐

‘사상최고’ 한남 3구역 분양가도 ‘바겐 세일’

관리처분계획 임시총회를 앞두고 서울 한남 3구역의 일반 분양가 산정 결과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일반분양은 전체가 전용면적 59㎡로 구성되며 평균 분양가는 13.7억원 수준이다. 평균 평당 분양가는 5587만원으로 지난해 분양한 래미안 원베일리의 평당 5272만원을 상회한다. 한남 3구역의 경우 고층화를 위한 단지 설계 변경을 고려 중이고, 이주도 시작하지 않아서 분양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분양가의 변동은 있을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신기록을 경신한 이 분양가가 시가 대비 거의 40%나 할인된 가격이라는 점이다.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역사상 최고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시가와의 괴리가 큰 상태다. 인근 신축 아파트의 대형 평형이 평당 1억원 이상 거래되었고, 호가 또한 1억원을 크게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평형의 거래가는 30억원에 이른다. 일반 분양 가격 신기록을 세웠다는 가격 수준이 인근 재고 아파트의 반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다.

모든 물건은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하고 공급이 증가한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증가하고, 증가한 공급이 다시 가격을 낮추면서 균형 가격으로 간다. 이는 상품과 시장을 막론하고 진리에 가까운 명제다. 그런데 한국의 주택시장에서 이것이 통용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시가가 평당 1억 원까지 오르더라도 공급가는 5500만원 수준이라면 공급이 당연히 더딜 수밖에 없다.

둔촌주공의 사태도 분양가 문제...역시 40% 바겐세일

최근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난항이 부동산 시장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재건축 전 규모가 5930세대에 이르고 1만 2천여 세대로 재건축되는 대형 단지다. 기존 용적률이 낮았던 만큼 일반 분양 가구만 해도 4700세대여서 분양 시장 최대어로 관심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사태의 원인에 대한 시장의 풍문은 다양하다. 설계 변경으로 인한 공사비 20% 증가가 표면적인 원인이나, 상가 조합원들과의 이슈, 과거 집행부 교체 이후 잘못된 판단 등 현재의 사태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둔촌주공 사태의 기저로 ‘분양가’를 지목한다.

둔촌 주공의 일반분양 분양가는 평당 3550만원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32평형 기준으로 11억 3천만원 수준이다. 5호선을 타고 약 여덟 정거장 더 동쪽으로 간 미사역 인근의 32평형 아파트 가격과 유사한 수준이고, 다섯 정거장 차이나는 고덕동 유사평형 대비해서도 30% 이상 낮은 가격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둔촌동의 대단지 신축 아파트의 가격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장 가격 대비 역시 40% 이상 바겐세일을 예고 하고 있었다.

둔촌주공의 분양가가 시가 대비 20%만 낮았더라면

재건축 사업에서 추가적인 공사비는 조합원의 분담금 증가 등으로 이어지면서 조합원의 의견을 하나로 만들기 어렵게 하고 사업을 늦추는 요인이 된다. 그런데 만약에 둔촌주공의 분양가가 시세를 어느 정도 반영한 가격이라면 어땠을까? 평당 4500만원 정도의 일반 분양가만 받았더라도(84㎡ 기준 14.4억원 수준) 대부분의 조합원들의 분담금은 크지 않았을 것으로 사료된다. 조합의 잘못된 결정,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를 분양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로또’ 수준의 분양가를 강제하는 한국의 분양 구조가 둔촌 주공 사태를 만든 기저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누군가에게 ‘로또’ 형식으로 수억 원의 차익을 제공하지 않고, 조합원들의 사업비로 투입되었더라면 오늘날의 둔촌 주공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둔촌 주공의 공급은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했을 것이다.

필자는 부동산 시장 안정의 근본적인 해법은 공급이며, 소유자와 사업주체에게 정상적인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 공급의 해법이라 생각한다.

낮은 분양가가 가지고 오는 공익은 무엇인가?

낮은 분양가, 다시 말해 국가가 강제하는 판매 가격의 조정이 가지고 오는 공익은 무엇인가? 낮은 분양가가 주택 가격 전반의 안정을 가지고 올 것이라는 믿음은 지난 5년을 통해 그릇되었다는 것이 충분히 증명됐다. 오히려 낮은 분양가로 인한 사업성 저하는 공급을 지연시키면서 사회 전체의 공익을 저해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인 김덕례 박사는 분양가 규제로 인하여 사업 승인을 받고도 분양을 미룬 주택이 수도권에서만 15만 가구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의 견해와 데이터 없이도 간단하고 명확한 논리다. 100원짜리 내 물건을 60원에 팔라고 하면 물건을 팔려고 하는 사람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나 100원짜리 물건을 60원에 팔지 않으면 아예 아무것도 못하게 하겠다고 하는 국가권력의 개입은 매우 부당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시장경제 체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국가 권력의 시장개입 특히 가격의 통제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 필자는 현시점에서 분양가 통제의 공익이 불분명해 보이며, 한국 주택시장을 돌이켜 볼 때도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분양가 통제의 이익은 ‘소수의 당첨자’

반면, 분양가 통제로 인하여 사익을 보는 사람들은 명확하다. 바로 5억원, 10억원의 차익을 누리는 일반분양 당첨자다. 로또 배분은 때로는 추첨으로, 때로는 정부가 정한 점수대로 정해진다. 지난 정부 기간에는 정부가 강제하는 로또의 기준에 대한 논의가 특히나 많았다.

차익이 5억원, 10억원씩 되니 이제는 청약을 넣는 사람도, 당첨된 사람도 ‘집’을 사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내 집’ 마련의 기쁨보다 큰 것이 바로 로또 당첨 수준의 차익이다. 집을 적정가에 파는 것이 아니라 평생 모아도 모으기 어려운 차익을 제공하니 청약을 하는 사람도 무한대로 늘어난다.

정부가 주도하는 신규 택지 지구를 통한 공급이 아닌 특히 도심 내 재정비 사업의 분양가라는 것은 결국 시민과 시민의 거래나 마찬가지이다. 분양 가격의 상승과 하락은 공급하는 시민과 공급받는 시민의 ‘제로섬 게임’이다. 일방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로 공급받는 시민에게 수억 원의 차익을 보장해야 할 필요는 없다. 굳이 따지고 들어가자면 자본을 투입하고 시간을 투입한 사업주체(조합)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 시장 논리에 맞다.

시장 가격 대비 20~25%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일반분양을 하더라도 주택 공급의 가격 효과를 고려하면 정비사업의 공익성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민간 사업 진행에 있어 사업 주체의 이익을 수분양자에게 강제할 명분은 없다. 오히려 로또 수준의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분양 수요만 급등시킬 뿐이다. 그래서 필자는 외친다.

“로또가 아닌 적정 수준의 분양가를 허락하라! 그럼 공급될지어다.”

글쓴이

배상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배상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글로벌 리츠/주택 시장)는 주택시장과 '집'에 대해 관심이 많고 재미있어, '아파트 시장' 으로 박사논문을 쓴 글쟁이다. 부동산, 주택 시장은 단지 거래의 결과가 아닌 그 시대의 사회, 정치, 정책, 문화 그리고 사람들이 투영된 거울이라 생각한다. ◆ 약력 △고려대 학사(사학/사회학) △건국대학교 박사(부동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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