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전세대출 제도’ 손질할 적기다
[배상영 부동산학 박사의 집 이야기] 전세의 나라에서 나타나는 월세화 현상 과거는 저축, 지금은 대출인 전세금 전세가 선으로 여겨지던 시대는 지나 전세 대출, 사회에 이익 주고있을까
주택 시장의 변화가 크다. 말 그대로 총체적인 변화의 시기다. 금리가 치솟고, 매매 시장은 차가워졌다. 거래량은 사상 최저치고 월간 하락폭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수요 억제책 완화에 미온적이였던 정부의 정책도 레고랜드 사태를 기점으로 급선회 중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임대시장에서 꾸준히 나타나는 변화가 바로 ‘월세화’다. 2022년 상반기 월세가 월 1000만원 이상의 거래가 74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50여건 이상 증가했다. 최고가 월세는 2500만원에 이른다. 이러한 흐름은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2022년 상반기 서울의 평균 월세액은 2년전인 2020년 상반기 대비 22.8% 상승한 172만원이다. 금액대가 낮지만 경기도도 27.7%, 인천지역은 35.0% 증가했다.
금리상승으로 월세로 옮겨타는 임차인
과거 월세를 선호하는 쪽은 임대인이었다. 특히 매입한 지 오래된 주택의 경우 월세 수입을 통해 인컴 수익을 만들려는 의도였다. 최근 들어서는 재산세 부담 증가로 전세상승분의 일부를 월세로 돌려 반월세/반전세 형태로 해 주택 투자기간동안 운영수익의 마이너스(-)를 최소화 하려고 했다.
정책적인 지원으로 집주인이 소유한 집을 담보로 저리에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임차인들은 이러한 반전세/반월세 보다는 순(純)전세를 선호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흐름이다. 이 덕에 전세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현재 상황은 사뭇 달라졌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가 급등한 후 재계약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지금, 금리 상승으로 추가적인 대출이 여의치 않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대출에 대한 부담 또한 증가하면서 임차인 또한 월세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전세를 선(善)으로 여겼던 사회
전세 제도와 유사한 제도가 몇몇 나라에 있긴 하나, 한국처럼 강력하게 유지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는 전세 제도의 장점으로 자산 축적을 꼽는다. 월세를 내지 않음으로써 근로소득을 저축해 목돈을 만들어 차후에 자가거주용 자산을 매입하는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 제도를 서민들의 자산 축적의 방법으로 인정하고 암암리에 선(善)으로 여겨왔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일면 타당한 면이 있다. 선진국 대비 대출에 엄격했던 한국의 주택 시장 환경에서 자가 거주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전세를 대출로 해결하기 시작한 한국
다만, 전세금을 근로소득의 저축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출을 통해서 마련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환경이 개선되면서 주택 구매 환경도 개선되었고, 2008년 전세 대출이 처음 나타난 이후 2015년 전세대출의 한도가 5억원까지 높아졌다. 수 억 원에 이르는 전세자금을 대출을 통해 조달한다면 우리가 암암리에 생각하고 있던 전세의 효익은 사라진다.
근로 소득을 통해 축적된 자신의 자산을 월세 소비로 잃지 않고 집주인에게 사금융 성격의 대출을 해주는 것이 전세 대출 없던 세상의 모습이라면, 전세 대출은 금리에 따라 월세(전세대출 이자)를 은행에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세/매매 동반 하락의 원인중 하나가 전세 대출
일반적으로 매매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 사람들은 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에 전세가격은 정체되거나 상승했다. 그러나 이번 하락장에서는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 이는 전세자금을 대출을 통해 충당하는 환경변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이제 금리 상승은 매매 구매력 뿐 아니라 전세 구매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시에 전세가격은 하락하나 거주자가 지불하는 이자 혹은 월세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세 나라에서 나타난 월세화 현상, 어떻게 봐야 할까?
전세 대출이 보편화되면서부터 이미 임차인 입장에서는 월세를 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월세는 전세 대출의 금리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것 뿐이었다. 대출 없는 전세금은 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지만 대출을 통한 전세는 주거 비용의 성격이 강하다. 집주인에게 내는 월세와 은행에 내는 전세대출 이자중 유리한 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하지만, 임대인과 매매시장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갭투자’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전세는 투자 수요의 레버리지로 활용된다. 선진국에서 주택은 경기 방어적인 인컴 투자의 대상이 되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자본 차익을 추구하는 투자의 대상이 되는 원인도 사실 ‘전세’ 때문이다. 이에 더해 완화적인 전세 대출 기조와 저금리 환경은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여겨진다.
전세가 선(善)이라면 전세 대출도 선(善)인가?
전세로 사느냐, 월세로 사느냐, 자가로 사느냐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전세의 소멸이나 부활 또한 시장이 선택할 문제다. 또한, 전세의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제도적으로 전세에 더 완화적인 대출을 하는 것 또한 선(善)인지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주택 시장에 대한 강력한 대출 규제가 나타날 때도 전세 대출은 예외였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선진국에서 자가 거주 주택을 구매하는 데 있어서 완화적인 정책을 취하는 것은, 자가 거주가 사회 전체로 보면 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산층의 자산 증식 및 커뮤니티 안정성 등 자가거주 비율이 높아질 때 사회 전체의 공익이 커진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진국이 우대하는 자가거주 주택담보대출보다 전세대출을 더 우대할 필요가 있는지 그만큼 전세 대출이 사회 전체에 이익을 가지고 오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급격한 정책변화에 따른 시장혼란이 우려가 된다면 고금리로 인해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낮아진 지금이 전세대출에 대한 완화적인 제도를 손질할 적기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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