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의 부동산, 공급하되 자극하지 않겠다?
[배상영 부동산학 박사의 집 이야기] 신도시·용적률 숫자 제시안해 시장 실망 시장 가격 자극않기 위한 의도였을 듯 여소야대로 정책속도 내기 쉽지않아
지난 8월 16일 윤석열 정부의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이 발표되었다. 시장 반응은 다양하지만, 필자는 예상치에 부합하는 발표였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시장 반응은 크게 1기 신도시 재건축과 전반적인 실질적 ‘숫자’의 부재에 대한 실망과 정책의 대략적인 방향에 동의하는 견해로 나눌 수 있겠다. 이 글에서 이번 공급 대책의 내용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과 정책의 함의를 찾아본다.
이번 정책은 다섯 개의 전략 방향으로, 공급량은 5년간 270만호를 공급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략 꼭지는 총 5개 꼭지로 1) 도심공급 확대, 2) 주거환경 혁신 및 안전 강화, 3) 공급시차 단축, 4) 주거사다리 복원, 5) 주택품질 제고 등이다. 이중에서 주택 시장에 큰 영향을 줄 만한 것들은 도심공급 확대와 주거환경 혁신 및 안전 강화, 공급 시차 단축이다. 주거사다리 복원과 주택품질 제고는 분명 주거 안정과 민생 돌보기에 중요한 정책이긴 하나 ‘시장’과 ‘민간’, ‘공급’을 핵심 키워드로 하는 이번 정부에서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주요 정책이 되기는 어렵다.
시장에 영향을 미칠 세 개의 전략 변화는 크게 세 개의 단어로 바꿀 수 있다. ‘정비사업 촉진’, ‘신도시’, ‘공급 시차 단축을 위한 규제완화’다.
시장에 미칠 주요 정책들
정비사업 촉진
윤 정부는 신규 정비구역 지정을 전국 22만호, 서울 10만호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재건축 부담금 부담 완화, 안전진단 기준 완화, 민간 도심복합사업 공모 등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10년간 서울에서만 410개 정비구역이 해제되었고, 2012~16년 대비 2017~21년에 정비구역 지정이 감소(연 평균 58.6개→23.6개)한 점을 고려해 구역 지정을 촉진해 최근 5년간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을 12.8만호에서 22만호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9월에 재건축이익환수법을 개정해 재건축 부담금을 완화할 계획이며, 2018년 3월 구조안정성 비중이 50%로 상향되었는데 이를 30~40%로 하향할 계획이다.
‘신도시’ 개발에 대해
2023년까지 15만호 내외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굴해 10월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수도권 및 지방의 주거수요가 높은 입지를 중심으로 개발밀도를 높여 컴팩트 시티 컨셉을 적용하여 개발할 계획임을 밝혔다. 신도시 정주환경 개선을 위해 GTX A를 2024년 6월 이전에 개통하고 B, C노선을 조기 착공하고 1기 신도시 마스터 플랜은 연구용역 이후 2024년중 수립 예정이다.
공급 시차 단축을 위한 규제완화
주택사업 인허가 절차를 개선하고 주택공급 촉진지역제도 도입을 검토해 공급시간 단축 및 규제완화, 인센티브 제공 고려 등을 공급 시차 단축 방안으로 제시했다. 앞서 언급된 정비사업과 신도시가 공급의 방법이라면, 이 전략 방향은 그 방법의 ‘속도’와 연관되어 있다.
이미 시장에 반영된 정책들
정책방향을 맥락없이 살펴보면, 완연한 공급 촉진책이고 정비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 또한 공급 촉진 보다는 수요 억제 정책을 통한 가격안정을 도모했던 지난 정부의 정책과도 확실히 대비된다. 그런데 왜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할까? 아니 오히려 실망에 가까울까? 이미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된 내용에 가깝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응을 보면 이러한 방향성 이상의 구체적인 ‘숫자’가 포함된 정책을 기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1기 신도시 역세권 아파트 용적률 50% 상향’ 이라든가, ‘서울 내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 300%까지 허가’ 등과 같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프라이싱할 수 있는 숫자가 포함된 방안 말이다. 그러나, 필자는 현 시점에서 그런 ‘숫자’는 나올 때도 아니고 나올 수도 없고, 정부가 내밀 생각도 없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공급하나 실체 없이 자극하지 않는다
이번 정책을 보면 시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내용이 절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라는 큰 이슈에 대해 ‘연구 용역 후 마스터 플랜 수립’외에는 내용이 없다. 그렇다. 30만 가구가 사는 수도권 5개 도시의 재건축 사업에 대한 연구 용역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현 국토부 장관도 정치인 출신이고 대통령의 정책은 정치를 동반하기 마련인데 여론을 실망시키는 수준의 내용만을 포함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현 정부의 공급 정책 방향성은 특히 재건축 사업은 ‘공급은 하나 시장을 자극하지 않는다’ 라는 관점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8·16 대책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발표된 것으로 분석한다.
당장의 금리 상승과 먼 미래의 주택 공급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합쳐지면서 한국의 주택 가격은 약보합세로 전환됐다. 수도권 요지의 공급의 키는 정비사업이 쥐고 있지만 정비사업 특성상 사업성이 좋아지는 순간 구축 가격이 급등하는 특성이 있다. 구체적인 안이 도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 자명한 현 시점에서 굳이 실체 없는 숫자로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상황도 고려해야
이에 더해 여소야대 상황에서 공급 촉진을 위한 법안 제정 및 개정에 있어 현 정부가 야당 협조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은 제한적이다. 이번 정책에 포함된 제정/개정 법안만 도시정비법, 재초환법, 공공주택 특별법, 주택법, 도심복합개발법 등이 있으며 1기 신도시 마스터 플랜 도출 이후 1기 신도시와 관련된 특별법이 후속조치로 필요할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국토부가 발표하면 속전속결로 여당이 후속조치를 할 수 있는 구조였으나, 현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그러한 정책 진행이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자칫 잘못하면 시장의 구축 가격만 자극하고 실질적인 공급은 요원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8.16대책은 밑그림, 후속조치는 ‘디테일’
8·16 대책을 통해 우리는 이미 공개된 ‘민간’ 주도의 ‘시장’ 요구에 부합하는 입지의 공급이라는 정책 방향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정부는 주택 가격 자극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급을 할 것이며, 공급의 핵심인 ‘정비사업’ 촉진은 국회의 협조 없이 불가하다는 현실적인 제약조건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의 실망과 여론과는 무관하게 우리는 개별 후속 조치에서 디테일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그 디테일이 확정될 때마다 지역/상품 별로 차별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비사업을 막았던 몇 가지가 안전진단에서의 안정성 비중,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분양가 상한제에서의 숫자 몇 개였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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