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선서 문구에 ‘빈틈’이 있다
[백우진의 좌충우돌] 형소법 ‘숨김과 보탬이 없이’에 논리적 의문 민소법엔 오해 소지 없어…긍정문 수정 대안
「형사소송법」제 157조 제2항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나는 다행히 형사 기소되거나 민사소송에 휘말린 적이 없다. 증인으로 법정에 출두한 적도 없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다가 증인이 낭독하는 선서문을 듣고 의문을 품게 됐다. 전에도 이 문장을 접했을 텐데, 이번에는 이 문장이 이상하게 여겨졌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분이었을까.
의문의 대상은 다음 문구다.
[원문] 숨김과 보탬이 없이
이를 수학 시간에 배운 집합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숨김 ∩ 보탬) c
= 숨김c ∪ 보탬c
따라서 선서문은 다음과 같이 풀어서 쓸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157조 제2항
“양심에 따라 숨김이 없거나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이렇게 표현된 선서문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선서문은 ‘사실 그대로 말하고’를 ‘숨김과 보탬이 없이’로 수식하면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면 증인은 위증한 뒤 이렇게 반박할 수 있다.
“저는 ‘숨기고 보태지’ 않았습니다. 선서문은 ‘숨김이 없거나 보탬이 없이’를 규정했습니다. 저는 두 조건 중 ‘숨김이 없이’를 지켰습니다. 보탠 부분은 조금 있습니다만. 따라서 저는 증인 선서를 어기지 않았습니다.”
선서문은 다음 수식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숨김c ∩ 보탬c
= (숨김 ∪ 보탬) c
이를 글로 옮기면 ‘숨김도 없고 보탬도 없이’가 더 정확하다. 간단히 줄이면 ‘숨김도 보탬도 없이’가 된다. 또는 ‘숨김이나 보탬이 없이’도 가능하다.
형사소송법 제157조 제2항
[원문]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대안1] “양심에 따라 숨김도 보탬도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대안2] “양심에 따라 숨김이나 보탬이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57조 제2항은 일본의 선서문을 조금 고친 결과인 듯하다. 일본 법정의 선서문은 다음과 같다.
“양심에 따라 진실을 말하고, 아무 일도 숨기지 않으며, 거짓을 말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良心に従って真実を述べ,何事も隠さず,偽りを述べない旨を誓います.”)
출처: 일본 최고재판소 사이트, 변호인의 증거청구ᆞ증인심문
우영우 변호사는 11화에서 증인을 소환하고 신문한다. 로또 당첨금을 둘러싼 소송이다. 증인 최다혜는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선서문을 읽는다.
이 부분은 형사소송법의 선서문과 동일하다. 가만, 로또 소송은 민사소송이다. 민사소송법의 증인 선서문이 형사소송법의 증인 선서문과 동일할까?
동일하지 않다. 민사소송법은 제321조 2항에서 선서문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양심에 따라 숨기거나 보태지 아니하고 사실 그대로 말하며, 만일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두 선서문을 비교해서 읽어보자. 민사소송법 쪽이 더 술술 읽힌다.
형사소송법 증인 선서문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민사소송법 증인 선서문
“양심에 따라 숨기거나 보태지 아니하고 사실 그대로 말하며, 만일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특히 민사소송법은 형사소송법과 달리 정확하다. 오해 살 꼬투리가 없다.
한편 영어권의 증인 선서문은 어떨까? 미국 법정에서 증인은 “내가 제시하는 증거는 진실일 것이고, 진실의 전체일 것이며, 오로지 진실일 것이다(the evidence I shall give will be the truth, the whole truth, and nothing but the truth)”라고 맹세한다.
형사소송법 증인 선서문을 민사소송법의 그것과 같이 개정해야 한다. 나아가 두 선서를 모두 미국처럼 긍정문으로 하도록 고치는 대안이 있다. 긍정문이 쉽고 명쾌하다.
내가 제안하는 대안은 다음과 같다.
“나는 내 기억에 따른 사실을, 오로지 사실을, 사실의 전체를 증언하겠습니다.”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 모두 증인 선서문에 주어가 없다. 일본 선서에도 없다. 넣어야 한다. 증인이 선서를 ‘나는’으로 시작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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