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의 이상한 ‘고래 판결문’
[백우진의 좌충우돌] IMF보고서 오류 복제하며 오역 곳곳 과장에 계산 실수도 많아
‘과장과 오산’의 IMF 보고서...복제하면서 오류 추가
다음은 울산지방법원이 2021년 1월 15일에 내린 판결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된 내용이다. 이 부분은 과장과 계산 실수로 구멍이 숭숭 뚫린 에멘탈 치즈가 됐다. 이 판결문의 오류들은 대부분 국제통화기금(IMF)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비롯됐다. IMF는 2019년에 ‘기후변화에 대한 자연의 해법(Nature’s Solution to Climate Change)’ 보고서를 발표했다.
울산지방법원의 포경 사건 판결문
...더 나아가 해양생태계의 중요성에 관하여 보면, 해양생태계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 생태계 내에 있는 어류들을 식량으로 사용한다는 전통적인 부분 외에도 육지로부터 유입되는 여러 오염 물질을 정화하고 폭풍과 강한 파도로부터 육지의 침식을 예방하는 역할, 식물성 플랑크톤 등 일차 생산자의 광합성 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대기로부터 흡수하고, 지구에서 필요한 산소의 약 50% 정도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 결과12)에 의하면, 고래는 이러한 부분에서도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고래가 몸에 탄소를 축적한다는 것이다. 즉, 큰 고래 한 마리는 일생 동안 평균 33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하며, 그와 같이 고래에게 흡수된 탄소는 고래가 죽더라도 수백 년간 고래 사체에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 고래 개체 수는 전 세계적으로 합쳐 130만 마리로 추산되는데, 상업포경 이전 개체수로 추산되는 약 400만~500만 마리가 현재에도 있다고 전제한다면 연간 17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더 포집할 수 있고, 이는 나무 한 그루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약 2㎏)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출처: 울산지방법원 판결문(사건 2020고단3057, 2020고단4634(병합))
제시문 중 다음 두 구절을 놓고 계산해보자. 괄호 속 영어는 IMF 보고서 중 해당 부분이다.
큰 고래 한 마리는 일생 동안 평균 33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하며(great whale sequesters 33 tons of CO2 on average)
현재 고래 개체수는 전 세계적으로 합쳐 130만 마리로 추산되는데, 상업포경 이전 개체수로 추산되는 약 400만~500만 마리가 현재에도 있다고 전제한다면 연간 17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더 포집할 수 있고(If whales were allowed to return to their prewhaling number of 4 to 5 million—from slightly more than 1.3 million today (중략) if whales were allowed to return to their pre-whaling numbers—capturing 1.7 billion tons of CO2 annually)
큰 고래 한 마리가 축적하는 탄소 33톤을 400만~500만 마리로 곱하면 몇 톤일까? IMF 보고서는 500만 마리로 잡아 계산한 듯하다. 곱하면 1억 6500만 톤이 된다. IMF 보고서는 이를 17억 톤(1.7 billion tons)이라고 단위를 약 10배로 틀리게 썼다. 판결문은 이 첫째 오류를 받아썼다.
판결문은 원문에 없는 ‘더’를 더함으로써 둘째 오류를 추가했다. 더 포집하는 탄소량은 500만 마리에서 130만 마리를 뺀 370만 마리와 33톤을 곱한 1억 2210만 톤이다.
모든 고래의 체중이 180톤인가?
과장으로 인한 셋째 오류가 있다. ‘큰 고래’ 한 마리가 축적하는 탄소 33톤을 전체 고래 개체수 500만으로 곱한 데 있다. 전체 고래가 다 ‘큰 고래’는 아니다.
‘큰 고래’ 한 마리가 탄소 33톤을 축적한다는 계산은 정확하다. 이를 검산해보자. 인체의 18%가 탄소다. 체중은 탄소의 5.6배에 이른다. 이 비율은 고래도 비슷할 것이다. 고래 체내 탄소가 33톤이라면 고래의 체중은 183톤이다. 이는 고래 종 가운데 가장 큰 대왕고래의 체중이다.
그러나 고래 500만 마리가 모두 대왕고래일 수는 없다. 고래 개체당 평균 탄소 축적량은 33톤의 몇 십분의 1 정도일 듯하다. 그러면 500만 마리에 축적된 탄소량은 1억 6500만 톤보다 훨씬 적게 된다.
넷째 오류는 이미 바로잡았다. 눈치채셨는지. IMF 보고서와 판결문 모두 고래가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고 서술했다. 고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지 않는다. 탄소를 포집한다. 탄소는 고래 체내에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등으로 축적된다. 이산화탄소는 고래 혈액 속에 미량만 용해돼 있을 것이다. 고래가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탄소를 축적함은 앞에서 활용한 ‘탄소 비율 18%’에서도 확인된다. 나는 판결문의 두 구절을 인용한 이후부터 이 글에서 ‘이산화탄소’ 대신 ‘탄소’를 썼다.
유량인지 저량인지 정확히 쓰자
다섯째, 필자들과 판사는 유량(流量)과 저량(貯量)을 혼동했다. 유량과 저량은 각각 플로우(flow)와 스톡(stock)이라고도 불린다. 소득은 플로우고 저축액은 스톡이다. 플로우는 일정 기간에 집계하고 스톡은 일정 시점에 측정한다. 그런데 보고서와 판결문은 현재 고래가 400만~500만 마리라면 ‘연간’ 17억 톤의 이산화탄소(탄소를 잘못 씀)를 포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래가 체내에 포집한 탄소량은 ‘연간’ 유량이 아니라 성체가 된 상태에 축적된 저량이다. ‘연간’을 삭제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판결문의 ‘큰 고래 한 마리는 일생 동안 평균 33톤의 이산화탄소(탄소를 잘못 씀)를 흡수한다고 하며’는 ‘큰 고래 한 마리는 성체가 됐을 때 평균~’으로 고쳐야 한다.
여섯째, 판결문의 번역 오류가 더 있다. 판결문은 “이는 나무 한 그루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약 2㎏)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고 했다. 이 자리는 ‘이산화탄소’가 정확하다. 그러나 IMF 보고서는 나무 한 그루가 이산화탄소를 연간 48파운드 흡수한다(A tree, meanwhile, absorbs only up to 48 pounds of CO2 a year)고 썼다. 48파운드는 약 22㎏이다. 더 있다. 판결문은 흡수량이 저량인지 유량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유량이고, IMF 보고서에 적힌 ‘연간’을 명기했어야 한다.
일곱째, 판결문은 ‘고래에게 흡수된 탄소는 고래가 죽더라도 수백 년간 고래 사체에 저장되어 있다(they sink to the bottom of the ocean (중략) taking that carbon out of the atmosphere for centuries)’고 전했다.
고래가 죽으면 사체가 해저에 가라앉는 현상을 ‘고래 낙하(Whale Fall)’라고 부른다. 낙하한 고래 사체와 그 속 탄소는 수백 년간 분해되지 않을까? 위키피디아의 고래 낙하 항목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위키피디아에에 따르면 고래 사체가 가라앉은 뒤 1단계 분해와 2단계 분해를 거쳐 뼈만 남게 되기까지 약 6년이 걸린다. 3단계에서는 뼈의 지질이 분해되는데, 이 과정은 50~100년 걸린다. 그러나 뼈는 고래 체중의 4~6%만 차지한다. 이 자료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더라도, 판결문과 보고서의 ‘수백 년’은 매우 심한 과장이라고 본다.
훌륭한 목적을 사람들에게 전하려면 내용도 탄탄해야 한다. 과장과 오류가 많은 내용은 감성을 움직일 수는 있지만 이성을 설득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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