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과 혐오는 전선의 먼 곳에서 시작됐다

서평: 『카탈로니아 찬가』조지 오웰 혁명세력간의 분열과 거짓선동에 실망감 언론은 순수한 혁명을 어떻게 망쳤나

스페인내전 당시의 모습.
스페인내전 당시의 모습.

스페인 내전에 참여했던 조지 오웰

1938년 출간된 조지 오웰의 다큐멘터리 『카탈로니아 찬가』는 작가 본인이 경험한 스페인 내전의 실패를 솔직하게 기술한 작품이다. 작가 스스로 “공공연하게 정치적인”이라고 표현했듯이, 이 책은 철저하게 정치적인 작품이다.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서 평가도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전체주의에 대한 조지 오웰의 증오와 환멸은 이 작품에서 시작됐고 『동물농장』과 『1984』를 통해 완성됐다는 점에서 이 책이 갖는 의미가 각별하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기술하고 있어 엄밀한 의미에서 문학 작품은 아니지만 당당히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고전으로 분류되는 가장 큰 특징인 ‘인간의 품위를 지키려 노력했다’는 점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리라.

작품은 1936년 12월, 조지 오웰이 외국인으로서 통일노동자당이 운영하는 의용군에 참가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내전이 발발한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혁명과 미래에 대한 믿음, 자유와 평등의 분위기로 넘쳐나고 있었다. 의용군들은 프랑코의 전체주의에 맞서 노동자·농민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성사시킨 역사적인 혁명을 지킨다는 명분에 힘입어 바르셀로나 시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아무도 초라한 보급품과 제멋대로인 군사 훈련 내용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과연 최전선은 의용군이 추구하는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그대로 실천되는 이상적인 공간이었다. 계급도 필요 없이 서로를 ‘동지’로 칭하면서도 군대의 규율은 잘 지켜졌다. 탈영병 하나 없는 이상적인 부대를 오웰은 경험한다.

순수한 열정을 유린한 분열과 거짓

그러나 최전선에 배치된 조지 오웰은 수개월동안 선제 공격을 하지 않은채 교착 상태로 대치만 하고 있는 전장의 분위기를 통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의용군들에게는 흔한 소총 한자루도 지급되지 않았고, 어쩌다 받은 것이라곤 40년이나 지난 골동품에 가까운 무기들뿐이었다.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의용군의 순순한 열정과는 반대로 후방에서는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통일사회당, 노동자연합, 통일노동자당 등 혁명 세력들이 사분오열된 상태였다.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혁명전선에서 단결하지 않고 있었다. 석달 반 동안 최전선에 배치됐다가 휴가를 받아 바르셀로나로 돌아온 조지 오웰은 그제서야 우익세력과 공산주의자들의 교묘한 획책 탓에 통일노동자당의 의용군들이 무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937년 5월 공화파정부는 통일노동자당을 파시스트 조직으로 규정하고, 의용군을 불법조직이라고 선언한다. 통일노동자당이 점령한 전화국을 탈환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인 사고가 터져 바르셀로나에서는 시가전이 발발한다. 언론들은 통일노동자당에 대해 거짓선동하거나 혐오하는 여론을 만들었고,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조종되는 정부는 언론을 통제하며 그러한 여론을 조장하기 시작한다. 시민은 더 이상 의용군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게 되고 전쟁을 이내 쓸데없는 짓거리로 여기기 시작했다. 조지 오웰은 부르주아의 문화가 다시 넘쳐나는 후방 바르셀로나의 모습에 실망하고 만다. 마침내 조지 오웰은 아내와 함께 스페인을 탈출하며 책을 끝맺는다.

혐오를 선동하고 조장한 관제언론들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는 독자라면 조지 오웰의 정치관이 서서히 변해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노동자에 의한 혁명을 꿈꾸고 보상에 대한 기대 없이 외국인으로 참전할 만큼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대한 이상을 간직한 모습이 초기의 조지 오웰이었다. 그러나 보수 우익의 편에 서서 혁명보다는 정권 탈취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던 공산주의자들이 통일노동자당을 파시스트로 호도하는 선동을 지켜보면서, 조지 오웰은 전쟁의 참모습과 언론의 비열함에 치를 떤다. 그리고 마침내 공산주의도 전체주의와 얼굴을 달리할 뿐 노동자를 압제하는 무리라는 것을 알게 되는 후반부가 이어진다. 작품은 이처럼 조지 오웰의 정치 성장기다.

흥미로운 것은 전쟁의 최전선에는 자유와 평등을 지키려는 의용군들의 모습이 의연했던 반면, 정작 전선에서 수백㎞ 떨어진 후방에서는 관제언론들이 이들에 대한 조작된 선동과 혐오를 뿌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중앙 집권적인 세력이었던 공산주의자들은 프랑코 파시스트 집단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보다는 정권탈취라는 실리를 추구했다. 그들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완수가 아니라 정권의 탈취가 목적이었으며 새로운 권력 세력으로 등극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혁명에 대한 순수한 열망에서 참전한 의용군들은 공산당을 지지하는 정부의 언론 통제 앞에서 한낱 먹이감에 불과한 볼모였다. 조지 오웰은 거짓말과 증오가 언제나 싸우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나왔다는 점을 가장 끔찍해했다. 독자도 전쟁이 진행될수록 사람들이 타락해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카탈로니아 찬가』조지 오웰/ 민음사
『카탈로니아 찬가』조지 오웰/ 민음사

‘인간의 품위’를 지키는 전쟁

『카탈로니아 찬가』가 위대한 작품 반열에 오른 것은 조지 오웰이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품위를 지키는 것’이 가장 숭고한 것이라는 것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전쟁과 같은 비상시국에 동고동락하면서 고통을 함께 이겨낸 사람들끼리는 끈끈한 동지애가 생긴다. 특히 이 스페인내전 속의 의용군들은 서로가 서로를 아끼며, 자유와 평등의 기치 아래 최상의 민주주의적 군대 모습을 지켜냈다고 기술하고 있다. 당 기관지나 정당 정치인이 주장하는 겉치레 선전문구가 아니라,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치열한 전선에서 소년 의용군들이 보여준 뜨거운 동지애와 그들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자유와 평등의 이상이 인간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조지 오웰은 전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통해 환멸과 냉소를 반드시 경험하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인간의 품위에 대한 자신의 믿음이 강해졌다고 지적한다.

진실을 감추고 정의를 외면하며 정권에 기생하는 언론은 비단 1930년대 혼란의 스페인에서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편향된 보도로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페인 내전이 성공하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로 귀결되었던 원인은 뭘까. 겉으로는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기존 봉건세력과 손잡고 정권을 잡으려한 공산주의자들의 인면수심, 그들에 편승해 여론을 부추기고 선동을 일삼는 언론기관의 거짓됨이 아니었을까. 문(文)이 무(武)보다 강하다는 믿음은 공공의 정의와 함께 할 때 성립된다할 것이다. 사익을 우선시하고 권력에 아첨하는데 혈안이 된다면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님을 이 작품을 통해서 깨닫게 된다. 오늘날의 정치와 언론 현실에 타산지석이 된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글쓴이

이기환 독서 인플루언서

필자인 이기환 독서 인플루언서는 일본 화학회사에서 오랜 기간 전자재료 마케팅을 담당했고, 이후 SK그룹에서 신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연간 120여권이상 책을 읽고 있는 독서광이다. 현재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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